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관계자, '한반도 비핵화' 개념 놓고 '美 핵우산 철수' 포함도 시사해 논란
"그런 문제(美 핵우산 등 철수)까지 포함해 美北간 협의" 발언했다 수정
美北회담 일정 확정 직후로 자신하던 핫라인 통화 지연…"콘텐츠가 있어야" 변명
열흘 안남은 北핵실험장 기자 참관에 "협의중"만, 전문가 참관엔 "정보가 없다"

북핵 위협의 당사자가 아닌 '중재자'를 자임해 온 문재인 정부가 정작 미·북 정상회담 일자·장소 확정은 물론 협상 과정에서도 사실상 소외돼 '관망자'로 전락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초 '미북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되면 이를 계기로 통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해 온 북한과의 정상급 핫라인 첫 통화가 무기한 미뤄지는 모양새다. 한편으로는 북한과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논란도 자초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4일 오전 미북간 핵 협상 내용이나, 이날부로 24일째 남북 핫라인 통화가 미뤄지는 배경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모르겠다" "파악이 안 됐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기자들은 '핫라인이 왜 늦어지고 있나', '미북간 잘 되고 있으니 우리가 조율할 여지가 없다고 봐도 되나', '오늘 중에는 (통화가) 가능한가', '이번주 중 (통화) 가능성이 높나',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가시기 직전에 (통화하나)', '핫라인 통화가 늦어지는 건 통화 소재가 바뀌는 것인가. (미북 정상회담) 장소가 정해졌는데도?',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의제와 소재 조율 중인가', '우리 측이 원하는 (통화) 일정은 언제인가' 라는 질문을 잇따라 쏟아냈다.

하지만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오자, '지난주에 (청와대에서 핫라인 통화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 하고 조만간 있을 거라고 3~4차례 얘기했는데 (늦어지는) 배경 설명을 좀 해달라'는 물음까지 나왔지만 이 관계자는 "제가 진짜 몰라서 그렇다"고 벽을 쳤다.

다른 고위관계자도 이와 관련 "핫라인은 정상간 통화와는 궤가 다르고 말 그대로 핫라인이기 때문에 은밀한 얘기가 있을 때 (이뤄진다)"라면서 "핫라인 통화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양 정상간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빨리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라고 수습에 나섰다.

이날 북한이 오는 23~25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된 현장을 외신 기자들에 공개한다고 예고한 것과 관련 질문도 나왔다. 

'앞으로 열흘도 안 남았는데 북측에서 핵실험장 폐쇄 참관 관련 어떤 연락이 왔느냐'는 물음에 핵심관계자는 "뭔가 접촉은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실무적인 논의를 아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불투명한 답변을 했다.

'(기자들이) 언제 어떻게 이동하느냐', '부처 출입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의 질문에는 "그것 자체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논의하고 있다"며 역시 구체적인 답변을 꺼렸다. 

현재 불분명한 핵실험장 폐쇄현장 전문가 참여 부분을 다시 북한과 이야기할지에 대해서도 "어떻게 할지 아직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핵실험장 폐쇄로 북핵 폐기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우려하는 것에는 "지켜보자"고만 했다.

이밖에 6·12 미북 정상회담 직후 남·미·북 또는 남·미·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라고 반응했고, G7 회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찾는지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했다.

존 볼튼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 또는 제3국에 반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에 관해서는 "하여튼 북미(미북)간에 논의된 내용이라 저희가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는 어느 나라에 반출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우리 정부의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핵무기가 북한 땅에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당연한 이야기"라며 "북한 땅 안에서 자체적으로 폐기하든지, 아니면 제3국으로 반출하는 방법밖에 더 있겠느냐"고 비교적 확고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핵우산, 핵 전략자산 전개가 포함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문제까지 포함해서 북미(미북) 사이에 협의를 할 것"이라며 "애초 우리가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한 것 아니냐"고 답변해 파장이 예상된다.

핵우산 철회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느냐는 지적에도 "뭐 그것도 북미(미북) 사이에…"라고 여지를 남겼다가, '우리 정부의 입장은 뭐냐'는 물음에 "제가 확인하지 않았다"고 즉답을 피했다.

미북간 협상 국면에 관해서는 "저희는 (논의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압축적으로 이뤄지는 게 (좋다)"라면서, 협의 결과를 전달받는지에 대해서는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파악은 하고 있다"고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잠시 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저는 북미(미북)회담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며 "핵우산과 전략자산 전개가 북미 사이에 논의되는지 알지 못한다"고 발언을 수정했다.

이어 "아침에 한 이야기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논의할 일'이라는 취지"라며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가 말을 바꾼 이유는 북한이 핵을 가진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미북정상회담에서 검토되는 것만으로도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사건으로 고위관계자까지 기자들로부터 '한반도 전개 전략자산과 핵우산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 협의할 사안이냐, 한미 동맹간의 문제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고, 고위관계자는 "한국정부가 확인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핵우산 공약은 '핵무기를 갖지 못한 동맹국이 적국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으면 자국이 보유한 핵무기로 보복 공격한다'고 선언하는 정책이다. 미국은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 등을 통해 대한민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공약하고 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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