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과 시청자는 영원한 동반자 관계다. 그러나 우리 방송계는 시청자를 제대로 인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연대(상임대표 황우섭)는 방송계가 시청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출발점으로 “과연 시청자는 누구이며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공식적인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보고, ‘수용자 제대로 인식하기 주간(Audience Awareness Week)’을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수용자 제대로 인식하기’ 프로젝트는 미디어연대 상임고문인 최창섭 교수의 제안으로 미디어연대에서 오랫동안 논의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범미디어계가 매년 9월 3일 ‘방송의 날’에 즈음한 ‘일주일간(9.1∼9.7)’을 ‘수용자 제대로 인식하기 주간’으로 설정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수용자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높이자는 취지다.

미디어연대는 지난 9월 1일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2022 ‘수용자 제대로 인식하기 주간’을 가질 것을 제안하고, 첫해 주제인 “방송계는 시청자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로 기념토론을 했다. 현 단계에서는 미디어 수용자 중에서 시청자에 대해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위기에 처한 우리 방송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상생 동반자인 방송인과 시청자가 긴밀하게 연대하여 원동력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시급하게 모색해야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종착역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용자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누군가를 설득하는 세 가지를 제시한다. 바로 Logos(로고스), Ethos(에토스), Pathos(파토스)다. 로고스는 화자의 지식, 에토스는 화자의 태도, 그리고 파토스는 청중의 자세다. 이렇듯 화자의 지식을 중심으로 말을 만들어 내서 전달하기 때문에 결국 그 모든 과정은 청중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득의 세 가지 요소가 현대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생산-커뮤니케이션 분배-커뮤니케이션 소비라는 커뮤니케이션 세 분야로 구분된다. 화자는 지식을 축적해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성적으로 분배한다. 그리고 미디어 수용자들은 그들의 소비 감정 자세에 따라 콘텐츠를 선택하고 소비한다. 현대에도 미디어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용자의 소비 행위(action)가 없으면 그 의미가 사라진다. 미디어의 종착역은 바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용자(audience)다.

1세기가 넘는 수용자 개념의 오류를 시정해야 할 때

미디어는 오랜 역사에서 수용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왔다. 특히, 우리 미디어 중에서는 모든 수용자를 만족시키기보다는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행태를 보여주어 국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미디어 공정성 문제가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지만, 일관성 있는 원칙은 여전히 찾기 어렵다. 이제 미디어의 모든 사안은 수용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개소통에서 소통주체는 수용자다. 미디어(media)는 매개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수용자라는 개념은 소통의 전체 과정을 주도하는 사람을 시청이나 청취 또는 구독에 제한하는 오류를 범해왔다. 1세기가 넘은 개념화의 오류를 시정해야 할 때가 됐다.

기념토론: 방송계는 시청자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방송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방송계는 시청자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2022 ‘수용자 제대로 인식하기 주간’ 기념토론에서는 시청자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었다.

방송인과 시청자는 ‘이해 상충성을 내포한 영원한 상생 동반자의 관계’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의 키노트는 “‘방송의 날’에 던지는 질문: 방송계는 시청자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였다. 최교수는 “방송은 우리 사회의 단합과 발전을 향한 힘을 규합하기도 하지만 사회를 뒤엎을 수도 있는 분열과 파괴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방송인과 시청자는 ‘이해 상충성을 내포한 영원한 상생 동반자의 관계’이기에 함께 성장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는 주권자인 대중의 소통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야

김용호 부경대 명예교수는 “대중소통론과 시청자 능동성” 제목의 발표에서 “시청자주권은 모든 것에 앞서야 한다고 보고, 대중이 대중소통의 주체가 되어야 대중의 집단지성이 발휘되기 때문에 국가는 주권자인 대중의 소통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대중소통의 양식과 실현방안을 구상해야 마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용자 반란, TV수신료 징수를 강제납부에서 자율납부 요구

김인숙 서울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 대표는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따른 수용자 의식변화와 대응 방안: 시민사회활동가로서 바라보는 수용자들의 반란”의 주제 발표에서 ‘수용자 반란’의 사례로 “TV수신료는 국민 개개인이 원하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내고 원하지 않는 사람은 내지 않을 수 있도록, ‘강제납부에서 자율납부로 변경하자’는 능동적인 시청자의 요구가 강력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방송인의 전문직화, 고품격 콘텐츠 생산, 시청자교육이 중요

황우섭 미디어연대 상임대표는 “방송계가 상생 동반자인 시청자를 위해 해야 할 일”에 관한 발표에서 “방송인의 전문직화, 고품격 콘텐츠 생산, 시청자교육이 중요하다”고 보고, “전문직 공영방송인은 도식적인 공익성 준수가 아니라 적극적인 공익성 실천을 위해 인식의 지평을 최고 수준까지 올리고, 지성의 지평을 한계까지 밀고 나가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키노트, 발표자들은 시청자를 제대로 알게 하는 다양한 화두를 던져주었다. 사회는 유의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토론은 남승석 연세대 매체와예술연구소 학술연구교수와 박우귀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2국장이 참가했다. 남승석 토론자는 학술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확장시켰고, 박우귀 토론자는 새 정부의 미디어 공약과 방송계 현실에 비추어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이번 토론을 통해 축적된 경험지식들은 방송위기를 창조적으로 돌파하는 지혜의 원천이 될 것이다.

전문직 방송인과 능동적인 시청자 상생연대가 위기의 방송을 구원할 원동력

방송인과 시청자는 상생 동반자 관계다. 좋은 방송, 공정한 방송은 방송인과 시청자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방송인은 우선적으로 전문직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한 전문직 방송인은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정보와 고품격 콘텐츠를 생산하여 시청자에게 봉사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계가 동반자인 시청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하고, 미디어교육을 통해 능동적인 시청자를 육성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바탕 위에서 전문직(profession) 방송인과 능동적인 시청자(Active Audience)의 상생 연대가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 방송을 구원할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황우섭 객원칼럼니스트 (미디어연대 상임대표, 전 KBS 이사, mirific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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