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2.5.10(사진=연합뉴스, 화면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2.5.10(사진=연합뉴스, 화면편집=조주형 기자)

1. 새 정부 출범 100일의 의미

이번 8월17일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는 날이다. 5년의 임기 중에서 100일은 큰 비중이 아닐 수 있지만, 첫 100일의 의미는 특별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권이 교체되고 새 대통령이 취임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상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첫 100일이 남은 1,700여 일의 국정운영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첫 100일은 역대 다른 정부에 비해 훨씬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진행되었다. 대선 결과의 근소한 차이와 여전히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여소야대의 상황이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권교체 직전까지도 청와대 이전 문제나 검수완박 입법의 강행처리 등으로 인하여 신구 정권의 갈등이 매우 첨예하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임기 초 허니문 기간조차 없이 여야의 날 선 공방 속에서 100일이 지난 셈이다.

새 정부 초기의 여야 허니문은 단지 허울 좋은 관행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선거에 승리한 여당은 그 여세를 몰아서 야당을 압박하려 해서는 안 되고, 선거에 패배한 야당은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새 정부의 구성 및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보다는 협력을 우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 때문에 새 정부 초기의 허니문이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도 널리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의 진영 갈등이 극심해지고, 서로를 불신하고,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확산되면서 여야의 허니문조차 자취를 감춘 것이다.

사실 여야 허니문이 윤석열 정부에서 비로소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는 촛불시위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야당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임기 초부터 적폐청산을 내세워 야당을 압박했던 것도 허니문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이 워낙 무기력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지 못했던 것이지, 여야 허니문으로 부를 수 있는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다.

문제는 허니문조차 없는 여야 갈등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의 정치는 더욱 후퇴할 것이라는 점이다. 진영 갈등은 더욱 첨예해지고, 과거의 망국적인 영호남 갈등 이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며, 공익과 당파적 이익의 구분이 흐려질 것이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할 수 있다.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잘못된 것이라는 식의 비판은 객관적인 평가와 대안의 제시를 통해 대한민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는 것이 아니라, 내 편과 네 편을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은 1천700여 일도 지난 100일처럼 보낼 경우에는 –책임의 소재 논쟁은 접어두고- 윤석열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야말로 지난 100일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임기를 위한 새로운 국정운영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적기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2022.5.10(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행사장을 떠나며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2022.5.10(사진=연합뉴스)

2. 윤석열 정부에서 개선된 것들

100일이라는 시간은 경제정책이나 외교정책 등 중장기적 정책들이 성과를 내기는 불가능한 짧은 기간이며, 새 정부의 출범 초기임을 고려할 때, 각종 정책들의 성공 여부보다는 그 방향성 내지 절차와 방법에 대한 평가가 더 많이 나오는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들이 엇갈리고 있지만- 출범 100일차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정책의 기본방향에 대한 평가를 위주로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윤석열 정부에서 개선된 점도 분명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수 있는 것은 법과 원칙의 강조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법과 원칙을 무시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정부는 많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법과 원칙이 존중되지 않은 사례들은 많았다.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큰 혼란과 정규직 시험을 준비하던 사람들의 좌절을 야기했던 것이고, 여대야소의 정국을 이용한 각종 입법폭주도 법과 원칙의 존중이 아니었다. 또한, 최근 검수완박 입법과정에서 보여준 민형배 의원의 위장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원회의 무력화도 그렇다.

반면에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노사 양측을 압박하였던 것은 문제의 합리적 해결의 물꼬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노사 간의 갈등과 대립이 있을 때, 정부가 어느 한쪽 편을 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제대로 뿌리내린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찰국 신설에 대해 법에 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타당하지 않다, 1990년 정부조직법의 개정 취지 및 경찰청 신설 당시의 국회 논의를 볼 때, 정부조직법상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이 빠진 것은 경찰청이 치안을 담당하되, 행정안전부(당시에는 내무부) 장관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직접 치안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청의 관리⋅감독을 위한 것이라고 볼 때, 경찰국 신설이 법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 법무부의 검수완박 대응을 위한 시행령 문제도 논란이 많다. 검수완박 입법의 정당성 문제는 차치하고,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결정 이전에- 검수완박 법률을 무시하고 시행령에서 이를 뒤집어서 공직자범죄, 선거범죄를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만든다면, 이는 법과 원칙을 깨뜨리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직자범죄의 성격과 부패범죄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것에 대한 교통정리라면 그것이 검수완박 법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법과 원칙을 깨뜨리는 것도 아니다.

그밖에도 윤석열 정부에서 개선된 것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강제북송 사건 등을 제대로 규명함으로써 법과 원칙을 재확인함과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한 것,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는 것 등이 지목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2022.5.10(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2022.5.10(사진=연합뉴스)

3. 윤석열 정부가 개선해야 할 것들

현재의 상태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개선된 것들보다는 앞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점에 대한 지적들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이는 여야의 날카로운 진영 갈등으로 인하여 윤석열 정부가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못하는 탓도 있고,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인 출신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정치인으로서의 처신에 익숙하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점은 여야의 과도한 갈등 및 그로 인한 국정운영의 어려움이다. 물론 그 책임은 정부⋅여당에 못지않게 야당에게도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정운영의 일차적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기 때문에 여야의 협치를 위한 정부⋅여당의 노력이 더욱 크게 요구되는 것이다. 예컨대 야당의 날 선 비판을 우려하여 검찰총장의 임명을 미루고 있다면, 그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검찰총장을 지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이를 거부해서 임명이 늦어지는 상황과는 또 다르기 때문이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윤석열 정부가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야당만 탓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대통령이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고, 설령 대통령의 합리적인 제안을 야당이 거부하더라도, 화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며, 국민들의 정부⋅여당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내각 구성과 관련하여 인사 실패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장관 후보자 중에서 몇 명이 낙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검증이 없었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에 대해 문재인 정부도 그랬다는 식의 답변은 지양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윤석열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문재인 정부와 달라질 것을 기대한 것임을 벌써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발전과 국민퉁합을 위한 가시적인 비전과 구체적인 대안의 제시가 필요하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정의 여러 분야에서 제시되는 세세한 정책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가 어떤 성격의 정부였고, 어떤 점에 특히 신경을 썼고, 성과를 보였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작은 일들을 세세하게 챙기는 것은 대통령의 역할이 아니다. 국민들을 상대로 큰 그림을 보여주고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여 국가발전의 기본방향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을 얻어서 이를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의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및 정치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2021.06.29(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의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및 정치선언 기자회견을 했다. 2021.06.29(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편집=조주형 기자)

4. 국민들의 기대와 실망, 윤석열 정부가 나아갈 길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한편에서는 임기 초부터 이렇게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 잦은 여론조사 및 이를 의식하는 국정운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독불장군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총장으로서는 국민들의 생각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에만 집중하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는 수사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을 염두에 두고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 및 갈등의 조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과 더 많이 소통해야 하며, 다양한 의견들, 특히 반대와 비판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런 가운데 국민들 또는 야당의 요구 중에서 수용해야 할 것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소신 있게 추진해야 할 일을 현명하게 구별해야 할 것이다. 마치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트 니버(Reinhold Niebuhr)의 기도문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신이시여,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변화시켜야 할 것들은 변화시키는 용기를 주시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소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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