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습. [사진=블룸버그]
2019년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습. [사진=블룸버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이 북한과의 관계를 확대할 것을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인력, 물자 소모가 극심한 러시아가 주변국인 북한에 손을 뻗는 모양새다.

푸틴이 15일 광복절을 맞이한 북한에 축전을 보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했다. 푸틴은 북한에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북한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긴 했지만,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조선중앙방송이 푸틴의 축전을 보도한 것은 처음이다.

조선중앙방송은 푸틴이 축전을 통해 "두 나라가 공동의 노력을 바탕으로 상호간 종합적·건설적 관계를 계속해서 확대해나가자"는 뜻을 전해왔다고 보도했다. 작년 축전에선 푸틴은 '러시아-북한의 협력이 안보에 기여할 것'이란 비슷한 말을 사용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과 북한 전사들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철도로 연결돼 있는 북한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왔다. 북한은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지지하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들 중 하나다. 북한은 또한 수십년간 대포류를 비축해왔는데, 일부 분석가들이 추측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북한의 포가 푸틴이 전쟁에 사용하고 있는 무기의 주된 공급원일 수 있단 평가다.

푸틴이 북한과의 관계 확대를 원하는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블룸버그가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무기를 절실히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움이 필요하단 것이다.

주평양 러시아 대사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 루간스크 지역에 근로자들을 파견하려 한다고 지난달 NK뉴스가 보도했다. 북한은 수년간 러시아와 중국에 근로자를 파견해, 김정은 정권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외화를 벌어들이도록 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키우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북한은 미국의 고려 대상에서 벗어난 상황. 김정은은 UN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에 대한 우려 없이 핵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 

UN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갖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핵 능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추가 조치에 찬성할 가능성 역시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 2017년 미사일 발사를 통해 도발을 감행했을 때에도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에 반대했다. 당시 도날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란 표현까지 써 가며 북한에 경고한 바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5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과 관련해 추가 제재 조치가 담긴 미국의 UN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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