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23일 오후 2시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경찰에 소환됐다.

지난 9일 소환 통보를 받은 지 딱 2주만의 출석이다. 그동안 ‘변호사가 선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석을 미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배우자 김혜경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보복’ 프레임 차단 위해 꼼꼼한 ‘팩트 체크’ 후 소환...수사 마무리 단계?

경기남부결창청은 지난 7월 ‘8월 중순까지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8월 20일이 지나도록 김씨의 소환이 이뤄지지 않자,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선거법 위반 공소 기효가 9월 9일인 만큼, 김씨나 이 의원에 대한 기소가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며 경찰을 압박했다. 당시 윤 후보자는 “스케줄대로 하겠다”고 발언했고, 예고된 일정에서 다소 늦어진 23일에야 김씨를 소환했다.

법조계에서는 김씨가 소환되더라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2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한 김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이 있는 건물로 직행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당초 예고보다 김씨 소환이 늦어진 이유로 ‘팩트 체크를 꼼꼼하게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좀 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라도 문제가 생길 경우, 조만간 당대표가 될 이재명 의원이 ‘정치보복’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상황을 배제하기 위해 팩트 체크에 신중을 기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23일 김씨의 출두는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주 내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것이라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 전당대회 앞두고 ‘방패’ 역할 자임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오전 이 문제와 관련해 "‘법인카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 후보나 부인이 기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제가 그 사안에 대해 잘 안다. 대선 때 총괄본부장으로서 내용을 봤고, 부부의 대국민 사과 과정도 의논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법인카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 후보나 부인이 기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진=BBS 유튜브 캡처]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오전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법인카드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 후보나 부인이 기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사진=BBS 유튜브 캡처]

그러면서 "법인카드 사안은 잘못된 행위이지만 이 후보나 김씨가 직접 개입하거나 지시한 사건은 아니다"라며 "물론 비서가 법인카드로 계산한 음식을 드신 경험은 있기에 정치 도의적 사과를 한 것이지, 카드를 쓰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과 경찰이 이 후보 주변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여론전을 통한 방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혜경 비서 배씨 공소시효는 9월 9일...이재명과 김혜경의 공소시효는 15년?

그러나 김씨의 개인비서인 배씨가 사용한 법인카드의 관리책임자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이다. 따라서 이 의원에 대한 소환도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전당대회를 핑계로 소환을 미룰 경우, 공소시효인 9월 9일을 넘기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법조계 일각의 판단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 20일 유튜브 ‘어벤저스’에 출연해 “공소시효에 대해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서는 김씨의 비서인 배씨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고 지적했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적이 없다는 배씨의 주장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배씨에 대한 공소시효만 9월 9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 의원과 김씨에 대한 죄명은 ‘국고손실죄’이기 때문에, 5억이 넘을 경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고 공소시효 역시 15년이라는 것이 서 변호사의 주장이다. 경찰이 배씨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김씨도 함께 기소하겠지만, 공소시효는 15년이기 때문에,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비서 배씨의 내연남 김모씨는 극단적 선택, 배씨의 80억 부동산 자금 출처도 미스터리

무엇보다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배씨의 내연남으로 알려진 김모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에 있다. 김씨는 배씨의 재산으로 추정되는 약 80억원의 부동산에 대한 자금출처와 관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배씨의 재산이 ‘이 의원의 차명 재산’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배씨가 그 정도의 부동산을 매입할 자금 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고손실죄를 따지기 위해서는 회계책임자가 반드시 같이 기소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핑계로 이 의원이 응하지 않을 경우, 소환조사 없이 바로 기소도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경찰은 조만간 김씨를 수원지검에 송치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이재명 의원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김혜경씨의 입장문에 따르면, "김씨가 법인카드 사용 여부를 몰랐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경찰이 소환조사까지 하는 것에 대하여 유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캡처]
이재명 의원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김혜경씨의 입장문에 따르면, "김씨가 법인카드 사용 여부를 몰랐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경찰이 소환조사까지 하는 것에 대하여 유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캡처]

검찰, 쌍방울그룹 문제와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도 일괄기소할까?

검찰에서는 김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더해 이 의원이 관련된 ‘쌍방울그룹 경영진의 배임·횡령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등 3개 사건의 수사·기소 속도를 발맞춰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안팎에선 이 의원에 대한 조사는 차기 검찰총장이 임명된 뒤에 이뤄질 거란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회자됐다. 최근 지명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쳐 9월 초 임명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변호사비 대납 의혹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총장 임명이나 검찰 수사 등 모든 일정이 이재명 의원의 소환조사를 고려해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런 검찰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 80조’ 개정 논의가 불거진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헌 80조 1항은 그대로 유지되는 대신, 80조 3항에서 ‘기소 시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구제 기구’가 기존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변경됐다. 당무위원회는 당 지도부와 시도당위원장 등 100명이 모인 당의 의사 집행기구로, 윤리심판원보다 신속한 정무적 판단이 가능하다. 조만간 닥칠 이 의원의 기소에 대비해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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