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칼럼]美北 회담: 전쟁이냐 항복이냐 치킨게임의 종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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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8.05.15 16:18:14
  • 최종수정 2018.05.16 09:17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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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에 관한 미국 전략 헛다리 짚어온 한국 언론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다가오고 있다
北이 美의 급속 CVID 로드맵에 굴복하면 항복-거부하면 예방전쟁
박성현 자유시민연대 대표
박성현 자유시민연대 대표

대한민국 언론은 북이 핵, 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에 관한 미국의 전략에 대해 헛다리 짚어왔다. 크게 3개 명제로 이루어진 가짜 스토리를 떠들어 왔다.

1. 북이 핵과 미사일을 적당히 내려 놓으면, 김일성 대량학살 전체주의 사교(邪敎) 체제가 면죄부를 받는다.

2. 김정은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매력적인 뚱보 청년 지도자’로 변신하게 된다.

3. 문재인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를 적절하게 제어해서 전쟁 위험을 제거하고 평화를 가져온 주체다.

그러나 더 이상 진실을 감출 수 없게 됐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moment of truth)가 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순간이 바로 6월 12일 미북 회담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북한은 급속 CVID 로드맵에 합의하든가 혹은 예방전쟁 당할 것을 각오하든가, 둘 중 하나를 명확하게 선택해야 한다.

미국의 전략 목표는 작게는 북의 핵과 미사일 (그리고 십중팔구 생화학무기 포함)을 제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크게는 개혁개방이다. “레짐 체인지 할 뜻 없다”라고 거듭 표명해 왔지만 최근에는 공공연하게 “개혁개방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레짐 체인지와 개혁개방은, 말로는 구분되지만 현실에선 하나다. 개혁개방 하면 레짐 체인지를 피할 수 없다.

지난 13일 폼페오 국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CVID에 합의하면 미국 민간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한다. 단, 납세자의 돈(미 정부의 원조)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외부 지원 받고 싶으면, 민간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혁개방해라!’는 소리다.

같은 날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북한이 가게 될 길은, 대한민국과 같은 방식으로, 세계질서 속에서 처신하고 다른 나라들과 어울리는 방식이다.”

미국의 입장은 ‘첫째, 급속 CVID 로드맵 합의를 이끌어 내고 둘째, 원조는 없거나 매우 작으며, 대대적인 민간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제도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개혁개방 결과, 김일성 전체주의 사교(邪敎) 체제가 무너지든 말든, 그건 ‘김정은 일당의 비즈니스’라는 식이다.

우리 사회에는,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급속 CVID 로드맵’이 얼마나 초고속 스케줄인지 실감하는 사람이 드물다. 대충 2020년 초반까지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만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24개월 안에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져야 한다.

1) 북한은 이번 회담일 혹은 그 직후에 ‘자진 신고’ 리스트를 미국에 제출해야 한다.

2) 미국이 주도하는 수 백, 수 천 명의 검사관들이 북한 방방 곡곡을 뒤져서 오브젝트(무기, 부품, 매뉴얼, 원자재, 연구개발 요원 등등)를 식별해서 ‘마킹’한다.

3) 마킹된 오브젝트를 수시로 특정 장소(예를 들어 남포)로 이동시킨다.

4) 수시로 특정 장소로부터 미군 배 혹은 비행기에 실어, 북한 외부에 존재하는 격리 보관 장소(예를 들어, 미국 테네시 오크릿지연구소)로 이동한다.

5) 이 와중에 단계적으로 경제봉쇄가 조금씩 조금씩 해제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 전체가 완료될 때까지는 유의미한 경제봉쇄 해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을 분수령으로 삼고 있다는 징조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대북 정책에 관한 민주당의 협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27일 털시 거버드(Tulsi Gabbard) 하원의원(민주)과 테드 요호(Ted Yoho) 하원의원(공화)는 ‘트럼프의 대북 정책 지지 결의문’을 하원에 공동 제안했다. 둘 다 듣보잡 의원들이 아니다. 거버드는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고, 요호는 공화당 안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티파티(Tea Party) 정파의 핵심 인물이다. 이 결의문에는 두 개의 주요 포인트가 들어 있다.

첫째, “군사 옵션을 선택하기 전에 모든 외교적 수단을 시도해 봐야 한다”는 구절이다. 이 말을 바꾸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다 안 되면 예방전쟁 해야 한다”는 소리다.

둘째, “핵과 미사일 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도 제거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 결의안이 제출된 지 사나흘 지나서 폼페오가 PVID, 즉 ‘영구적이고 증명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 미사일 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 전체를 해체하는 것’을 주장했다. 요즘은 다시 CVID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는 PVID로 흘러가고 있다.

5월 14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는 ‘2019 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FY19 NDAA)’을 통과시키면서 민주당 의원의 발의에 의해, “트럼프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카드로 사용할 수 없다”라고 못 박아 버렸다. 국방수권법안은 매년 정해지는 법안으로서, 다음 회계연도의 국방 지출에 관한 원칙을 정해 준다. 미국은 10월 1일부터 회계연도가 바뀌며, 지난 50여년 동안 매년 국방수권법안을 제정해 왔다.

이번에 민주당 의원이 주도해서, FY19 NDAA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불가능하도록 못 박은 조치는, 민주당이 악역을 담당하고, 트럼프가 ‘사람좋은 호빵 아저씨’ 역할을 분담하는 모양새다.

4월 27일 결의안(제안)과 5월 14일 ‘FY19 NDAA’ 북핵 문제에 관해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의회와 행정부 사이에 완벽한 코디가 이뤄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주한미군 감축’이 불가능해져서 북한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감으로써 예방전쟁이 피할 수 없게 되더라도, 그 책임이 트럼프 행정부나 공화당에만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의회와 민주당에도 분담되는 구조가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전쟁이냐 항복이냐, 치킨게임이 완성된 것이다. 북한이 급속 CVID 로드맵에 굴복하면 항복이요, 이 로드맵을 거부하면 예방전쟁이다.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 12일은 위대한 치킨게임이 결판 나는 날이다.

박성현 객원 칼럼니스트(저술가,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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