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의원이 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새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호영 의원이 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새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국민의힘 첫 비상대책위원장직 직무정지를 당한 주호영 의원이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꾸려질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이유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주 의원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비대위는 새로운 분이 맡아서 새 기분으로 출범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는 당으로부터 다시 비대위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그런 이유로 제가 맡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좋다는 취지에서 훨씬 더 좋은 분을 모시도록 당에 건의드렸고, 그런 이유로 저는 맡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힌 상황.

주 의원이 새 비대위원장직을 다시 맡진 않겠다고 밝힌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혹여라도 주 의원이 국힘 두 번째 비대위의 장이 될 경우 다시 한 번 이준석 대표측의 '무차별 가처분 난사' 대상이 될 수 있단 부담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주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저희들은 가처분 인용이 논리에도 맞지 않고 저희들이 승복하기 어려운 점이 많아서 이의 신청을 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법원은 기존의 최고위 체제를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첫 비대위를 꾸리는 과정에서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법원의 결정에 대해 일각에선 기존의 비대위 체제로 원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 하지만 국힘은 이 길을 택하는 대신 당헌·당규가 당의 '비상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있도록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를 통해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두 번째 비대위를 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측이 가처분 신청을 다시 할 수 있는데, 법원에서 가처분 인용이 이뤄진다면 두 번이나 비대위원장을 맡은 주 위원장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이 대표가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본격 세력화에 나선 것도 대구에 지역구를 둔 주 의원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시민들에게 대구 의원들에게 '죽비'를 들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대구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오늘 저는 대구의 정치문화를 비판하고 변화와 각성을 요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대구의 정치가 과연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하냐", "대구 시민이 지금 어디서 도대체 어느 구석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정치인들은 오늘도 초선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의 전위대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대구의 의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서 싸웠고 무엇을 위해 희생해왔으며 지금 어떤 탄압을 감내하고 있느냐" 등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 체제의 종료 및 제1차 비대위 출범 과정을 직접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의 판단마저 무시하려는 그런 행태에 만약 대구 의원들이 앞줄에 서 있다면은 대구 시민 여러분께서 준엄하게 꾸짖어 주십시오"라고 했던 것. 

여기에 이 대표는 자신의 "본가는 칠곡, 외가는 달성"이라며 TK의 적자임을 은연중에 내세우는 형국이다. 주 의원으로서는 만약 이 대표로 인해 대구의 민심이 요동칠 경우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단 해석이 가능하다.

대구·경북의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은 그리 우호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공개된 리얼미터의 8월5주차 여론조사를 참고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0.9%에 불과한 반면 부정평가는 57.9%에 달했다. 이 대표가 TK에서 적극 활동을 개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단 분석이다.

결국 주 의원이 '해결사'로서 비대위원장을 연속해서 두 번 맡을 경우 그가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지나치게 클 수 있기 때문이란 풀이가 가능하단 평가다. 

주 의원이 새 비대위원장직을 거절한만큼 국힘은 그에 적합한 인물을 찾아야 한단 숙제를 안게 됐다. '추석 민심'을 겨냥해 당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만큼 얼마나 빨리 차기 비대위원장을 찾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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