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재판의 쟁점은 ‘허위 사실’을 말했는지의 여부와 ‘고의성’이 있었는지의 여부이다. 2018년에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됐던 이 대표는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당시에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 생명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8일 검찰에 의해 기소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를 받는 발언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 “국토교통부가 협박했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다. 둘째는 대장동 사건 핵심 관계자인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모르는 사람”이라 말한 것이다. 셋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와 관련 “보고받지 못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감사원 징계를 받을 수 있어 함부로 바꿀 수 없다”고 한 발언이다.

이중 검찰이 기소한 부분은 ‘국토부 협박’ 발언과, ‘김문기 몰라’ 발언이다. ‘국토부 협박’ 발언은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가, 나머지 2개 혐의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이상현)가 담당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성남지청은 이 대표의 편의를 고려해, 두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일괄 기소했다.

법조계에서는 ‘국토부 협박’ 발언보다, ‘김문기 몰라’ 발언이 이 대표에게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국토부 협박 발언 두고 적극 엄호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국토부의 협박 때문에 할 수 없이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채널A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국토부의 협박 때문에 할 수 없이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채널A 캡처]

‘국토부 협박’ 발언은 지난해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는 "2015년 9월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은 박근혜 정부 때 국토부 협박 때문에 할 수 없이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당시 공문과 담당 공무원 등 관련자 조사 결과, 당시 성남시가 국토부로부터 4단계 종상향 용도변경 요청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으며, 성남시의 자체 판단이었다고 봤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공문을 두 차례 보내기는 했지만, 민간에 부지를 매각하기 위한 협조 차원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꼬투리 잡기식 정치탄압'이고 주장한다. 일개 성남 시장(이재명)이 국토부 공문을 수차례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게다가 이 대표가 2018년 TV토론회 중 "형을 강제 입원시키려 한 적 없다"는 허위 발언으로 기소됐다가 2020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2018년 경기도 지사 선거 기간에 열린  TV토론회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김영환 후보의 질문에 이재명 후보는 "그런 적 없다"고 대답해,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채널A 캡처]
2018년 경기도 지사 선거 기간에 열린 TV토론회에서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라는 김영환 후보의 질문에 이재명 후보는 "그런 적 없다"고 대답해,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됐다. [사진=채널A 캡처]

당시 대법원은 ‘TV토론회에서 상대방이 제기한 의혹에 답하는 과정에서 돌발적인 발언을 했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제한된 시간 안에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TV토론회의 특성도 고려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TV토론과 국감은 다르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 대표는 도지사 사퇴까지 미루며 국감에 임했다. 대장동· 백현동과 관련해 세간에 떠돌던 여러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 자리에서 ‘국토부 협박’ 발언이 나온 것이다. ‘돌발적인 발언으로 인한 말실수’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지만, 민주당은 같은 논리로 적극 엄호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 ‘김문기 몰라’ 발언 고의성 입증에 자신감 보여

반면 검찰은 이 대표의 ‘김문기 몰라’ 발언에 대해서는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SBS와의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시에는 몰랐다. 도지사가 돼 재판을 받을 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SBS 인터뷰에서 "김문기 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시에는 몰랐다"고 답변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SBS 인터뷰에서 "김문기 처장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시에는 몰랐다"고 답변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한 시민단체는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을 두고 "(이 대표가) 성남시장 때인 2015년 1월 9박11일 일정으로 김 처장과 호주, 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때 김 처장이 이 대표를 수행했다.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김 처장과 이미 아는 사이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처장의 유족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해, 김 처장이 생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개인 노트북 등을 포렌식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변호사로 일하던 지난 2009년 성남 지역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관련 세미나에 당시 건설사에 다니던 김 처장과 함께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성남시장 때에도 김 처장으로부터 대장동·제1공단 개발 사업과 관련한 내용을 여러 차례 대면보고 받은 사실도 복수의 성남시 관련자로부터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찰은 이 대표의 ‘김문기 몰라’ 발언의 고의성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데다 김 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고, 이 대표로서는 대장동 사업과의 관련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어 김 처장과의 관계성을 부인한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가 향후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게 된다면, ‘김문기 몰라’ 발언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의 의원직은 박탈된다. 형이 확정된 때로부터 5년 동안은 선거권·피선거권도 잃는다. 당원 자격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 당대표직도 자동 상실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2027년 대선 출마 가능성 자체가 막히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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