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의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 '피카츄' 조형물이 설치된 서울 잠실의 '스마일링 포켓몬스터'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박준규]
포켓몬스터의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 '피카츄' 조형물이 설치된 서울 잠실의 '스마일링 포켓몬스터'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박준규]

"얘는 피카츄! 얘는 파이리! 얘는 꼬부기! 얘는 이상해씨!"

25일 저녁 8시경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롯데타워몰 롯데광장에서 세븐일레븐이 진행하고 있는 '스마일링 포켓몬' 팝업스토어를 방문했을 때 3-4세의 어린이들이 외치는 목소리였다. 1996년 비디오게임으로 첫 출시된 '포켓몬스터'는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에서 세대를 거듭해 계속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 모습이다.

'스마일링 포켓몬' 팝업스토어엔 평일 저녁이었음에도 가족단위 방문객들, 젊은 연인들, 친구들이 적지 않았다. 잔디광장 곳곳엔 포켓몬스터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자랑하는 캐릭터인 '피카츄'를 비롯해 1세대에서 가장 유명한 '꼬부기', '파이리', '이상해씨', '이브이', '푸린'의 조형물이 곳곳에 설치돼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그중에서도 '피카츄'가 가장 많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형물 개수에서부터 실감할 수 있었다. '피카츄'는 15m 높이의 초대형 풍선 1개, 작은 조형물 3개가 있어 다른 캐릭터들을 압도했다. 피카츄는 '스마일링 포켓몬' 푯말에서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어 피카츄 없는 포켓몬스터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스마일링 포켓몬스터' 팝업스토어 행사현장엔 15m 높이의 초대형 피카츄 풍선이 설치돼 있다. 일반인들 및 포켓몬 팬들에게 '피카츄'의 인기와 위상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단 분석. [사진=박준규]
'스마일링 포켓몬스터' 팝업스토어 행사현장엔 15m 높이의 초대형 피카츄 풍선이 설치돼 있다. 일반인들 및 포켓몬 팬들에게 '피카츄'의 인기와 위상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단 분석. [사진=박준규]

가족단위 방문객들은 부모가 좋아하던 '포켓몬스터'를 아이까지도 좋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펜앤과 인터뷰한 A씨는 "4살난 아이가 내가 10대일 때 나왔던 포켓몬스터를 좋아하게 됐다"며 "이 상황이 매우 신기하지만 포켓몬스터 게임을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던 옛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좋기도 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포켓몬스터의 주요 캐릭터인 피카츄나 1세대 포켓몬(파이리, 꼬부기, 이상해씨)들은 워낙 귀엽게 디자인이 잘 뽑혔기 때문에 출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요즘 10대들에게도 인기가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한편 친구, 연인이 주를 이루는 10대-20대 방문객들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펜앤과 인터뷰한 20대 중반의 B씨는 "우리 세대는 바로 윗세대처럼 포켓몬스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포켓몬스터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지 오래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를 접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올해 2월에 포켓몬빵이 재출시됐는데 한동안 품귀현상이 벌어진 것을 보면 이 영향도 무시하진 못할 것 같다"고도 했다.

포켓몬스터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1999년 포켓몬스터 스티커 수집 역시 하나의 '유행'이자 당연히 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빵을 사면 포켓몬스터 스티커인 '띠부띠부 씰'이 무작위로 들어있었다. 당시 포켓몬 151마리의 스티커를 모두 모으기 위해 빵 수십개를 한번에 산 후 스티커만 챙기고 빵은 그대로 버렸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2022년 2월 23일 재출시된 포켓몬빵 역시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매진되기 일쑤였고, 많은 편의점들은 '포켓몬빵이 매진돼 없다'는 말을 출입문 옆에 써놓기도 했다.

서울 송파 방이동 모 편의점의 출입문에 써놓은 '포켓몬 빵 매진' 문구.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오박사'가 직접 말하듯이 써놓아 편의점 측의 센스가 느껴진단 평가다. [사진=박준규]
서울 송파 방이동 모 편의점의 출입문에 써놓은 '포켓몬 빵 매진' 문구.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오박사'가 직접 말하듯이 써놓아 편의점 측의 센스가 느껴진단 평가다. [사진=박준규]

'스마일링 포켓몬'을 주최한 세븐일레븐 측은 지난 16일 개장한 이후 일주일동안 백만명이 팝업스토어를 다녀갔다고 밝힌 상황. 매일 포켓몬빵을 711개 선착순 한정판매(인당 3개 한정)으로 판매하지만 대개 판매한 지 30분만에 매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여러 사회 문제 중 '세대 간 갈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단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포켓몬스터가 한국의 10대부터 30대까지 서로 부담없이 이야기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포켓몬스터는 40대부터 50대까지도 적어도 한번 쯤은 들어본 적 있는 세대.

올해 2월 새로 출시된 포켓몬빵엔 '포켓몬 스티커'가 무작위로 들어있어 원하는 포켓몬이 나올 때까지 '뽑기 운'을 기대해야 한다. 사진 속 '뮤츠'는 거의 나오지 않아 한 때 당근마켓에선 한장당 9만원까지 가격이 오른 바 있다. [사진=박준규]
올해 2월 새로 출시된 포켓몬빵엔 '포켓몬 스티커'가 무작위로 들어있어 원하는 포켓몬이 나올 때까지 '뽑기 운'을 기대해야 한다. 사진 속 '뮤츠'는 거의 나오지 않아 한 때 당근마켓에선 한장당 9만원까지 가격이 오른 바 있다. [사진=박준규]

퇴근하는 길에 잠시 '스마일링 포켓몬'에 들렀다는 50대 C씨는 "포켓몬스터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 나는 30대였다"며 "그 때는 일본 콘텐츠라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젠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라 했다. 이어 "포켓몬스터 캐릭터들에게선 그다지 왜색이나 일본적인 느낌이 들지 않아 부담없이 볼 수 있다"고도 했다.

10대의 신조어를 30대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언어 파괴'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포켓몬스터가 전 세대가 공유 가능한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피카츄', '꼬부기', '파이리', '이상해씨', '이브이' 등 소위 '올드 캐릭터'들은 세대를 초월해 많은 한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세대간 갈등이 문제되는 한국에서 여러 세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문화 콘텐츠인 셈이다.

다만 이는 '피카츄'를 비롯한 오래된 캐릭터들로 한정된 상황이다. 포켓몬스터는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추가되고 있지만 포켓몬 골수팬 일각에선 '디자인 퇴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포켓몬 팬 D씨는 "포켓몬 2세대까지는 디자인이 괜찮았는데 그 다음부터 서양쪽 취향이 들어가 기괴해지고 디지몬처럼 변했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런 이유 때문에 '피카츄같이 오래된 옛 캐릭터들이 변함없이 사랑받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고도 밝혔다.

세븐일레븐측에서 주최한 '스마일링 포켓몬스터' 행사엔 포켓몬스터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인 피카츄, 꼬부기, 이브이 등이 등장한다. 이러한 '올드 캐릭터'들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으며, '언어 파괴'현상 등으로 세대간 단절이 이뤄진 한국 사회에서 몇 안되는 공통 경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박준규]
세븐일레븐측에서 주최한 '스마일링 포켓몬스터' 행사엔 포켓몬스터에서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인 피카츄, 꼬부기, 이브이 등이 등장한다. 이러한 '올드 캐릭터'들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으며, '언어 파괴'현상 등으로 세대간 단절이 이뤄진 한국 사회에서 몇 안되는 공통 경험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박준규]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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