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하위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자 중 절반 이상이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에서 발표돼 주목된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된 ‘숨은 감염’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코로나19의 독성이 이미 ‘독감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숨은 감염’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지만, 최근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숨은 감염자가 절반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숨은 감염’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지만, 최근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숨은 감염자가 절반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구팀, “오미크론 감염자의 56%는 인식 못해”

19일(현지시간)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17일 ‘미국 의학협회저널(JAMA) 네트워크 오픈’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지난 1월 이후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급증하기 시작하던 당시 센터 내 성인 직원과 환자로부터 2479개의 혈액 시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그 결과 210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중 56%는 감염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염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 중 10%는 오미크론이 아니라 감기나 다른 감염으로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오인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은 아무런 증상 없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가 회복됐다는 의미이다.

연구진은 “이처럼 많은 감염 사례가 인식·감지되지 못한 것이 오미크론 급속 확산의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논문의 주저자인 샌디 정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컬센터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진단되지 않는 감염이 바이러스 전파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가 된다"며 “의료 종사자의 경우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인지하는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약간 높은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미 뉴욕대 시겔 교수, “하루 10만명 확진자 보고되면 실제 감염자는 100만명 추정돼”

지난해 11월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는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을 촉발했다. 지난 1월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은 오미크론과 그 하위 변이들이 주도하고 있다. 델타 변이가 우세하던 지난해 7~12월의 전세계 하루 신규 확진자는 200만 명을 넘지 않았다. 반면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난 1월에는 한때 400만 명에 육박했다. 따라서 오미크론은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강하고, 중증도는 델타보다는 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BA.4, BA.5 같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입원 환자와 사망자 급증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BA.4, BA.5 같은 오미크론 하위 변이는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입원 환자와 사망자 급증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컬센터의 연구 결과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실제 감염자 수가 ‘보고되는 확진자 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뉴욕대 랭곤 메디컬센터 감염병 전문가인 마크 시겔 교수는 “하루 10만명의 확진자가 보고된다면 실제 감염자는 100만명쯤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자 과소 집계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대다수 미국인이 어떤 형태로든 코로나19에 한 번 이상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최근 미국에선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 넘게 집계되고 있는데, 실제는 이보다 10배쯤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천은미 이대병원 교수, “국내 확진자수는 공식통계 2230만명의 두 배인 4000만명 이상”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숨은 감염까지 합하면 현재 누적 확진자 수는 공식 통계인 약 2230만명의 두배인 4000만명 이상일 가능성이 높아, 이미 상당수가 면역을 형성한 상태일 것"이라며 "실제로 내원하는 고령층 환자들 중에서도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분들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숨은 감염을 통한 면역 확보에 더해 이미 치료제도 확보하고 있어서 코로나19는 사실상 독감 수준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독감보다 오히려 증상이 떨어진다는 말씀을 하시는 현장 의료진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기석 국가 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 "독감으로 입원하는 환자 봤나"

이처럼 코로나의 위험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기석 국가 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자문위원회 설명회에서 "의사 입장에서 코로나19는 제2의 독감"이라며 "앞으로도 코로나19로 입원하는 사람이 지금 같이 많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독감으로 입원하는 환자를 별로 못 봤을 것이다. 치료제가 있어 굳이 입원해도 무엇을 할 게 없다"며 앞으로 코로나19 환자 치료·관리를 제2의 독감 수준으로 맞추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에서 11월에 독감 경보를 발령하면 어린이와 고위험군은 예방 주사를 맞고, 열이 나면 병원에서 검사받는다"며 "타미플루 같은 대표적인 독감 약도 있다. 약을 먹어도 상태가 나빠지면 입원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로나19 역시 독감처럼 치료제와 백신 모두 있기 때문에, 독감 수준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정 위원장의 발표에 “우리도 코로나 종식을 선언해야 한다. 일본도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고, 북한마저 코로나를 종식한 상태에 한국과 중국만 ‘마스크를 강제’하며 국민을 통제한다”는 여론이 높아가는 실정이다. 실제로 음식점에서 손님은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지만, 조리와 서빙을 담당하는 직원은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북한 어린이 유튜버 '송아'는 지난 19일 게시한 영상에서 "여름방학을 마치고 첫 등교의 날이 됐다"며 이제 학교 안팎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해소를 공식 선언했으며, 이후 대부분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다. [사진=유튜브 'Sary Voline' 화면 캡처]
북한 어린이 유튜버 '송아'는 지난 19일 게시한 영상에서 "여름방학을 마치고 첫 등교의 날이 됐다"며 이제 학교 안팎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해소를 공식 선언했으며, 이후 대부분 지역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다. [사진=연합뉴스]

“마스크 벗자”는 여론 대두...올 가을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돼

만 2년반이 넘는 기간동안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좀 그만벗자”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 위원장의 발표처럼 ‘독감처럼 관리하는 것이 목표’라면, 독감처럼 아픈 사람만 자율적으로 병원 가서 치료받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코로나에 확진된 50대 A씨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1주일간 방에서 꼼짝않고 있으려니 죽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독감을 앓아도 이렇게까지 격리를 하지 않는 거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올여름 재유행은 이번주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10~11월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할 수 있다는 예측 때문에 당장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위원장은 "한 번의 큰 파도가 남아있으며 10~11월이 되면 모든 사람의 면역이 일시에 떨어지는 시점이 온다"고 밝혔다. 지난 봄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에 획득한 자연면역이나 백신 접종의 효과가 가을쯤에는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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