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출석요구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에서부터 최근의 8.28 전당대회까지 충돌이 거듭됐던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가 한 목소리로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추석 연휴 직후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죽이기 3탄'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추석 연휴 직후 경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를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죽이기 3탄'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특히 검찰의 이 대표 기소를 기점으로 전당대회 과정에서 날카로웠던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졌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를 지난 8일 기소함에 따라, 친명계와 비명계가 단일대오로 ‘정치탄압’이라며 “전쟁 선포”를 외치고 나섰다.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 기소’가 역설적으로 당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비명계가 대거 단일대오로 나선 데 대해 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판결 받으면 당이 지난 대선 보전비용 434억원을 토해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10일자 펜앤마이크 ‘공직선거법 위반 벌금형 100만원이 두려운 이재명...3가지 재앙 때문에?’ 제하 기사 참고.

비명계와 친명계의 화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로 전해철 의원과 설훈 의원, 고민정 의원이 꼽힌다.

① 앙숙인 전해철 의원, 문재인 정부 지킴이로 대책위 상임고문 합류

전해철 의원은 이 대표와 ‘앙숙’으로 불리는 사이이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서 이 대표와 맞붙었던 전 의원은 이 대표가 소위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용자와 연관됐다며 경기도 선관위에 고발했던 당사자였다. 8·28 전당대회 당시에서도 “이 대표가 출마해선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런 전 의원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전담 대응하는 ‘윤석열 정부 정치탄압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최근 상임고문으로 합류하면서, 이 대표의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과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 사정 당국에 밝은 전 의원이 나섬에 따라, “정치적 앙숙 관계인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전 의원이 이 대표를 돕기로 한 것은 이 대표의 요청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가 검찰에서 소환통보를 받은 지난 1일 두 사람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단 둘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검찰 기소를 대비할) 대책위에서 역할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관련된 사안까지 다 합쳐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든지 돕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전해철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전 의원에게 대책위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와 전해철 의원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전 의원에게 대책위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연합뉴스]

전 의원의 대책위 합류가 실제로 ‘문재인 정부를 향한 윤석열 정부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대책위는 이 대표에 대한 검·경 수사뿐만 아니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정부 관련 공세도 함께 대응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1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 자꾸 흠집을 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현 정부의 정치보복 행위에는 당이 총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합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 설훈 의원의 180도 달라진 입장...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면전 선언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대표를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냈던 설훈 의원도 대책위 상임고문으로 합류했다. 설 의원은 대표적인 이낙연계 인사로, 지난해 10월 이낙연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설 의원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장(이 대표를 지칭)이 배임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주장으로 친명계의 반발을 샀다. 특히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후보가 구속되는 상황을 가상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당내 파문을 일으켰다.

설 의원도 지난 2일 언론인터뷰에서 달라진 입장을 보여 주목됐다. 그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야당에 대한 파괴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완전히 달라진 입장에 대해 설 의원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별 문제가 없는 사안인데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공세를 편다면, 민주당 의원들이 한 몸이 되어 전면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③ 고민정 의원을 비롯한 비명계도 잠잠... 22대 총선 공천권 때문?

8.28 전당대회에서 유일한 친문(친문재인) 최고위원이 된 고민정 의원도 이 대표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 13일 SBS라디오에서 “추석 직전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 오히려 당이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됐다”며 이 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고민정 의원은 13일 SBS라디오에 출연, 이재명 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진=SBS유튜브 캡처]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SBS라디오에 출연, 이재명 대표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진=SBS유튜브 캡처]

특히 검찰의 이 대표 기소를 기점으로 ‘결사 항전을 위한 단일대오’가 형성되면서, 탕평·통합과 거리가 먼 이 대표의 인선에도 불구하고 당내 불만이 표출되지 않다는 점에 주목된다.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 7명 중 6명(정청래·서영교·박찬대·장경태·서은숙·임선숙)은 ‘친명계’나 ‘신명계(신이재명계)’ 분류된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인 ‘7인회’ 소속 의원 중 4명(김병욱·문진석·임종성·김남국)이 주요 당직을 맡았다. 대선 시절부터 이 대표를 지원해온 이해찬계 조정식 의원도 사무총장에 기용됐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합’을 강조했던 것에 비하면 탕평 인사는 아니다”라면서도, 크게 불만을 나타내지는 않았다.

이 대표의 전당대회 압승과 2024년 총선 공천을 앞둔 ‘현실적 계산’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2024년 22대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비명계가 그에게 협조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