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 중인 러시아 기관 및 개인들과 협력하고 있는 복수의 튀르키예 사업체들에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러시아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밝혔다.

왈리 아데예모(Wally Adeyemo)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주(駐)튀르키예 미국 상공회의소에 보낸 서신에서 "만일 튀르키예 회사들이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개인들과 사업관계를 유지한다면, 이들은 미국 제재 대상에 포함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이와 동일한 서신을 튀르키예 최고 사업 협회인 '튀르키예 산업 및 비즈니스 협회(Turkish Industry and Business Association)'에 보냈다. 이 협회는 머릿글자를 딴 'TUSIAD'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고엔 튀르키예 기관들이 지난 2월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 러시아에 부과된 국제적 제재를 준수토록 하려는 미국측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월스트리트는 평가했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서신에서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그 어떤 개인이나 독립체에 물질적 지원을 한다면 이는 미국의 제재 대상"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튀르키예 은행은 미국 은행과 거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제재 중인 러시아 은행과 관련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제재 중인 러시아 행위자들과 관계를 유지하면 튀르키예 금융 기관들과 사업체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내 충고를 부디 듣길 바란다"고 서신에 적기도 했다.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도 러시아 제재엔 동참하지 않고 있다. 올해 튀르키예는 러시아 자금의 도피처로 각광받기 시작했으며,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가 슈퍼요트를 정박시켜놓거나, 젊은 반체제 인사들 및 기술 노동자들이 서류가방에 현금을 넣어 나르는 곳으로 선호되고 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아데예모 부장관의 서신에 대한 질문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는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갈등 사태에서 스스로를 '중개자(intermediary)'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록 성공적이진 못했지만 두 차례 평화회담을 주재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새로운 평화 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한 8월 초 재개된 우크라이나 곡물 해상 수출 합의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맡은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식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UN이 주도한 러시아-우크라간 합의 관련 협상은 튀르키예에서 진행됐다.

미국 당국자들은 오랫동안 튀르키예가 러시아 자산의 도피처가 되어가는 것에 대해 사적으로 우려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바이든 행정부는 튀르키예 정부가 제재를 준수하라는 목소리를 더욱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튀르키예측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인들이 '미국과 30여개 국가가 참여중인 제재를 피하기 위해 튀르키예를 이용하고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재무부가 밝혔다. 이는 제재 위반 가능성이 있는 터키에 대한 보기 드문 공개적 비판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가했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지난 6월 튀르키예를 방문했을 때에도 동일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한편 튀르키예 재무부는 자국 재무부 부장관이 "튀르키예에서 제재를 위반하고 있는 기관이나 개인은 없다"고 아데예모 부장관에게 밝혔음을 알린 상황이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 천연가스 구입 대금을 러시아 루블화로 지불하는 데 동의했으며, 터키 은행이 미국의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대체할 수 있는 러시아 신용카드 지불 시스템의 추가 도입에 협력하기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주요 은행 7곳이 지난 3월 '세계 스위프트 지불' 시스템에서 배제됐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 조치의 일환이다. 반면 튀르키예는 러시아 제재 조치에 동참하지 않은 유일한 나토 구성원이다.  

왈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 [사진=월스트리트저널]
왈리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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