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열릴 G20 정상회의에 시진핑, 푸틴 참석할 계획 갖고 있어
정상회의에서 푸틴과 젤렌스키가 만날 가능성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7월 2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난 모습 [사진=블룸버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7월 2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난 모습 [사진=블룸버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해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열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위도도 대통령은 "시 주석은 올 것"이며 "푸틴 대통령 역시 참석하겠다고 내게 밝혔다"고 18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의 지도자가 11월 G20정상회의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모두 참석할 것임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 정상들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모양새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들 모두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자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러 정상이 "제한 없는"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직후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뤄졌고, 이에 대한 대응 조치인 러시아 제재에 동참할 것인지를 두고 G20 국가들은 분열된 바 있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의 해외 순방에 대한 논평을 해달란 요청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 밖을 나선 적이 없다. 러시아 크렘린 궁 대변인 역시 논평을 거부했지만 현 상황을 잘 아는 다른 관계자에 의하면 푸틴 대통령이 현재 직접 회의에 참석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크렘린은 성명에서 푸틴 대통령이 참석할지의 여부를 밝히진 않았지만, 러-인니 정상이 18일 전화를 통해 발리에서 개최 예정인 G20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상의했다고는 전한 상황. 만일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직접 대면할 가능성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G20 회의에서 러시아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미국 당국자들도 푸틴 대통령이 발리 정상회의에서 빠져야 한다며 인도네시아에 압력을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발리 정상회의에서 만난 김에 첫 대면 회담을 할 수 있단 가능성을 내비친 상황이지만, 미중간 긴장은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후 방위 및 다른 분야의 회담을 모두 중단시켰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실시한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위도도 대통령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국간의 경쟁은 심히 우려스럽다"며 "우리가 원하는 건 역내 평화와 안정이 유지돼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이어 "이는 인도네시아만이 원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 역시 같은 바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 밝혔다.

이번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인도네시아는 러시아를 추방하자는 압력에 맞서면서 주요 열강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달 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시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세계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혜와 책임감을 필요로 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동시에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위도도 대통령은 대만 문제로 인한 미중간 긴장의 불똥이 남중국해로 튈 수 있단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위도도 대통령은 "국제 사회는 대신 식량, 에너지, 팬데믹 위기에 대처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더 부유한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자금을 제공해주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게 투자해주길 원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동안 미국의 대(對)인도네시아 투자는 중국과 홍콩의 투자액 4백억 달러의 ¼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서 고속도로 및 고속철도에 투자해왔으며 여러 상품 가공 공장들을 짓기 위한 자금을 대규모로 쏟아붓기도 했다.

러시아는 대(對)인도네시아 투자는 아주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페르타미나(Pertamina)는 러시아 굴지의 석유회사 로스네프트(Rosneft)와 1백35억 달러에 달하는 정유 공장을 짓기 위한 합작 투자 협약을 맺기도 했다.

위도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는 2억7천5백만 국민의 삶을 증진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무역과 투자에 힘쓰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는 어느 특정 블록에 가입할 의사가 없다"고도 밝혔다. 이어 "인도네시아는 모두와 친구가 되고 싶다"며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했다. 또한 "각각의 국가는 자신만의 접근법이 있고, 각각의 지도자 역시 자신만의 접근법이 있는 법"이라며 "인도네시아가 정말 필요로 하는 건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건 투자, 기술이다"라고 밝혔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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