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타이완이 사상 최대 규모의 동남아 인신매매사건으로 온나라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 여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데다 피해자가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전례없는 엽기사건이기 때문이다. 어림잡아 올 한해 동안 매달 평균 1000명씩 동남아에 취업하러 출국하는데 반해 고향으로 돌아온 이는 100명 정도에 불과했다. 정확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인원이 소리소문없이 해외에서 연락이 두절됐다. 사건의 윤곽인 지금 막 드러나고 있지만 규모가 워낙 방대해 전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8월 16일자 The Diplomat지에 따르면 타이완 경찰은 대략 피해자가 2000명 정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아 피해자 규모는 최대 5000명에 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타이완 TVBS등 현지 매체들은 장기적출까지 당해 살해된 이가 대략 1000명대에 달하고 있으며 실종돼 행방이 묘연한 피해자가 4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타이완내 인신매매 조직이 회사를 설립해 직원을 모집한 뒤 이들에게 해외에 나가 일하면 큰 돈을 벌수 있다고 단체로 납치한 사건이다. 구체적인 수법을 보면 이른바 타이상台商(타이완상인)이 해외 관광을 시켜준다고 직원들을 동남아 국가로 유인해 핸드폰과 여권을 몰수하고 현지 업자에게 신병을 넘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항의라도 하면 사람을 시켜 바로 제압했다. 유괴코스는 타이완에서 태국 방콕을 거쳐 미얀마에서 감금한 채 강제 노동을 시키거나 다시 캄보디아 시아누크빌로 데리고가 중국본토출신의 흑사회에 팔아넘기는 식이다.

미얀마에서는 감옥이나 다름없는 수용소에 가두고 일을 시켰다. 타이완매체에서는 이를 두고 KK園區위앤취(캠퍼스, 단지라는 의미)라고 부르고 있다. 유괴당해 이 곳에 수용된 타이완인들은 안에서는 자유롭게 다니지만 울타리에 접근하면 탈출을 기도한 것으로 간주돼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여기서 탈출할 확률은 5천분의 1에 불과할 정도였다. 울타리는 4미터 높이로 주변에는 무장한 카렌족 민병대가 24시간 감시를 했다. 이곳에서 업무실적이 부진하거나 탈출을 기도했다가는 소위 빙뿌兵部(군대식의 취조시설)로 끌려가 전기충격기로 구타를 당했다.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KK캠퍼스에서는 17시간 동안 일하고 실적이 부진하면 벽돌을 들고 왔다 갔다하는 벌을 서면서 “임무를 완성하겠습니다”란 구호를 목청껏 외쳐야 했다. 그리고 벽돌이 무거워 놓치기라도 하면 구타를 당했다. 속아서 유괴된 피해자들이 KK園區위앤취에서 하는 일은 타이완에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다른 사람들을 유인해 동남아로 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매달 15명에서 20명의 타이완인을 오도록 하지 못하면 전기충격기로 고문을 당했다.

KK園區.
KK園區.

유괴돼 감금된 이들은 미얀마 혹은 캄보디아에서 생체 장기적출을 당했다. 타이완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정해진 가격도 있었다. 두 눈이 1525달러, 심장이 11만 9천 달러, 간이 15만 7천달러, 두피가 607달러, 두개골과 치아가 1200달러, 관상동맥이 1525달러, 신장이 20만 달러, 췌장이 35만 달러 등으로 신장과 췌장의 가격이 가장 높았다. 매매되는 타이완인의 장기는 전신을 16개 부분으로 세분화했다. 혈액에서 피부까지 신체의 거의 모든 부분을 판 것이다. 적출된 장기들은 바로 냉장보관함에 담겨 태국, 심지어는 두바이까지 팔려나갔다. 캄보디아에서 매매되는 타이완인의 장기 가격표로 전신을 16개 부분으로 세분화했다. 인신매매단은 캄보디아에서 물건이 얼마든지 있으니 언제든지 문의하란 선전도 해가며 장기를 판매했다. 산채로 장기를 적출당한 피해자들의 시신은 미얀마의 밀림이나 캄보디아의 바다에 그대로 버려졌다.

구출돼 귀국하는 타이완인 피해자.
구출돼 귀국하는 타이완인 피해자.

사건의 주무대인 캄보디아와 미얀마는 중공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동남아 일대일로의 거점이다. 오래전부터 친중국가로 중공측 관변의 입김도 상당하지만 중공의 흑사회도 일찌감치 진출한 국가다. 특히 캄보디아는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친중국가로 1997년에 타이완은 대표처를 철수한 상태다. 때문에 큰 사건이 발생해도 타이완은 이를 조율할 마땅한 외교채널이 없다. 캄보디아에서 3천달러의 몸값을 주고 겨우 탈출한 한 젊은 커플은 총통부에 구해달라는 서신을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면서 정부에 분노했다. 이렇게 인신매매를 당한 중국인들을 가리켜 주짜이豬仔(새끼 돼지)라고 한다. 타이완에서는 수 천명의 국민이 주짜이豬仔로 전락했지만 차이이원 정부는 못들은 체 못본 체 하고 있다는 비난으로 시끄럽다. 범행수법이 교묘하고 외교채널이 없어 정부가 역부족인 점도 있기는 하지만 바로 적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또 차이잉원 정부가 그동안 신남방정책을 표방한다고 해놓고 동남아에서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느냐고 야당 국민당은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미얀마의 KK園區 붉은 색이 울타리로 카렌족 민병대의 감시초소가 설치돼 있다.
미얀마의 KK園區 붉은 색이 울타리로 카렌족 민병대의 감시초소가 설치돼 있다.

친중, 반민진당 성향이 강한 타이베이시장 커원저는 일자리가 없어 해외로 나간 국민이 납치돼 장기가 적출되고 물고기밥이 되는데 대해 차이잉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중공에 상당히 친화적인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은 의사출신으로 신선한 장기적출에 필요한 ECMO의 전문가다. 따라서 중공의 파룬공 장기적출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의심받아온 인사이기도 하다. 사건이 크게 불거지자 민간에서도 실종된 가족을 정부가 나서서 찾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핑동현에서는 현민 42명이 실종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얀마 캄보디아에서의 타이완인 강제노동, 인신매매, 장기적출에는 동남아에 일찌감치 진출해 터를 잡은 중공의 흑사회도 연루돼 있다. 중공이 미얀마 국경에 울타리를 설치해 불법월경을 원천 차단하는 바람에 인력수급에 곤란을 겪은 동남아 현지의 중공업자들이 그 빈자리를 유괴한 타이완인으로 메운 것이다.

인신매매 보도화면 TVBS.
인신매매 보도화면 TVBS.

일대 일로를 기치로 캄보디아, 미얀마등에 진출한 중공의 흑사회는 그 세력이 상상이상이다. 캄보디아의 시아누크빌은 일찌감치 중공의 검은돈이 몰렸고 도박, 매춘, 인신매매 소굴이 된 지 오래다. 미얀마 역시 중공의 세력판도로 현지 소수민족까지 장악하고 있다. 중공과 타이완의 검은 세력이 모두 연루된 이 사건은 워낙 방대해 그 전모가 밝혀지기까지는 꽤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워낙 엽기적이라 현실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다.

타이완인 적출 장기 가격을 보도하는 CTI TV.
타이완인 적출 장기 가격을 보도하는 CTI TV.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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