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전 MBC사장,페북 글 회자

MBC 파업 현장.(사진=연합뉴스)
MBC 파업 현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기 당시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구호를 내세운 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의 만행을 직접 겪어야했던 김장겸 前 MBC 사장이 2일 자신의 심경을 밝혀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사장은 이날 새벽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5년전 오늘이기도 한 2017년 9월2일 벌어졌던 그날의 일을 상세하게 밝힌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명분으로 시작된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됐고 현재 어떤 상황인지가 적나라하게 담겼다. 김 전 사장의 이야기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 정상화' 행태의 속내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만큼, 그의 글을 전문으로 소개한다.

[언론노조 사장님들 이제 그만들 하시라!]

-김장겸 전 (주)문화방송 사장-

5년 전, 2017년 바로 오늘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여의도 방송의 날 행사장에 들어섰다가 도저히 언론인이라고 믿기 어려운 폭도들을 마주쳤지요. 막고 당기고 밀치고...광기 어린 폭력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얘기는 행사장을 빠져나온 뒤에 들었지요.

언론노조와 문재인 정권의 치밀한 작전이 진행된 것입니다. 이에 앞서 폭로된, 민주당 방송장악문건 대로 착착 진행됐다는 점에서 별로 놀라울 것은 없습니다. “공영방송이 무너졌다”라는 문재인의 말이 신호탄이었지요. 핵심 언론노조 인사이면서 전리품을 챙겨 전, 현직 사장 자리에 오른, 양승동 최승호 김의철 박성제 성기홍 이강택 등도 직,간접으로 관여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현직 공영방송 사장에 대해, 그것도 방송의 날에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발부한 것은 정권과 언론노조, 사법부가 일체가 되지 않으면 힘든 일이지요. 제3세계나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고, 앞서 거명한 귀하들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언론자유’가 진정한 의미의 ‘언론자유’가 아니라 정권과 코드를 같이하는 ‘언론노조만의 자유’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며칠 뒤 서울서부지방노동청에 출석해 조사받을 때, 조사관이 임신한 여직원에게 왜 야근을 시켰느냐고 다그칠 때는 정말 난감했습니다. 임신 초기에 본인들도 임신한지 몰랐을 때 이었겠지요.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출산한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역산해서 임신 중에 야근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찾아냈다고 했지요.

부장 전결 사안을 사장이 어떻게 아느냐고 하니, “알아야 합니다 그게 법입니다”라는 호통이 돌아왔습니다.

이 조사관은 특별근로감독을 나와서 언론노조 집회에 참석해 노조원들과 같이 구호를 외친 인물입니다. 그리고 출근길을 막아선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이 어떻게 알았는지 제가 조사받은 내용을 자세히 알고 줄줄 읊어대던 일이 기억에 생생하네요.

8개월여 밖에 안 된 사장이라 털어도 나올 게 없었고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는 코미디 같았던지, 검찰은 부사장 전결 사안 등을 문제 삼아 노조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아직도 대법원에서 계류 중입니다.

MBC 파업 현장.(사진=연합뉴스)
MBC 파업 현장.(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 로드맵에 따라 언론노조에 의해 쫓겨난 사장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둔갑해 재판을 받는 기막힌 현실입니다. 김명수 사법부에 무슨 상식적인 판결을 기대하겠습니까만 5년 째 들고 있는 것은 귀하들의 장난인지 궁금합니다. 설사 유죄가 확정된다 한들, 정말 유죄라고 믿는 사람들은 언론노조 외 누가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은 고용노동부의 태도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합니다. 문재인 정권 시절 자행됐던 언론사내 부당노동행위와 각종 블랙리스트 의혹 고발 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은커녕,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하네요.

당시 저에게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리, 먼 산만 멀뚱멀뚱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고용노동부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와의 카르텔은 굳건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귀하들이 저를 쫓아내기 위해 노래를 부르던 ‘공정보도’ ‘공정방송’은 잘하고 있나요?

‘탄핵반대 집회’를 보도했다는 것만으로도 불공정 보도라고 몰아세우던 기억은 실소가 나옵니다. 

최근에 나온 보도관련 ‘백서’들을 굳이 읽지 않아도 기가 막힌 일이 지난 수 년 간 벌어졌지요. 물론 귀하들은 산술적,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는 것, 다 압니다. 그러나 옳고 그른 것은 종국에 시청자들이 판단할 문제이지, 귀하들이 생각하는 옳은 것만 받아먹으라며 조작 왜곡까지 해가며 던져주겠다는 것은 오만해도 한참 오만한 것이지요.

언론인 훈련을 받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 “냄새가 난다”며 한마디 하면 귀하들 후배들이 우루루 냄새 맡으러 다니는 모양새, 자존심 상하지 않습니까?

압권(?)은 박성제 MBC 사장이 말한 “딱 보니 백만 명...”이겠지요. 언론노조가 장악한 오늘날의 공영언론의 실상을 농축해서 나타나는 상징어라고 생각합니다. 보도된 것을 보고 유추해보면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뭐! 광화문에 약간 맛이 간 사람들이 백만 명이나 모였어? 그러면 조국 수호 집회는 당연히 백 만 명이거나 그 이상이지. 딱 보니 백만이야 백만!”

팩트 확인이나 팩트 자체가 필요 없는 것이지요. 아무리 유튜브 하청도 받아서 보도하는 신세라지만 국민의 재산이거나 사실상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언론들이 이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러다보니 그동안 귀하들이 입만 열면 외치던 ‘공정보도’ 논리를 슬그머니 폐기할 움직임도 감지되는군요. 얼마 전 김어준이 방송하는 TBS의 이사장이, 박정희 정권이 언론장악을 위해 불편부당성,균형,중립성 등을 판단 기준으로 내세운 것이 ‘공정성’이 절대기준으로 부상한 계기라면서, 언론의 절대기준이 될 수 없다는 납득이 가지 않는 논리를 펼쳤다고 하네요.

언론학자 출신인 TBS이사장의 기괴한 논리와 함께 또 하나 신기한(?) 것은, 과거 “김장겸 물러가라”며 연판장 돌리던 훌륭한(?) 언론학자들이 공영언론들이 끝없이 추락해도 꿀 먹은 듯이 조용하다는 것입니다. 다들 문재인 정권의 국정철학인 ‘이중잣대’와 ‘내로남불’을 굳게 실천하는 것 같네요.

제가 해임될 당시 입장문을 통해 “이런 식으로 해임되는 공영방송 사장은 제가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언론노조가 인사권 경영권을 사실상 완전히 장악해서 언론노조의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는 될 수 없고, 특정 정당,진영의 기관지 보다 더한 편향, 편파보도가 자행되는 이런 상황은 바뀌어야 하고, 이렇게 만든데 대해서 귀하들은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국민세금으로 운영되거나 국민의 재산이면 더욱 그러하다는 생각입니다.

언론노조가 장악한 공영언론, 진정 국민들에게 돌려줍시다. 귀하들이 그렇게 외치던 ‘국민의 품으로’ 말입니다.

그 첫 단추는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공영언론 경영진이 물러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오늘 ‘방송의 날’ 행사장에서 만나 잘 논의했으면 합니다.

그동안 분탕질을 쳐도 너무 쳤잖아요?

2022년 9월2일./

MBC 파업 현장.(사진=연합뉴스)
MBC 파업 현장.(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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