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 선임을 두고 전‧현직 법무부 장관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난데없이 특별감찰관실 운영비를 거론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매년 특별감찰관 운영비로 7억7천만원 정도가 쓰이니, 특별감찰관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을 두고 전‧현직 법무부 장관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사진=YTN 캡처]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을 두고 전‧현직 법무부 장관 사이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사진=YTN 캡처]

이에 한 장관은 “특별감찰관은 국회가 추천해주셔야 되는 거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들 간의 설전을 계기로 특별감찰관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등 비위 감찰...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

2014년에 제정된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척, 대통령실의 수석 이상 공무원을 감찰하는 것이 주요 업무로,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특별감찰관 추천을 위한 양당 간 협의를 다음 주 월요일(29일)에 공개적으로 시작할 것을 국민의힘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화요일(23일) 저는 특감 추천을 시작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며 국회가 추진하면 하겠다는 식의 마지못한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진심으로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에서 특별감찰관 추천을 국회에 요청한 것이라면 가장 좋은 것은 말이 아니라 국회에 공문을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문은 꼭 필요한 사안이 아니지만 절차적 책임이 담보될 수 있다. (특별감찰관 임명이) 진심이라면 대통령도, 비서실장도, 여당 원내대표에게 빨리 특별감찰관을 추천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실과 여야가 서로 특감 추천 절차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거나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 등을 연계하며 공을 넘기는 가운데, 국민의힘에 추천 논의를 먼저 제안하며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더불어민주당의 태도에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집권 여당일 때는 5년 내내 공석으로 방치하다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특별감찰관 임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및 대통령실의 입장을 통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본다.

① 민주당, 특별감찰관에 진정성이 없어...우상호, “김건희 여사가 사고치는 게 더 재밌다”

민주당이 겉으로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압박하는 모양새이지만,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혹이 제기된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3일 라디오 방송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은 해도 그만, 안 해도 되는 일"이라며 "특별감찰관 없이 김건희 여사가 계속 사고를 치는 게 더 재밌다"고 조롱했다. 특별감찰관 임명이 시급하지 않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으로 관측된다.

박홍근 원내대표의 ‘공문’ 타령도 뜬금없다. 대통령실이 공문을 보내면 여야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대통령실이 "국회 결정을 100%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왜 공문이 필요한지 납득하기 힘들다. 겉으로는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하면서, 내심 이를 지연시켜 대통령과 국민의힘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② 대통령실, 국회로 공을 넘겨?

윤석열 대통령은 비서실 개편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수용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공석이었던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김대기 비서실장이 지난 21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통령께서 특별감찰관을 수용하신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와 관련해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수용하겠다 안 하겠다, 차원이 아니고 국회에서 결정되면 100% 수용하게 돼 있는 겁니다"라는 답을 내놓은 것이다.

대통령이 법에 따라 임명할 테니 ‘국회가 추천해 달라’는 것보다 조금 더 소극적인 자세라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결정되면 100% 수용하게 돼 있는 거다'라는 발언은, 국회로 공을 떠넘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특별감찰관 임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척, 대통령실의 수석 이상 공무원을 감찰하는 것이 주요 업무로,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한다. [사진=YTN 캡처]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척, 대통령실의 수석 이상 공무원을 감찰하는 것이 주요 업무로, 국회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한다. [사진=YTN 캡처]

이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별도의 친인척팀이 있어서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을 폐지한 탓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민정수석실이 없어진 대통령실에서 특별감찰관은 친인척과 비서관을 관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자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국정조사까지 거론되는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여전히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부인의 공적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도 맡지만, 대통령 부인에 대한 제어장치이다. 제2부속실 설치에 부정적이라면, 특별감찰관은 더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③ 국민의힘, 북한인권재단 이사 지명과 함께?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여야가 먼저 협의해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 그런데 특별감찰관을 추천해야 하는 국회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여당은 수년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고 공석으로 비워둔 문재인 정부의 사과와 함께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특별감찰관 임명과 연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특별감찰관 지명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지명 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국회의 직무 유기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특별감찰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다른 사안과 함께 특별감찰관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어떤 사안과 다른 사안을 연계해서 하자고 하는 게 뭔가 저의가 있는 것처럼 비치지 않느냐”며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을 두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북한인권재단이 6년째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는 것도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는 모른 체하며 ‘김정은의 눈치만 살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여당이 특별감찰관을 북한인권재단과 연계시킨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건을 다는 것 자체가 임명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안 의원은 26일 "대통령실 특별감찰관을 당에서 선제적으로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안철수 의원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안 의원은 26일 "대통령실 특별감찰관을 당에서 선제적으로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대통령실 특별감찰관을 당에서 선제적으로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과 약속했고, 문재인 정부와도 차별화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민주당에 비해 공공성을 선명하게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안 의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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