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법원이 가처분 부분인용을 하면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주축으로 하는 국힘 비대위체제는 사실상 닻을 올리자마자 항해가 끝난 셈이 됐다. 지난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는 주 전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26일 법원이 가처분 부분인용을 하면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주축으로 하는 국힘 비대위체제는 사실상 닻을 올리자마자 항해가 끝난 셈이 됐다. 지난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는 주 전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부분 인용했지만, 비대위 전환을 가능케 했던 전국위 의결의 '실체상 하자'를 인정해 주호영 비대위원회는 시작하자마자 끝나게 됐다. 비대위 체제가 존립 근거가 없어지게 됨과 동시에 주 위원장은 주 '전' 위원장으로, 이준석 '전(前)' 대표는 이준석 대표로 처지가 반대로 바뀌게 됐다. 법원은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우선 법원은 이 대표측(이하 채권자)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서 오직 주 전 위원장측이 채무자라고 명시했다. 채권자는 국힘·주 전 위원장 양측에 신청했는데, 법원은 판결문에서 "각 의결이 채무자가 채권자와 저촉되는 지위를 가지는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의 절차에 불과하여 별도로 그 효력정지를 신청할 이익이 없다"며 주 전 위원장측이 채무자여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결문은 채권자측이 채무자측에 신청한 내용에 관해 검토해나가기 시작한다. 채권자측은 △ 지난 2일 최고위원회에 직무대행을 사퇴한 권성동 원내대표와 최고위를 사퇴한 의원들이 참석하고, 과반수 출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최고위 의결이 무효, 최고위 의결 안건을 결의한 상임전국위원회의 결의도 무효, 이를 바탕으로 한 전국위 의결도 무효 △ 전국위원회 의결이 ARS 전화투표 방식으로 이뤄져 정당법을 위반해 중대한 위법 △ 당대표 '궐위'인 상황이므로 비상상황이 아니고 따라서 비대위 설치요건에 해당하지 않음 △ 전국위 의결에 따른 당헌 개정이 전당대회의 추인을 받지 않았고 그에 따라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는 건 무효라며 비대위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구분하자면 채권자측의 주장 중 첫번째는 절차상 하자, 두번째는 결의 방식 하자, 세번째와 네번째는 실체적 하자에 해당한다. 판결문은 각각에 대해 차례대로 하자 여부를 판단해나간다.

절차상 하자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근거로 ▲ 지난 5일 상임위 임시회의는 제적위원 4분의1 이상의 요구로 소집된 것으로 볼 수 있음 ▲ 당헌·당규에 상임위 회의 안건을 제한하는 규정은 별도로 없고, 이 회의에서 당헌 개정안도 안건을 처리됐으므로 상임전국위 의결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상임전국위 의결에 따라 지난 9일 소집된 전국위 및 전국위 의결에 절차상 하자가 없단 것.

결의 방식에도 하자가 없단 결론이 나왔다. ▲ 채권자측이 ARS 전화투표를 문제 삼았지만, "통화자가 휴대전화를 통해 직접 안건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서면이나 대리인 의결이라 할 수 없고" ▲ 코로나 확산 등으로 집회를 비대면으로 할 필요가 있고,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9월 경부터 당기구 투표에 ARS를 사용했단 점, 또한 채권자가 당대표 선출될 때도 ARS가 이용됐단 점을 들었다.

한편 재판부는 실체상 하자 여부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당의 자유는 민주정치의 전제인 자유롭고 공개적인 정치적 의사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도 "정당의 활동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고, 정당은 정치적 조직체인 탓에 법적 규제가 불가피하게 요구된다"고 밝혔다. 즉 이번 사안이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임을 명시한 후 실체상 하자 여부를 살피겠단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전국위가 비대위원장을 의결하기 위해선 비상상황이 발생해야하고, 발생하더라도 비대위 설치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며 "비대위가 설치되면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당대표 및 최고위가 그 지위와 권한을 상실하게 된다"고 규정했다. 즉 비대위는 필수가 아니며 그 설치에 있어서도 당원과 국민이 선출했다는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당대표와 최고위를 대신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엄격하고 신중해야 한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재판부는 "그런데 채무자 국힘에 비대위를 설치하여야 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힘이 '당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의 기능 상실'에 준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권한대행이 당 대표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어 당 대표 궐위 상황이 아니며, 최고위원들이 정원의 과반수 이상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하더라도 최고위가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단 것. 최고위가 기능을 상실하지 않았단 근거로는 △ 지난 2일 최고위원 4명만 참석했어도 기능을 유지했고, 배 최고를 포함해 2명이 사퇴해도 남은 2명만으로도 최고위가 운영가능함 △ 사퇴서를 제출한 최고위원 3명을 제외하고 정원 과반수인 5명이 남아 있었음 △ 상임전국위 의결 당시 사퇴하거나 사퇴 의사를 표명한 최고위원은 4명이므로 1명만 선출하면 문제없단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 당대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전국위에서 최고위원 선출로 최고위 기능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비대위 설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정당의 자율성 원칙에 따라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이 최대한 존중돼야한다'는 채무자측 주장에 대해선 "상임전국위 의결 및 전국위 의결은 정당 활동의 자율성 범위를 벗어났다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 비대위 설치에 대해 당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의견을 달리하기 때문에 비대위 설치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한다 할 수 없고 민주적 내부질서를 해할 수 있음 △ 비상상황이라 보기 어렵고, 비대위 체제를 통한 당대표와 최고위의 권한 상실이 당원 총의를 반영한다 할 수 없음 △ 당원 1천명 이내로 구성되는 전국위, 50명 이내로 구성되는 상임전국위가 1만명 이내로 구성되는 전당대회보다 민주적 정당성이 작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전당대회서 선출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지위와 권한을 상실하는 건 정당의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함 △ 상임전국위의 권한은 해석인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사퇴란 적용 의견만 냈고 해석 의견은 내질 않았음 △ 마찬가지로 상임전국위 의결로 비대위 설치까지 결정된 셈인데 상임전국위엔 결정 권한이 없음 △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타당, 이는 정당민주주의에 반함 총 6가지다.

재판부는 이상의 이유로 "전국위 의결 중 비대위원장 결의 부분은 당헌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헌법 및 정당법에도 위반되므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다만 전국위 의결 중 당헌 개정에 대해선 △ 당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이 있기 때문에 직무대행도 이를 행사할 여지가 있고 △ 당대표 사고기간 중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직무대행에게도 비대위원장 임명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으며 △ 전국위 비대위원장 의결이 적법하다면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 임명 권한을 받아도 정당의 내부 민주질서에 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이 역시 각하했다.

결국 이 대표측이 주 전 위원장측에 제기한 총 4가지의 주장 중 세번째만 인용이 되고 나머지는 기각 또는 각하된 것. 다만 세번째 주장이 '실제상 하자'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것이므로 재판부가 이 대표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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