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6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진행하는 감사원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감사원에 특별감사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부제보자'를 불러 추궁한 데 이은 엄호 작전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임윤주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조정실장을 ‘내부제보자’로 지목하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임 실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를 맞받아치면서, 본인이 내부제보자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감사원, 전현희 복무기강 해이에 대한 내부제보 받고 특별감사 중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상습지각 등 복무기강 해이에 대한 제보를 받고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상습지각 등 복무기강 해이에 대한 제보를 받고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전 위원장에 대한 상습지각 등 복무기강 해이에 대한 제보를 받고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전 위원장이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퇴근을 했던 지난 2년간,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 출근하는 일이 잦았다는 상습 지각 제보가 감사원에 접수된 것이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에 공직자의 부패 관련 의혹을 담당하는 특별조사국을 투입,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예비 감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전 위원장의 출퇴근 시간과 서울 수서역에서 세종을 오갔던 SRT 예매 기록 등을 확보한 뒤 바로 본감사에 들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상 예비감사가 2~3주간 진행되던 점과 고려하면 감사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편이다.

민주당에서는 감사원의 이같은 감사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이후 사퇴를 거부하는 전 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감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권익위는 다른 기관과는 달리 임기가 보장이 돼야 하고 신분이 보장되어야 되는 기관"이라며 여권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민주당 의원들, 권익위 임 실장을 ‘내부제보자’로 지목하고 공개 비판

문제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전현희 엄호’에 적극 나서면서, 임 실장을 내부제보자로 지목하며 집중적인 공격을 벌였다는 점이다.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임 실장을 호출해 "최근 대통령실 국민제안비서관에게 내부제보자라 하면서 전 위원장의 근태 문제가 심각하다며 감사를 종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임 실장은 국민제안비서관 면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제보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강 의원의 발언대로 임 실장이 국민제안비서관에 내부제보를 했다고 하더라도, 임 실장에 대한 비밀은 보장돼야 하고 신변 또한 보호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강 의원이 임 실장을 콕 짚어 추궁했다는 점에서, 임 실장을 내부제보자로 지목하게 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누군가가 임 실장을 내부제보자로 밀고를 하지 않았다면, 강 의원의 이같은 추궁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 실장은 '3명의 권익위 부위원장과 이야기하며 (전 위원장이) 사퇴하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느냐'는 민주당 윤영덕 의원의 질의에도 "없다"고 부인했다.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영화 ‘밀정’을 거론하며 “일제시대에 내부 분열책을 만든 것 아니냐”며 “세계 10대 강국에 들어가는 시점에 내부 정보로 장난치면 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임 실장은 "그걸 왜 제게 묻느냐"고 응수했다.

‘내부제보자’로 지목된 임 실장, “부패방지권익위법 64조 위반 소지 있다”고 지적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사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내부제보자’의 실체를 놓고 거친 설전이 오갔다. 사진은 지난 22일 개최된 국회 정무위원회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사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내부제보자’의 실체를 놓고 거친 설전이 오갔다. 사진은 지난 22일 개최된 국회 정무위원회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민주당 의원들은 임 실장을 몰아붙이면서 2가지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누군가의 제보를 통해 임 실장이 감사원에 내부제보를 했다는 사실을 불법적으로 입수했다는 점이다. 내부제보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것 자체가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이다. 둘째는 불법적으로 입수한 정보를 가지고 임 실장에게 '밀정', '프락치' 등의 표현까지 쓰며 공개적으로 추궁했다는 점이다.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임 실장은 처음에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추궁에 임 실장은 “부패방지권익위법 64조에 의하면, 신고자 비밀보호 규정이 있다"며 "저를 (내부제보자로) 지칭해,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맞받았다.

임 실장의 역공에 야당 의원들은 적반하장으로 "국회를 겁박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자신들이 저지른 두 가지 불법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였다. 오로지 전현희 위원장을 엄호하기 위해 ‘내부제보자’로 추정되는 임 실장을 공격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임 실장이 언급한 부패방지권익위법 64조 1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이 법에 따른 신고자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내용이 규정돼 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국민권익위가 어떤 원칙에 의해 업무를 해야 하는지를 규정해 놓은 법안이다.

법 위반한 민주당 의원들, 적반하장격으로 임 실장 사과 받아내

임 실장과 야당 의원들 간 언쟁은 용산 대통령실 면담 출장 기록을 놓고 고조됐고, 민주당 소속인 백혜련 위원장까지 나서서 "정도를 넘고 있다"고 경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일벌백계해야 한다", "하극상이다", "점령군 같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의 집중 추궁에 임 실장은 결국 "죄송하다. 저를 제보자라고 지목하는 바람에 말씀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를 지켜보던 전 위원장도 "위원장으로서 송구스럽다. 위원장으로서 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최재해 감사원장 등을 직권남용·협박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감사원 고발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감사원 고발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임 실장으로부터 사과까지 받아낸 민주당은 26일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직권남용·협박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최 원장과 유 총장이 ‘표적 감사’를 통해 전 위원장과 권익위 직원들에게 정신적 위협을 가해 위원장의 사직을 공모하고, 감사 권한이 없는 행정심판 관련 자료까지 제출하게 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고발 요지다.

또 이들이 전 위원장에 대한 근거 없는 근태 문제 등을 유포해 명예를 손상하고, 전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소속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처럼 정신적 위협을 가했으며, 위원장 비리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복 압박 조사, 별건 근태 감사를 벌이는 등 신상에 불이익을 줄 것처럼 협박을 가했다는 내용도 고발장에 담겼다.

민주당의 고발 내용은 전 위원장이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올린 ‘감사원의 불법적 감사와 조사 행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 강력 법적 대응할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토대로 한 것으로 관측된다. 전 위원장은 이 글에서 “(감사원이 권익위 직원에게) 우리는 직원은 관심 없다. 위원장이 지시했다고만 불면 직원은 다치지 않고 아무 일 없을 테니 위원장이 시켰다고만 하라”는 취지로 허위 답변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 위원장은 “감사원이 원하는 답(위원장 개입)이 나올 때까지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원하는 허위 답변이 나올 때까지 강압적으로 허위 답변을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이날 저녁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감사원이 ‘위원장이 시켰다고만 불어라’거나 협박과 회유를 통한 강압 감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권익위 내부 여론은 동요...익명 게시판에 전 위원장 저격 글 올라와

민주당 의원들의 집중 엄호를 받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처세에 대해 내부반발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처]
민주당 의원들의 집중 엄호를 받고 있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 권익위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반발이 제기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진=TV조선 캡처]

민주당의 엄호 작전과 달리, 전 위원장은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5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권익위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내부 익명게시판에는 전 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이 올라왔다.

전 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자신이 임기를 마치는 게 법치주의에 부합하는 일'이라며, '감사원의 감사로 사퇴 압박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관측된다. 권익위 직원은 내부게시판에서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정말로 법이 정한 임기에서 오냐'고 반문하며, '진실하지 않다면 독립성도 중립성도 결국 자기 처세에 이용되고 버려지는 번지르르한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걸 어제 봤다'는 내용을 올렸다. 이 글은 이틀 만에 50명 넘는 추천을 받았는데, 권익위 직원의 10%가 넘는 수치에 해당한다.

이 글에 달린 댓글에는 "국회의원 민원 밀어넣고, 불필요한 행사와 홍보로 스스로 (권익위를) 무너뜨려놓고 무슨 독립성과 공정성을 얘기하냐"는 비판과 "부끄러움은 직원들의 몫"이라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특히 해당 게시글에는 '권익위원 임기는 법률로 보호된다'는 옹호성 댓글이 딱 1개 있었는데, 이 댓글에는 비공감이 30여개나 달려 대조를 이뤘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일부 직원들의 의견"이라며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