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 갱도 무너졌고 3번은 소규모 실험용, 4번은 건설 시작도 안해"
"北 전문가 검증 안한 건 협상카드 남겨두려는 걸로 봐"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는 "복구 비용을 들이기 보다 차라리 폐쇄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분석하고 있다는 전언이 15일 나왔다. 핵 폐기의 진정성을 보여줄 조치로 평가하는 일각의 친북(親北)적 여론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중앙일보는 15일 오후 인터넷판에서 미국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1차 핵실험을 실시했던 만탑상 동쪽의 1번 갱도는 실험 이후 무너져 이미 폐쇄된 상태였고, 2~6차 핵실험을 진행했던 서쪽의 2번 갱도는 지난해 9월 3일 마지막 핵실험 이후 내부 갱도가 아예 파괴됐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6차 핵실험 당시의 파괴력은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폭탄의 10~20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두 개의 갱도가 더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말했던 것 중 남쪽의 3번 갱도는 소규모 핵실험용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핵 기술이 고도화된 북한 상황에선 쓸모가 없고, 4번 갱도는 아예 (건설)이 시작도 안 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북한이 오는 23~25일 핵실험장을 폐기하면 핵물질 추출 등 검증작업이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기자 질문에 "어차피 사찰할 장소는 한 곳(2번 갱도)이기 때문에 그냥 (나중에) 들어가서 하면 된다"며 "풍계리 사찰은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미 정부는 북한이 당초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전문가그룹을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이번에 특정국 언론에만 공개하기로 한 데 대해선 "북한으로선 어차피 미국과의 향후 협상에서 이 문제가 나올 것이 뻔한 만큼 그 때 사용할 협상카드로 남겨두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북 정상회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은 풍계리 폐쇄 조치 이후에도 미북 정상회담 전까지 아마도 계속해서 뭘 보여주려 하는 것 같다"며 "리비아 방식 등 여러 비핵화 방식이 거론되지만 북한은 자기네들이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비핵화) 모델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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