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비대위의 위원장직을 다시 한 번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새 비대위의 위원장직을 다시 한 번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이준석 대표가 서로 '추석 민심 잡기'에 속도전을 내고 있는 모양새다. 국힘측이 당헌당규상 '비상상황'을 '최고위원 5명 중 4명 사퇴시'라는 구체적 조건으로 바꾸는 과정에 돌입함으로써 새 비대위 체제 구성에 나선 반면, 이 대표측은 5일 열릴 예정인 전국위원회 개최를 금지해달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고 4일 대구에서의 기자회견을 한 상황. 양측이 각자의 방법을 통해 추석 민심 다잡기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단 분석이다.

먼저 행동에 나선 측은 국힘이라 할 수 있다. 국힘은 우선 지난 2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었다. 이는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돼 사실상 활동이 중지되어버린 비대위의 대안으로 새로운 비대위 출범을 위한 것. 상임전국위의 구체적인 목표는 당헌당규의 개정이었다. 당헌이 당의 '비상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최고위원 궐위시 최고위원을 선출하되, 선출직 최고위 및 청년최고위 중 4인 이상 궐위시엔 제외'란 규정이 그 핵심이란 평가다.

이를 의결할 당 전국위는 5일 열릴 예정이다. 국힘이 이렇듯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엔 '추석 민심'을 겨냥한 것이 꼽힌다. 주 전 비대위원장이 직무정지인 상태는 사실상 지도부 공백을 의미하는데,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침체된 국정수행 지지율을 끌어올리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일각에선 '비대위의 비대위'라며 국힘이 수습하는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자칫 더 시간을 끌다간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바탕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새 비대위원장엔 다시 한번 주 전 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제1차 가처분 신청에서 직무정지된 주 전 위원장이 새 비대위를 맡는 모양새가 '추석 민심'에 도움될 게 없단 판단에서다. 다만 그 외에는 현재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형편.

이 대표측도 '추석 민심 잡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이 대표가 4일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한 것이 바로 이를 겨냥했단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문에서 "대구 시민께 새로운 약속과 새로운 제안을 하고자 한다"며 "대구가 한번 더 기적에 앞서줬음 한다, 국민의힘이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여러분의 목소리를 내어 달라, 대구의 정치인들이 비겁하지 않도록 독려해 달라"고 했다.

이 대표는 추석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단 지적이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문에서 "곧 추석이 다가온다, 올해 추석에는 가족들끼리 모여서 그간 못한 대화를 하시고, 잠시는 노소가 둘러앉아 젊은 세대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같이 이야길 나눠달라"며 "명절에 정치이야길 하면 다툼이 일어난다는 이야기, 들을 용기가 없어서 들을 준비가 안돼서 그런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자 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고, 귀를 닫는 젊은 세대는 없다"며 "그들의 마음을 꼭 열어주시고 같이 소통해주시고 다시 한번 여의도의 그들이 두려워할 수 있는 세대포위론을 완성시켜 달라"고 했던 것.

이 대표측이 5일 열릴 예정인 국힘 전국위의 개최 금지를 가처분 신청한만큼 그 전날에 기자회견을 연 것 자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했단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 대표가 보수의 본진인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 '칠곡은 본가, 달성은 외가'라며 대구와 자신의 연관성을 계속해서 일깨우는 것도 추석을 앞두고 보수층에서 지지세를 확보하기 위한 그의 전략이란 분석이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국힘측과 이 대표측이 각기 정치 보폭에 속도를 내고 있는만큼 5일부터 정국이 변화무쌍할 것으로 예측된다.

4일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준석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4일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준석 대표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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