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의 전향적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즈]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중국의 전향적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글로벌타임즈]

한국인들은 시대와 맞지 않는 '중화사상', 그를 기반으로 한 '화이적 세계관'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을 극도로 '혐오'하는 경지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보기에 중국이 21세기에 '대국'에 걸맞기 위해선 먼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한중수교 30주년인 24일에 앞서 동아일보와 한국국제교류재단,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국가별 평균 호감도는 주요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10점 만점에 2.73점을 기록해 미국의 6.76점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으며 일본의 3.98점, 북한의 2.89점보다도 낮았다. 2021년 기준 대중 수출 1천6백29억달러, 수입1천3백86억달러를 기록했고 1992년 한중수교 당시의 63억 달러였던 교역액이 약 48배나 증가할 정도로 한국의 제1위 교역국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들이 중국에 호감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이 48.2%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소위 '김치공정', '한복공정'으로 한국 문화 정체성의 근간을 허물려 한단 지적을 받은 중국을 한국인들이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단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한민족계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문화를 중국의 문화로 정식으로 포섭하려는 행태가 한국인들에겐 '동이(東夷)'의 문화를 '중화'에 넣으려 하는 기이한 시도로까지 보일 수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어 '중국의 홍콩 민주화 시위 진압과 신장위구르 등 인권 침해 문제'가 35%를 차지했다. '첨단기술·인재·정보유출과 지식재산권 침해'가 29.3%에 달하기도 했다. 뒤이어 '중국 공산당의 일당 통치 등 정치체제'가 26.4%,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18.8%를 기록했다.  

한국인들이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언급한 것을 보면 중국이 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가 더 잘 드러난단 평가다. △ 중국이 경제·안보 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태도를 바꿔야(60.2%) △ 미중 갈등 완화 등 국제정세 변화해야(46.3%) △ 사드 보복 해제 통한 경제·문화 교류 정상화해야(31.7%) △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서 한국을 적극적으로 도와야(22.4%) △ 양국 민간 교류 인식 개선 프로그램 강화해야(20.5%) 순이었다.

즉 중국이 한국에 취하고 있는 고압적인 태도를 바꿔야 한단 주장이 가장 크다는 사실이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는 셈이다. 아울러 민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단 주장은 가장 낮다는 것에서 민간 교류가 지금보다 활성화되더라도 큰 변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한국인은 비교적 적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이 '중화 민족주의', '화이적 세계관'을 과감히 자제하는 모습이 실제로 확실히 나타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를 실체화한 힘을 통해 현 세계질서를 전복하려는 태도를 철회해야 한단 것이다. 단적으로 중국이 대양국가로 뻗어나가기 위해 1980년대부터 고안·정교화해온 '도련선(島鏈線)' 개념은 주변국들에 위기의식을 가져오고 그에 따라 역내 군사적 긴장이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 도련선은 1980년대 류화칭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사령원이 고안한 전략 개념으로, 총 3차에 걸쳐 여러 섬들에 선을 그어 중국 해군의 작전 반경을 넓히겠단 야심찬 포부가 담겼단 평가다. 3개의 도련선 중 한국은 제1도련선에 포함돼 있다. 즉 중국에게 있어 한국은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하는 교두보인 셈이다.

중국은 도련선을 총 3개 그어 대양국가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제1도련선은 오키나와, 센카쿠 열도, 대만, 남중국해가 포함된다. 제2도련선엔 괌,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가 포함된다. 제3도련선은 궁극적으로 하와이까지를 포함한다. 즉 하와이를 기점으로 미국과 태평양을 반분하겠단 생각이다. 한국은 제1도련선 내에 존재한다. 즉 한국은 중국이 제일 먼저 영향력을 확보해야하는 국가다.
중국은 도련선을 총 3개 그어 대양국가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제1도련선은 오키나와, 센카쿠 열도, 대만, 남중국해가 포함된다. 제2도련선엔 괌,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가 포함된다. 제3도련선은 궁극적으로 하와이까지를 포함한다. 즉 하와이를 기점으로 미국과 태평양을 반분하겠단 생각이다. 한국은 제1도련선 내에 존재한다. 즉 한국은 중국이 제일 먼저 영향력을 확보해야하는 국가다.

또한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을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점령하려하는 태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한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양안관계는 중국의 입장에선 자국 문제일 수 있지만, 주변국인 한국의 입장에선 '국제 문제'일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의 현상태(status quo) 변경 시도를 반대하며 대만관계법을 통해 대만 방위를 도울 태세를 취함에 따라 유사시 한국도 한미동맹의 일원으로서 일정부분 관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또한 미국 일각에서 "한국과 대만은 공통점이 많다"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제1목표인 대만을 취할 경우 다음 목표는 '중국의 뒤통수를 때리는 망치'인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만이 '일당독재주의' 중국의 위협을 받는 상황은 한국으로서는 이데올로기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오히려 심화되고 있단 징조일 수 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통일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일국양제'가 성공적이었단 중국의 태도도 바뀔 필요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10일 발간한 '대만백서'에서 "일국양제 제도의 실행은 지금까지 철저히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홍콩에서의 시행을 두고 한 말이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중국이 홍콩의 일국양제가 2047년까지 시행될 것이란 약속을 깨고 홍콩 시민의 자유와 정치 참여를 철저히 탄압하던 것을 분명히 지켜봤다. 즉 일국양제는 중국의 '철저한 성공'이란 평가와는 달리 '철저한 실패'. '철저한 탄압'으로 끝났단 평가가 지배적인 셈이다. 만약 동아시아·서태평양에서 중국이 미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고 패권국이 될 경우 역내 자유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주변국들에서 인지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중국이 그동안 달성한 경제발전과 강화된 국방력을 바탕으로 '중화 민족주의'를 동아시아 역내에, 더 나아가 전 세계에 표방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중국의 외교적 운신 폭을 좁히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단 자각을 해야한단 지적도 나온다. 8월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단 소식이 유출됐을 때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시켜서라도 저지하겠다'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으로서도 물러설 수 없단 반응을 불렀단 평가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철회한다면 미국이 중국의 요구에 굴복한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펠로시 의장은 방문을 강행했고, 중국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중국은 이와 반대로 지난 2016년엔 스스로 '중화 민족주의'를 자제한 적이 있다. 당시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해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가 중국의 영유권 없음을 판결하자 중국 내부에선 미국이 배후라며 '중화 민족주의'가 고개를 들어 과열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미국 패스트푸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미국 아이폰을 부수는 현상이 중국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런데 중국 관영언론 인민일보가 사설을 통해 이를 '어리석은 애국'이라 지적하고 나선 것. 민족주의를 우려하거나 제지하기는커녕 부추기는 현재의 중국과는 다른 현명한 처사였다.

중국인들은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 관련해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미국 패스트푸드 불매운동을 벌이고 아이폰을 부수는 등 격렬한 민족주의를 표출했다. 당시 중국 당국은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우려해 관영언론에서 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인들은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 관련해 배후에 미국이 있다며 미국 패스트푸드 불매운동을 벌이고 아이폰을 부수는 등 격렬한 민족주의를 표출했다. 당시 중국 당국은 민족주의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우려해 관영언론에서 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 진정한 우호관계를 다지고 '중국을 대국이라 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이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단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21세기는 영토가 크고 인구가 많다고 대국으로 불리는 시대라 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경제규모가 크고 군사력이 강하다고 대국이라 할 수는 없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세계 4강에 둘러싸여 있지만 한류를 세계에 퍼뜨림으로써 '문화 대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은 타국의 고유한 문화를 자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옹졸하게 보일 수 있는 태도를 버리고 '중화사상' 및 '화이적 세계관'을 자제하며 이웃 국가와 진심으로 교류하고자 하는 자세를 견지하는 등 전향적 자세를 취해야 진정한 '대국'으로 인정받음과 동시에 아시아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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