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새벽 강원도 원주의 한 편의점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며 편의점 점주를 마구 폭행한 중3학생 사건이 ‘촉법소년(觸法少年)’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이 학생은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만 14세 미만)이라며 당당하게 주먹을 휘둘러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혔다. 체포돼 확인한 결과, 만 14세 생일이 지나 형사처벌 대상인 '범죄소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일 새벽 강원도 원주의 한 편의점에서 중3학생이 '술을 팔지 않는다'며 편의점 점주를 폭행해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지난 20일 새벽 강원도 원주의 한 편의점에서 중3학생이 '술을 팔지 않는다'며 편의점 점주를 폭행해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윤 대통령 대선공약... 한동훈 법무 지난 6월 추진 지시

촉법소년 문제는 지난 6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을 지시하면서 주목됐다. 촉법소년과 관련된 내용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담겨 있다. 대선 땐 윤석열 후보뿐만 아니라 이재명, 안철수 후보도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촉법소년들의 심각한 일탈 현상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로,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형사책임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가정법원이 소년원으로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하는 등 ‘보호처분’을 할 수 있다.

‘아직 어리니까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해서 개선시키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아이를 위해서도 사회를 위해서도 유익하다는 것인데, 과연 그 취지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편의점주 코뼈 부러뜨린 중3 A군, 전과 18범에 해당돼

원주의 편의점 점주에게 주먹을 휘둘러 코뼈를 부러뜨린 중학교 3학년 학생 A군은 사건 다음날 또 찾아와 'CCTV 영상을 내 놓으라'며 행패를 부리고 담배까지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 학생이 기소유예 중인 전과 18범에 해당된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려졌다. 촉법소년의 경우 전과가 남지 않기 때문에, ‘전과 18범’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지만, 그에 해당하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A군에게 봉변을 당해 ‘안와골절상’을 입은 편의점 점주 B씨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뼈는 부서지는 대로 부서졌고 눈도 맞아 현재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눈은 따로 검사를 해 봐야 한다"며 실명위기에 놓여 있다고 큰 걱정을 했다.

B씨가 이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에 따르면, A군은 다른 편의점에서도 행패를 부린 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다’는 신고를 여러번 해, 경찰들에게도 요주의 인물이다. B씨도 A군이 여러번 술을 요구해, 신분증 검사를 한 결과 ‘미성년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A군, “나 촉법소년이야, 경찰이 와도 상관 없어”...반성 기미 없어

A군은 사건 당일에도 B씨의 귀에다 대고 “나 촉법소년이야, 경찰 와도 상관없어 때려 봐”라며 조롱하고 폭행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쌍방폭행이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그 학생을 잡지도 않았다"며, 그렇게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밝혔다.

중3학생이 편의점에서 점주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촉법소년' 문제를 상기시키고 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중3학생이 편의점에서 점주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촉법소년' 문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B씨는 폭행 다음날 A군이 "CCTV 영상 내놓으라고 또 찾아와 (점원에게) '사장 부르라, CCTV 비밀번호 풀라'고 협박했다"며 점원이 응하지 않자 "카운터(계산대)로 직접 들어와 알바생을 폭행하면서 담배를 하나씩 훔쳐갔다"고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도착해 A군을 체포, 조사해 보니까 촉법소년 나이를 넘긴 상태임이 밝혀졌다. B씨는 "촉법소년이 지난 걸 몰랐던 것 같다"면서 "촉법소년이라서 더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지, 자신이 촉법소년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그렇게까지 안 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문제는 A군 부모에게서 연락온 것도 없고, A군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A군은 경찰에 체포, 입건됐는데 이때도 SNS에 “유치장에 들어와서 내일 12시부터 연락된다”는 글을 버젓이 남겼다.

소년범 처벌 강화 혹은 소년법 폐지 여론 높아

이처럼 소년범의 범죄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범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죄질이 갈수록 대담하고 잔인해지는 점 등을 들어 ‘소년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9년 소년법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소년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2.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소년법을 아예 폐지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21.0%나 됐다.

반면 ‘소년범 처벌 강화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소년법의 제정 취지가 엄벌이 아니라 교화인 만큼, 평생 낙인으로 남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을 통해 소년범들이 죄를 뉘우치고 올바른 성인으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소년법’은 1958년 7월에 제정돼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소년법에서는 ‘19세 미만의 자'를 소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소년범은 연령에 따라 범법소년(만 10세 미만), 촉법소년(만 14세 이상~14세 미만), 범죄소년(14세 이상∼19세 미만)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의 경우 아직 어려서 일체의 법적 처벌이 내려지지 않는다.

1958년의 만 14세와 현재의 만 14세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모했기 때문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인 편의점주와 점원만 육체적 고통과 불안에 시달려

편의점 점원이 중3학생에게 술 판매를 거부하자, 점주에 대한 폭행이 시작됐다. 이틀 연속 중학생의 폭행과 협박에 시달린 점원은 정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도의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편의점 점원이 중3학생에게 술 판매를 거부하자, 점주에 대한 폭행이 시작됐다. 이틀 연속 중학생의 폭행과 협박에 시달린 점원은 정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도의 불안에 떨고 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특히 촉법소년의 범죄에도 피해자가 존재하므로, 엄격한 처벌과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촉법소년의 범죄는 ‘부모가 해결해줄 수 없고, 반드시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의견이다.

이번 원주 편의점 폭행 사건의 A군에 대해 경찰은 조만간 구속 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틀 연속 중학생의 폭행과 협박 등에 시달린 점원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도의 불안에 떨고 있는 상태이다. 점주는 코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8주의 중상을 입고 한쪽 눈을 크게 다쳐 실명 위기에 처했다. 엄격한 처벌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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