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앞뒤 맞지 않는 지적..."기업에 대한 간섭 지나치다"는 비판 이어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보도된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미래전략실의 해체 뒤 컨트롤타워 역할을 대신할 새 조직을 만들고 운영해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미래전략실을 강도높게 비판한 적이 있던 김 위원장이 돌연 '미래전략실을 대신할 새 조직'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어지면서 정부가 이런저런 '불편함'을 느꼈기 때분이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현재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으로 쪼개진 `소(小)미전실` 시스템으로는 삼성이라는 거대 그룹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컨트롤타워의 구체적인 형태로 유럽의 `듀얼 어프로치` 방식을 제안했다. 듀얼 어프로치란 그룹에 비공식적인 의사결정 조직을 만들고 여기서 결정된 사항을 각 계열사 이사회 등에서 공식적으로 재차 승인하는 방식을 말한다.

김 위원장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삼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서둘러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삼성의 미전실에 대해 “막강한 권력 뒤에 숨겨진 커튼 뒤의 조직”, “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관창구를 하면서 금력 등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구태의연한 조직”이라는 등 강한 비판을 한 바 있다. 삼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 미래전략실에 대한 좌파세력 등의 비판이 커지자 지난해 2월 말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또 그는 "이 부회장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최소한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메시지를 늦어도 연말까지는 내놔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재벌 3세들은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지금은 그룹 규모가 과거에 비해 너무 커져서 창업자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수십 개 계열사에서 벌어지는 일을 일일이 보고받고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업 관계자들은 기업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를 정부가 너무 깊숙히 개입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자체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더니 이제와서 컨트롤타워를 이렇게 어렇게 만들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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