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의 메시지월드] 윤석열 대통령, 낮에는 궁예 밤에는 왕건
[공희준의 메시지월드] 윤석열 대통령, 낮에는 궁예 밤에는 왕건
  •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프로필사진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이메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최초승인 2022.08.19 08:44:30
  • 최종수정 2022.08.19 17:32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尹 일거수일투족에는 궁예가 품었던 성취감 못잖은 자신감 수시로 드러나
대대적 인적쇄신 거부, 민심의 아우성을 불경스러운 기침소리로 치부하나
궁예만큼이나 내부총질 혐오하는 윤석열 정권의 본질은 호족연합체
윤핵관에게 '이준석 저 놈을 철퇴로 내리치라' 명령 신호
尹이 부패한 지방호족형 정치인들의 기득권 소탕할줄 기대했건만 오히려!

궁예는 왜 기침소리를 싫어했을까

“지금 누가 내부총질을 하였는가? 누가 내부총질을 하였는가 말이야!”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을 대표하는 명장면의 하나로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두고두고 각인된 인상적 내용이 있다. 어전회의에서 장광설을 늘어놓던 궁예가 기침소리를 낸 신하 한 명을 역심이 있다며 그 자리에서 내군 병사들로 하여금 철퇴로 때려죽이는 모습이다. 이 충격적 장면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 전역을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사태와 맞물리면서 수많은 인터넷 밈 콘텐츠를 낳으며 다시금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집권 말기의 궁예는 광인에 가까운 행태를 거듭했다. 그는 철원으로의 무리한 천도 공사를 강행해 백성들의 원성을 샀다. 스스로를 살아있는 미륵이라 자처할 정도로 지독한 오만과 독선에 빠졌다. 관심법으로 불리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희대의 고무줄 잣대를 내세워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와 관료들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마련이다. 궁예를 타도하고 왕권을 장악한 왕건은 폐주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소문들을 의도적으로 조작해 조직적으로 유포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허나 확실한 사실은 궁예가 왕건과 그를 추종하는 장수들이 일으킨 군사반란에 무기력하게 제압당한 일을 감안하건대 태봉 왕국의 처음이자 마지막 황제는 정상적 판단력도, 백성들의 인심도 이미 오래전부터 크게 잃었을 것이란 점이다. 드라마를 단지 드라마로만 한가히 볼 수 없는 까닭이다.

극중의 궁예는 짧은 기침소리까지도 참지 못하는 잔인무도한 폭군으로 묘사된다. 그럼에도 회의 중에 기침소리를 잠깐 냈다는 이유로 즉결처형을 당하는 엽기적 광경은 인권 개념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관념이 아예 전무하다시피 했을 서력 10세기 초엽 기준으로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수가 있다.

그렇지만 궁예의 내재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상황은 약간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 궁예는 부주의한 기침소리마저 저강도 형태의 내부총질로 간주했던 탓이다. 궁예가 후삼국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사건은 반평생을 검사로만 지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단 한 번의 공직선거 출마로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일만큼이나 기적적 현상이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검은 백조(Black Swan)의 출현을 능가할 놀라운 이변이었다.

남들은 그저 꿈으로만 여겨온 신화의 주인공으로 웅비했으니 궁예의 긍지와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했으랴? 이런 궁예에게 어전회의에서의 기침소리는 황제의 위대하고 거룩한 웅지를 이해하지도, 동의하지도 못하는 사악한 마구니들의 불평불만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마구니는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가? 궁예는 그 어떠한 정상참작 없이 철퇴로 단호하게 처단하는 길만이 유일한 정답이라고 믿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반 대중에게 보여준 일거수일투족에는 후고구려의 창업자 궁예가 품었던 성취감 못잖은 자신감이 수시로 뚜렷이 묻어난다. 그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기대해온 대통령실의 대대적 인적 쇄신을 결과적으로 거부한 행동은 윤 대통령이 현 정부를 향해 전면적 인적 교체를 요구하는 민심의 아우성을 어전회의에서의 불경스러운 기침소리쯤으로 치부하고 있음을 완곡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그동안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눈엣가시로 보였겠는가? 더욱이 윤석열 정권은 세간에서 윤핵관으로 부르는 현대판 종간과 아지태들로 득시글하다. 종간은 궁예의 최측근으로 초기에는 나름 쓴소리를 곧잘 했었다. 하지만 궁예가 광기에 가득 찬 폭군으로 완전히 변한 후에는 입을 꾹 닫고 비루하게 자리보전에만 급급해했다.

공교롭게도 김건희 회사의 팬클럽 회장을 역임한 강신업 변호사처럼 청주 사람으로 소개된 아지태는 한 술 더 떠 궁예의 잘못된 정책을 앞장서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아지태는 무엇보다도 궁예 몰락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수도 이전 작업을 도탄에 빠진 백성들의 원망을 무시한 채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였다. 아지태는 궁예가 빨리 망해야 그 반대급부로 본인이 나라를 차지할 수 있다고 약삭빠르게 계산한 터라 황제의 폭정과 실정을 열심히 선두에서 옹호하고 실행하는 ‘궁핵관’으로 활동했던 것이다.

아지태의 음흉한 속내는 그가 궁예에게 토사구팽을 당하는 순간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아지태가 철퇴에 맞아 비참하게 쓰러지기 직전에 유언 삼아 최후로 내뱉은 단말마적 절규를 잠시 경청해보자.

“(끝으로) 바른 말 한 마디 하마. 이 미치광이 황제야! 너는 미쳤다.”

윤석열 정권의 본질은 호족연합체

과연 궁예는 원래부터 실로 악의 화신이었을까? 궁예는 신라 경문왕의 아들을 자칭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궁예가 극히 미천한 태생 출신이었음을 증명한다. 전근대적인 봉건 농경사회에서 살림이 어려워져 더는 자식을 부양할 수 없게 된 하층계급 농민들은 아이를 절로 보내 스님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산사에 입사하면 굶어죽을 걱정은 없었기 때문이다.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도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부모로부터 어릴 적 버려져 사찰에 들어간 경우다.

궁예가 활약한 신라 말기는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크고 작은 지방호족 세력들이 우후죽순으로 발호하기 시작했다.

민중에게 최악의 시련기는 강력한 전제적 독재권력이 중앙에서 버티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독재권력은 최소한의 법과 질서는 유지해준다. 그러므로 백성들에게 가장 나쁜 정치정세는 도처에 산재해 할거하는 지방호족들이 제각기 세력을 키우며 자립하는 구도다. 중앙정부의 견제와 감시가 사라지면 이들 지방호족들은 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극대화하는 법이다. 지방호족의 준동과 득세가 대규모의 유민 양산으로 연결되는 배경이다. 유민들 중 일부는 산적 무리나 화적떼로 변신해 백성들을 더욱더 괴롭히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궁예는 이와 같은 총체적 무정부 상태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그건 옛 백제 땅에 터전을 잡고서 후백제를 세운 견훤도 마찬가지였다.

호족들은 시도 때도 없이 들쭉날쭉하게 가렴주구에 탐닉하지만 통일된 중앙권력은 비록 무겁기는 해도 정해진 시점에 규정된 양만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짠다. 부패 중에서도 단연 고약하고 악질적인 부패가 지역유지들과 지방토호들이 자행하는 풀뿌리 부패인 연유다. 생활의 안정성과 생명 연장의 측면에서 궁예의 절대권력은 지방호족들의 난립보다는 백성들에게 바람직했다.

그런 맥락에서 호족연합정권인 고려는 일견 역사의 후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왕건은 궁예와는 달리 내부총질을 금지한다는 구실로 무분별한 살상을 일삼지 않았다. 고려는 지방호족들의 강대했던 세력을 차츰차츰 꺾어가면서 광종 대에 이르면 거의 완벽한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궁예만큼이나 내부총질을 혐오하는 기색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필자는 이준석을 축출한 윤석열 정권의 친위쿠데타의 정통성과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는지라 그를 전 대표로 일부러 표기하지 않았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윤핵관들 면전에서 그를 “이 새끼, 저 새끼”로 상스럽게 멸칭한 게 자신을 겨냥한 일종의 숙청 명령으로 작동했다고 분석했다. 비유하자면, 저 놈을 철퇴로 내리치라는 신호였던 셈이다.

이준석을 제거하고 국민의힘의 전면에 등장한 인물들 사이에는 확연하고 본질적인 특징적 공통분모가 발견된다. 대다수가 전통적이고 학술적 의미의 지방호족 세력이라는 점이다. 이준석이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한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이철규 의원 모두 지역에 확고한 거점을 구축한 양상이다. 정진석 국회부의장 또한 지방호족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지하고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에서의 직위를 이용해 관급공사를 대거 수주했다는 지탄을 받고서 국민의힘을 탈당했다가 은근슬쩍 복당한 박덕흠 의원 역시 영락없는 지방호족이다. 박덕흠의 복당에는 사돈인 정진석의 입김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상식적 시각일 것이다. 더욱이 박덕흠이 집권여당의 곳간을 관리하는 사무총장으로 임명될 뻔한 황당한 사태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소가 웃을 일이다. 생선가게 주인의 허락 없이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속적으로 노정해온 시대착오적 보수성과 구태의연한 퇴행성에는 현 정권의 주축 인사들이 구태에 물들고 기득권에 찌든 지방호족형 정치인들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저변을 이루고 있다. 왕건과는 다르게 윤 대통령은 남한사회의 지방호족 세력이 저들 수중에 단단히 틀어쥔 반민중적인 부패한 기득권을 점진적으로라도 타파하겠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은 내부총질을 불허하는 성격에서는 궁예의 재림이다. 지방호족들의 비리와 횡포에 눈감고 있다는 맥락에서는 왕건을 방불하게 한다. 궁예의 단점과 왕건의 한계를 정확히 절반씩 섞어놓으면 임기 100일을 갓 지난 윤석열이 나타난다고 하겠다.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쯤 또 어떤 낡고 썩은 지방실력자에게 신뢰와 애정의 마음이 듬뿍 배어 있는 앙큼한 체리따봉 이모티콘을 보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