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미국의 더힐 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 대표. [사진=더힐]
지난 17일 미국의 더힐 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 대표. [사진=더힐]

대미관계(對美關係)에서 대만 최고위급 관계자인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대만 대표가 지난 17일 미국의 더힐(The Hill) 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 및 다른 미국 관계자들의 방문에 대응해 중국이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대만을 그 동맹국들에 더 밀접하게 만들 뿐이라고 밝혔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중국이 우리를 더 협박하면 할수록 우린 더 많은 친구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미국과 대만이 통상 협상을 이르면 올 가을에 시작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 몇 시간 전이었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중국이 군사 훈련과 분노에 찬 수사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맞섰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더힐은 밝혔다. 실은 더 많은 미국 인사의 대만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우린 중국의 도발적이고, 무모하고, 무책임한, 극도로 위험한 행동을 걱정하고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반대로, 중국의 협박의 피해자로서, 밖에 나가서 '우린 친구가 필요없다, 우릴 그만 방문해라'라곤 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샤오메이친 대표의 발언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두고 지난 수주동안 미중간 최고조에 달했던 긴장관계를 강조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펠로시 의장은 1997년 뉴트 깅리치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중 대만을 방문한 미국의 최고위급 당국자가 됐다. 그리고 이번주 초 미국 의원 5명으로 이뤄진 초당적 대표단이 다시 한 번 대만을 찾았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두 번에 걸친 대만 방문은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직면한 대만을 지지하겠단 미국의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일련의 조치들을 단행한 바 있다.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진행했고, 기후 변화 및 다른 문제들에 있어 미국과의 협력을 중단했으며 샤오메이친 대표를 포함해 대만 관계자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만약 중국이 제재를 통해 국제 공간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우리의 노력을 막을 수 있다거나 우리 목소리를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라며 "우린 이러한 제재에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이 이러한 행동을 취함으로써 오히려 국제 사회가 대만을 더욱 지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중국의 행동은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킬 뿐이고, 역설적으로 국제 공동체의 더 큰 지지와 대만 방문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중국은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현재 베이징이 오랫동안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해오긴 했지만,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자치 국가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양안간 평화적 통일을 강조하면서도, 필요하다면 힘으로 대만을 차지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있는 미국은 대만 독립을 공식 인정하거나 승인하진 않았다. 하지만 대만관계법을 통해 유사시 대만 방어에 나서겠단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으며, 대만과 비공식적이지만 상당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 관계자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해 점차 우려를 더하고 있으며, 백악관은 중국이 대만 근처에서 군사 훈련을 단행함으로써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 상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공식화되기 몇 주 전 미군이 그를 우려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펠로시 의장은 결국엔 대만 땅을 밟기로 결정을 내렸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대만 국민들이 미 의회 대표단의 방문을 예전부터 환영해왔다고 밝혔다.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수년간 계속되어왔지만 중국의 위협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최근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대만에게 있어 국제 사회에 대만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고 존재를 알리는 건 끊임없는 투쟁"이라며 "대만의 국제 공간을 틀어막으려 하는 중국의 행동이 오히려 국제 사회에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만 국민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는 셈"이라 했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대만 인근에서 진행된 중국의 군사 훈련이 주요 교역로 근처에서 벌어진 점으로 봤을 때 역내 무역을 방해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했다. "긴장이 고조되거나 위험한 행위를 하게 되면 세계 무역에 (부정적인) 잠재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중국은 역내 거대한 존재로서 잠재적 마찰과 긴장을 일으키지 말고, 안정을 유지하겠단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백악관은 베이징이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구실로 대만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하려 하고 있다며 중국을 비난했었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지난 주 "중국이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의 조치는 도발적이고, 불안을 조장하고 전례가 없던 것"이라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 방위에 나설 것이라 말함으로써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는 대만에 대한 미국의 오랜 정책인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에 마침내 변화가 있을 것이란 추측을 낳았다. 백악관은 이 발언의 여파를 차단하려는 듯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정책의 변화를 반영하진 않는다'고 재빠르게 입장을 내놨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만 국민들은 강력한 약속을 환영한다"며 "중국 문제에 있어 대만 방어를 강화해 최악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만은 평화를 원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 현상태를 지키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잠재적으로 아주 위험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어야 하고 최악의 경우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대만은 중국의 경제, 사이버 영역 침투에 대비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의 위협에 맞설 수 있는 혼합 대응 체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샤오메이친 대표는 2020년 7월부터 주미 대만 대표를 맡고 있다. 대만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를 둔 그녀는 1971년 일본 효고현 고베시에서 태어나 대만 타이난 시에서 성장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샤오메이친 대표는 현재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국 타이페이 경제문화대표처(駐美國臺北經濟文化代表處)'에서 미국과 대만간 외교 임무를 맡고 있다. 경제문화대표처는 표면적으로는 연락사무소이지만 대만이 미국에 설치한 외교 공관으로서 사실상의 대사관 역할을 겸하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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