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이하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2박 3일의 일정으로 오늘 오후 방한했다. 리 위원장이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유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초청했기 때문으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이 지난 2월 방중한 것에 대한 답방이기도 하다.
중국공산당 서열 3위에 달하는 리 위원장이 직접 한국을 찾는 만큼 이 소식이 처음 알려졌던 지난 2일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바 있다. 지난달 24일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았지만 여러 요인들 때문에 양국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상황에서 이를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일 수 있단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리 위원장의 방문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특히 리 위원장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면서 이 우려는 더욱 강해졌다. 미국의 서열 3위에 해당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되는 상황이기 때문. 윤 대통령은 휴가 중이란 이유로 펠로시 의장을 대면 접견하지 않고 약 40분간 통화로 갈음했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미국의 서열 3위는 휴가 중이란 이유로 만나지 않으면서 중국 서열 3위는 만나냐는 우려섞인 반응을 내놨다. 이러한 우려는 한국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일찍이 제기된 바 있다.
더욱이 리 위원장에 대한 공항 영접을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펠로시 의장의 영접과 더욱 비교되는 상황이다. 펠로시 의장이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영접하러 나온 한국측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국회측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도착 시간이 늦어 미국측과 협의에 따라 영접 인사가 나가지 않기로 결정됐다고 했지만, 펠로시 의장측에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단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리 위원장이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인대의 수장이므로 김 의장과 '양국 국회의장간 회담'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중국의 정치현실을 고려했을 때 전인대는 중국공산당의 거수기구에 불과하단 지적도 나오는 걸 생각한다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단 지적도 나온다. 이렇게 본다면 리 위원장은 중국 '국회의장'으로서 오는 게 아니라 '중국 권력 3위의 실세'로서 한국을 방문하는 셈이다.
리 위원장의 이번 방문으로 윤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간 한중정상회담 여부가 논의될 것이란 논의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앞으로도 당분간 양국간 정상회담은 어려울 수 있단 평가다.
시 주석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 이후 중국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골몰해왔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자신해왔지만 여전히 각지에서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인구 2천1백만명에 달하는 쓰촨성의 도시 청두가 봉쇄됐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 성장률은 곤두박질쳐 세계 경제 불황의 한 원인이란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3.5% 정도일 것이라면서 상황이 악화된다면 3%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다음 달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그의 3연임은 사실상 확실시되고 있긴 하지만 폐쇄적인 중국공산당의 특성상 반발이 어떻게, 어느 정도로 제기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 시 주석이 세 번째 임기의 기반을 확실히 다지고 나서야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리 위원장 수행단은 총 66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행단 주요 인물엔 양전우 전인대 상무위원회 비서장, 우위량 전인대 감찰 및 사법위원회 주임위원, 쉬사오스 전인대 재정경제위원회 주임위원, 장예수이 전인대 외사위원회 주임위원 등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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