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2022. 5. 9.(사진=연합뉴스TV)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2022. 5. 9.(사진=연합뉴스TV)

1. 정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떤 영역에서나 가장 근본적인 것에 대한 물음이 가장 어려운 물음인 경우가 많다. 법률가에게는 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정치인에게는 정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러한 근본적 물음을 외면할 경우, 우리가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의 근본적 해결 없이 그때그때의 증상만 치료하는 대증요법에 그치게 된다.

대한민국 정치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 정치가 무엇인지, 정치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정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 자체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합리적인 대화와 토론을 통한 정치문제의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정치의 본질을 국가권력의 장악에서 찾는 전통적인 권력정치적 관점과 정치의 본질을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실현하는 것으로 보는 민주정치적 관점 사이에는 가교되기 어려운 깊고 넓은 균열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마키아벨리, 토마스 홉스, 칼 슈미트 등에 의해 대표되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그 영향력이 적다고 할 수 없는 권력정치적 관점에 따르면 정치의 본질은 (국가)권력의 장악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술수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른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칼 슈미트가 주장한 것처럼 이를 위해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 정치의 핵심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권력정치적 관점의 폐해는 나치의 경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나치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없이 오로지 권력 자체를 추구하면서 어떤 비인도적 수단도 서슴없이 동원하였다. 적과 동지를 구별한다는 논리 하에 때로는 유태인을, 때로는 공산주의자들을 적대적 세력으로 설정하면서 지지세력의 결집 및 확산의 수단으로 삼았던 것이다.

민주정치적 관점은 이와 달리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조율⋅조정하여 국가의사로 반영하는 것을 정치의 본질로 본다. 이렇게 볼 때, 정치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합리적인 것이 될 수 있지만, 인간의 권력욕이 정치를 부패⋅타락시킬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삼권분립원리를 비롯하여 각종 민주적⋅법치국가적 권력 통제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1949년 8월15일 열린 대한민국 정부출범 1주년 기념행사 속 중앙청 모습.2021.07.04(사진=도서출판 백년동안)
1949년 8월15일 열린 대한민국 정부출범 1주년 기념행사 속 중앙청 모습.2021.07.04(사진=도서출판 백년동안,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2. 대한민국 정치, 얼마나 발전했고, 얼마나 더 가야 하나?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헌정사는 독재적 권력에 투쟁하는 민주화의 과정이었으며, 이는 곧 권력정치에서 민주정치로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의 장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독재권력과 국민의 의사에 기초한 정당성을 요구하는 민주화 세력은 곧 권력정치와 민주정치를 대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화 운동의 주도세력들 중에서도 권력정치의 경향은 뚜렷이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민주화 이후에 민주정치의 발전이 분명하게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의 장악을 위해 민주적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조차도 –전략적인 타협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의 발전으로는 선거제도의 개혁, 정치자금의 양성화를 비롯한 정당제도의 발전을 들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 수뇌부의 공천권을 중심으로 한 당내의 과두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으며, 최근의 왜곡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의해 비례성 약화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민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이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신생독립국 중에서 유일하게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국가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대한민국 민주정치의 기반은 아직도 취약하다. 비록 민주화 이후 지난 30여년 동안 변화⋅발전된 것도 많지만, 아직 더 개선되어야 할 것들도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극단화된 진영 갈등의 극복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에서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실제로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 영호남 지역갈등을 완화시키는 등 통합의 진전이 있었을 뿐, 그 이후에는 오히려 진영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양상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수궤멸론, 20년 집권론 등을 내세워 보수⋅진보의 공존 가능성조차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진영 갈등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이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제20대 대통령선거의 결과로 나타났지만, 진영 갈등의 후폭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하여 최근에는 세대 간 갈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사회로의 진입 이후에 가정과 사회에서 세대 간 갈등은 다양하게 문제 되었지만, 그것이 정치 영역에서 큰 비중을 갖게 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선거권 부여의 기준연령 인하를 통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2030세대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새로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유사한 문제는 서구의 선진국들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고령화 속도가 유난히 빠른 우리나라에서 세대 간 갈등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2030세대의 정치 참여 또한 그 의미와 파급효가 더욱 주목되는 것이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사진=연합뉴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사진=연합뉴스)

3. 2030세대의 정치 도전과 엇갈리는 평가

종래 2030세대는 정치의 주역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비록 선거권이 부여되고 있으나, 대통령으로 입후보할 수 있는 만 40세에 달하지 못한 나이로서 연륜 및 경륜이 부족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물론 25세 이후에 국회의원 등의 피선거권이 인정되지만, 2030세대의 당선자는 많지 않았고, 그들의 정치적 비중 역시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로 2030세대의 적극적 정치 참여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첫째, 2017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만 40세가 되지 않은 나이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에, 이제는 나이와 경륜을 별개로 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확산되었다.

둘째, 대한민국에서 선거권 부여의 기준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젊은 정치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각 정당에서 2030세대의 정치지도자 발굴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셋째,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미친 파장이 컸다. 비록 이준석 대표나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롱런하지는 못했지만, 2030세대 정치지도자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2030세대의 정치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첫째, 이준석 대표나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2030세대를 대표한다는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 이들이 2030세대로서 비중 있는 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은 맞지만, 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또 다른 2030세대의 정치지도자들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소수의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다수의 신망 있는 정치인들이 2030세대에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설령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 피선거권의 기준연령을 낮춰서- 2030세대에서 대통령이 나온다 하더라도, 대다수 국민들은 특정인의 예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것이며, 2030세대는 여전히 경륜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셋째, 이를 위해 2030세대가 스스로를 특별한 세대로 고립시키지 않고, 다른 세대들과 공감의 폭을 넓혀야 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하여야 한다. 한편으로는 7080세대도 SNS를 통한 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지만, 2030세대도 오프라인의 소통을 경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2030세대에서 유능한 정치지도자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대한민국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나이보다는 능력이 우선시되는 합리적인 정치문화의 확산에 기여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의 활동을 통해 세대 간의 갈등이 완화되고,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고령화 속에 커지고 있는 세대 간 갈등을 정치가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진영 논리에 갇혀 갈등을 심화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제는 세대 간의 갈등보다는 다양한 개인의 생각들이 합리적으로 표출되고, 조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며, 2030세대의 정치참여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경우에는 이런 점에서도 기여할 바가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의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및 정치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2021.06.29(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의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및 정치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2021.06.29(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편집=조주형 기자)

4. 다양성 속의 통합,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개인 간의 차이가 당연한 것처럼, 세상을 보는 시각에서 드러나는 세대 간의 차이, 진영 간의 입장 차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가 합리적으로 조율⋅조정되어 더 큰 하나라는 울타리 안에 공존하지 못하고, 갈등으로 남는 것이다.

민주적 통합이란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 속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더 큰 하나임을 인식하는 통합이다. 이러한 다양성 속의 통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호 존중과 소통, 그리고 합리적 타협이 가능해야 한다.

상호 존중이란 매우 쉬운 듯 보이지만, 현실 속에서는 결코 쉽지 않으며, 세대 간의 차이가 큰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할아버지 세대와 손자 세대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은 장유유서(長幼有序)를 따지는 전통적 유교 가치관과 맞지 않을뿐더러, 최근에는 젊은 세대가 정보통신기술의 이용에 익숙치 못한 노인 세대를 무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호 존중이 올바르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모든 인간에 대한 존중이,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소통이 필수적이다.

오늘날 세대 간의 차이를 넘어서 단절까지 이야기되는 것은 소통의 부족 때문이다. 소통의 공간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소통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어느 개인도 독불장군이 될 수 없고, 어떤 세대도 독야청청할 수는 없다. 인간 사회 자체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공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개인 간에도, 세대 간에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부족함을 남을 통해 채워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가장 현명한 방법이 소통인 것이다.

소통의 기술적 방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다양한 관심사와 각자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러한 소통이 통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합리적 타협에 익숙해져야 한다. 정치권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승자독식의 불합리가 아니라 소통을 통해 합리적 균형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노인 세대의 일자리와 청년 실업의 문제를 제로섬 게임으로 풀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장점을 살리면서 소통과 협력으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2030세대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정치지도자들을 많이 배출하게 되면, 그것이 곧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며, 1960년대 말에 김영삼, 김대중이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온 이래로 가장 혁신적 변화가 될 것이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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