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 시내의 마트 진열대가 완전히 비워진 모습. 1일 오후 6시부터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이 전면 실시되면서 청두 시민들은 식량 확보에 혈안이 됐다. [사진=트위터]
청두 시내의 마트 진열대가 완전히 비워진 모습. 1일 오후 6시부터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이 전면 실시되면서 청두 시민들은 식량 확보에 혈안이 됐다. [사진=트위터]

한국인에게 삼국지 촉의 수도였던 '성도(成都)'로 잘 알려진 쓰촨성의 도시 청두에 '코로나 제로' 조치가 내려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봉쇄 공포'가 초래되고 있다. 상하이에서 2달동안 코로나 락다운이 실시되는 동안 외출 원천 불가, 식량·식수 부족, 병자의 진료 불가 등 생존에 필수적인 활동이 금지됐던 것을 목격한 청두 시민들은 '코로나 제로' 조치가 예정된 당일까지 마트에서 사재기를 하는 모습이 도시 곳곳에서 포착됐다. 아울러 시민들이 중국 치안 당국에 저항하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마냐 코잇세(Manya Koetse) 중국학자 겸 중국 사회트렌드 연구가는 1일부터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 제로 조치가 예정된 청두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전했다. 그 중 대부분은 시 봉쇄 조치를 앞두고 청두 시민들이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식품을 사재기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약 10초 정도 되는 영상엔 마트 내 정육 코너의 혼란이 담겼다. 직원이 고기를 잘라서 진열대에 던지자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너나할 것 없이 서둘러서 고기를 주워 담는 모습이었다. 코잇세 연구가는 이를 "마치 사육사가 동물원에서 사자와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중국인들에겐 돼지고기가 중요한만큼, 격리기간동안 먹을 수 있는 육류 확보에 혈안이 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청두의 상황을 묘사한 다른 사진들에서도 봉쇄 조치를 앞두고 식량부터 확보해야한다는 시민들의 절박함이 느껴진단 평가다. 청두의 한 슈퍼마켓 진열대는 텅텅 비어 있었다. 어느 중국인 여성은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던 차림으로 마트에 줄을 서 있다. 하나라도 식품을 더 가져가려는 중국인들이 진열대 위를 올라가 쟁탈전을 벌이기도 한다. 어느 중국인은 돼지고기를 담을 봉투를 찾지 못해 차량 뒷좌석에 돼지고기를 쌓아두기도 한다. 

파마를 하다 말고 마트에 온 어느 중국 여성. 그녀의 모습에서 절박함이 느껴진다. [사진=트위터]
파마를 하다 말고 마트에 온 어느 중국 여성. 그녀의 모습에서 절박함이 느껴진다. [사진=트위터]

중국 시민들은 중국 당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에 항의하기도 했다. 봉쇄 예정인 지역에서 중국 경찰이 차를 타고 떠나려고 하자 그 지역 주민들은 '경찰이 떠날 수 있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도 떠날 수 있다'며 경찰에 항의했다. 코잇세 연구가는 그 결과 "봉쇄 결정이 마법처럼 해제되었다"며 "경찰은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퇴장했다"고 밝혔다. 중국 치안 당국에 물리적으로 저항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만큼 중국인들이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경찰에 저항한 것으로 보인다.

청두 이외의 지역에서도 중국 시민들이 치안 당국에 맞서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 남부의 난닝(南寧)에서는 지역 경찰이 불법으로 채소를 파는 가판대를 철거하고 상인에게 떠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주변에 있던 난닝 주민들이 경찰관들에게 '엄격한 팬데믹 규칙에 따라 상인도 떠나면 안된다'고 저항한 것. 일부 시민은 경찰관의 모습을 핸드폰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인들이 코로나 격리 조치에 순응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경찰 당국의 조치에 저항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모습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청두에 '코로나 제로' 조치가 시행되면 2천1백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은 가혹한 격리·봉쇄 조치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 청두의 '코로나 제로'는 현지시간 1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됐다. 청두의 코로나 감염은 지난 10일간 9백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이 경기 위축의 우려를 무릅쓰면서까지 '코로나 제로'를 하는 기본적 이유로는 중국공산당이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단 정치적 부담이 꼽힌다. 거기에 올 10월 열릴 중국공산당 전국대표회의라는 정치적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국내를 안정화할 필요도 있단 분석이다. 이 회의에선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실시가 결정될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상황.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상하이를 전면 봉쇄한 만큼, 상하이보다 경제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청두에 '코로나 제로' 정책을 실시하는 건 정치적 부담이 덜하단 분석도 나온다. 상하이가 중국내에서 차지하는 GDP비율은 3.8%인데 반해, 청두는 1,7%에 지나지 않는다. 개방·발전이 빨리 이뤄진 동부해안지대와는 달리 서부내륙에 위치한 쓰촨성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단 평가다.

돼지고기를 담을 봉투를 구하지 못해 차 뒷좌석에 돼지고기를 쌓아둔 모습. [사진=트위터]
돼지고기를 담을 봉투를 구하지 못해 차 뒷좌석에 돼지고기를 쌓아둔 모습. [사진=트위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면적인 '코로나 제로' 정책 실시로 인해 중국이 입을 경제적 내상은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더 클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중국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둔 다른 국가·해외 기업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중국의 상황이 상당한 정도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옮길 가능성도 높다. 그 대표적인 예로 애플은 중국의 불안정한 상황의 영향을 최대한 덜 받기 위해 곧 출시될 아이폰 14의 생산을 중국-인도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세계의 공장'이란 중국의 위상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인도는 반대로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청두에 실시될 '코로나 제로'  조치는 강제 격리·봉쇄 조치가 포함돼 있다. 그동안 식량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청두 시민들은 차에 실을 수 있는 최대한의 식량을 구매해 집으로 가져간다. [사진=트위터]
청두에 실시될 '코로나 제로' 조치는 강제 격리·봉쇄 조치가 포함돼 있다. 그동안 식량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청두 시민들은 차에 실을 수 있는 최대한의 식량을 구매해 집으로 가져간다. [사진=트위터]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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