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잇단 감사에 반발하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멈추지 않겠다”며 사퇴 불가 의사를 재확인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근심 걱정 다 날려버리고 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좋겠다”며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해 드리며 국민 권익을 위한 걸음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추가 감사와 관련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10일 페이스북에서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감사원의 추가 감사와 관련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10일 페이스북에서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충돌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1일 시작된 감사원의 특별감사는 당초 지난달 19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2주 연장돼 지난 2일 종료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지난 7일 “국민권익위에 대한 특별감사를 2주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밝힌 추가 감사 기간은 ‘추석 연휴 직후인 14일부터 29일까지’로, 두 번째 연장인 셈이다. 감사원은 “권익위 주요 관련자가 병가를 내, 중요 사항 조사를 마무리 못했다”고 사유를 밝혔다.

감사원이 지목한 관련자는 전 위원장의 수행팀 직원으로, 감사원 조사를 받은 후 12일 정도 병가를 내고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 직원을 대상으로 전현희 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의 추가 감사 발표 직후,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은 신상털기식 불법 감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이미 감사원 감사는 불법 직권남용”이라고 했다.

1시간여 동안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전 위원장은 감사원 특별감사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데 주력했다. 전 위원장은 감사원의 전방위적 사퇴압박을 견디지 못해 결국 이정희 부위원장이 사퇴했음을 밝히면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죽음과도 같은 공포를 이기면서 임기를 지켜내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에 감사원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 5분 뒤 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주무 부처인데도 해당 법을 위반했다는 권익위 내부의 복수 제보가 있어, 이를 확인하기 위한 감사”라고 밝혔다.

① 청탁금지법 위반 Vs. 경미한 실수

감사원이 밝힌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은 전 위원장이 작년 2월 외부 인사와 가진 오찬 관련 사항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전 위원장은 1인당 3만4000원짜리 식사를 제공했는데, 청탁금지법은 공무원 등에게 1인당 3만원 이상 식사를 제공하는 걸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더욱이 감사원이 문제 삼은 건 이 식사 자체가 아니라, 권익위가 이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부분으로 전해진다. 권익위 내부에서 전 위원장의 이 오찬을 두고 “전 위원장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나왔는데, 권익위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식사 관련 서류 내용 등을 수정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이런 입장에 대해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 반박에 나섰다. 전 위원장은 “감사원이 마치 중대 비리 사안처럼 누설한 식사비 3만4000원 사안은 명백한 먼지털이식 사퇴압박용 망신주기”라며 “실무 직원들의 식비 청산 과정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경미한 실수를 마치 권익위에 청탁금지법 관련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처럼 부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확정된 감사결과가 아닌 감사원 측의 일방적 제보 내용 및 감사 내용 누설과 명예훼손은 불법”이라며 “직원 불법적 별건감사 및 위 사안들에 대해서도 강력 법적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② 출장비 횡령 Vs. 병가 중인 직원이 누명을 쓴 것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감사원의 감사 재연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감사원의 감사 재연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전 위원장의 수행비서 A씨가 전 위원장이 출장을 갈 때 출장비 상당액을 횡령했다는 제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A씨가 출장 명목으로 교통편을 예매·결제한 뒤 이를 취소해 놓고도 당초 끊은 교통편 티켓을 근거로 권익위에 비용 청구를 해 수백만원을 횡령했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A씨는 현재 병가 중이라, 조사받을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 위원장의 입장은 감사원의 입장과는 완전 딴판이다. 감사원이 '감사를 지연시켰다'고 지목한 직원에 대해 "감사의 목적이었던 위원장과 관련된 감사에 성실히 응하고 위원장 관련 사안에 대한 최종 확인서까지 작성하고 감사를 마친 상황이었다"라는 것이다. 더욱이 해당 직원은 감사원의 강압적 조사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병가를 냈다는 것이 전 위원장의 입장이다.

전 위원장은 "해당 직원의 개인 문제를 꼬투리 잡아 추가적인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 별건감사를 벌이고 있다. 병가 중인 직원에게 누명을 씌우며 감사기간 연장을 통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③ 국민의힘, “피해자 코스프레” Vs. 더불어민주당, “정치적 불법 직권남용 감사”

감사원이 밝힌 추가 감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라며,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를 추진하고, 공수처 고발로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직원 개인 사유를 이유로 감사 기간을 연장한 것은 직원을 매개로 위원장을 압박하여 사퇴할 때까지 감사를 하겠다는 정치적 감사이자 불법 직권남용 감사”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8일 기자회견 도중 북받친 감정에 눈물을 닦아내는 전 위원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자신을 정권의 탄압을 받는 투사로 치환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거듭한다"고 직격했다.

박 대변인은 "이전 권익위에 대한 감사는 전 위원장의 부적절한 업무 활동에 대한 의혹으로 인해 시작됐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되고 있다"며 "감사원은 감사를 시작하며 '전 위원장에 대한 내부 제보 사항이 있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감사는 전 위원장의 근태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청탁금지법 위반과 출장비 횡령 문제'라는 보도도 있었다"며 "권익위의 수장이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은 조직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을 성실히 이행하고 감독해야 하는 주무부서인데, 주무부서의 장이 청탁금지법을 어긴 사실 자체에 대해 일말의 반성이나 책임을 지는 자세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출장비와 관련해 직원을 두둔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출장비 청구와 관련해 직원을 두둔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게다가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직원의 출장비 청구와 관련해 전 위원장의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설령 과다청구부분이 있더라도 고의성이 아닌 단순착오나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이 경우 통상 가액을 반납하여 실수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확정도 안된 감사내용을 일방적으로 누설하여 직원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몇 백만원에 달한다는 출장비 횡령 의혹에 대해 ‘단순착오나 실수’라는 전 위원장의 태도는 공무원으로서의 기본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