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강행한다. 희망 공모가 하단이었던 3만4000원보다 17% 이상 낮은 수준의 공모가에도 불구하고, 기업공개(IPO)를 강행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이날부터 이틀간 공모 일정에 돌입한다. 공모 물량은 364만주로, 공모가액은 주당 2만8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 금액은 총 1019억2000만원이다. 확정 공모가를 적용한 쏘카의 기업가치는 9666억원이다.

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확정, IPO 한파에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강행한다. [사진=SBS Biz 캡처]
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확정, IPO 한파에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강행한다. [사진=SBS Biz 캡처]

유니콘 기업은 일단 보류, 공모 금액도 1000억원대로 낮춰

당초 쏘카가 희망한 공모가는 3만4000원~4만5000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한 공모 금액은 1,547억~2,048억원, 상장 후 예상 시가 총액은 1조2000~1조6000억원이었다. 공모희망 최고가인 4만5000원원 대비 38%나 낮아진 몸값에, 시장에서는 1조6000억원 대비 60%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지난 3월 롯데렌탈의 지분 투자 때 인정받았던 1조3000억원보다 기업가치가 낮아졌다. 2020년 처음으로 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서며 ‘유니콘’으로 인정받았지만, 1조원 탑은 무너진 상황이다.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56.07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고,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이 희망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2만5000원~3만원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자금 부족해 외부 수혈 필요...현금성 자산 690억인데 투자할 곳 많아

앞서 공모를 진행했던 현대엔지니어링, 원스토어, SK쉴더스, 현대오일뱅크 등이 낮은 평가를 받거나 증시 위축 등을 이유로 공모계획을 철회한 것과 달리, 쏘카가 IPO를 강행하는 배경으로는 ‘운영 자금 부족’이 꼽힌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만큼 자금을 확보할 통로가 한정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쏘카는 현재 주력사업인 차량 공유를 넘어 마이크로모빌리티 사업 확대를 비롯해 주차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중인 상황이다. 올해 예정 투자 규모는 440억원, 내년 480억원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690억원으로 넉넉하지 않다. 부채비율도 211.42%에 달했다.

쏘카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에서는 벗어났지만 이는 에스카, 나인투원 등 자회사 실적의 결과이다. 별도 기준으로는 10억원 영업적자인 상태이다.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외부 자금 수혈이 필요한 실정이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미래 성장에 자신감, “공모 자금 60%는 인수합병에 활용”

박재욱 쏘카 대표는 지난 3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상황이 어려운 건 맞지만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지금 상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모 자금 중 60%는 카셰어링 사업의 확장이 가능한 회사, 신사업 관련 기술력과 영업망을 갖고 있는 회사 등의 인수합병(M&A)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박재욱 쏘카 대표는 "시장 상황이 어려운 건 맞지만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지금 상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사진=SBS Biz 캡처]
지난 3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박재욱 쏘카 대표는 "시장 상황이 어려운 건 맞지만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지금 상장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사진=SBS Biz 캡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처참한 흥행성적을 거뒀지만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향후 성장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공모 자금 활용해 총체적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

따라서 유입되는 공모 자금을 활용해 모빌리티 밸류체인 내 업체들과의 M&A,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계획이다. 차량공유(카셰어링)는 물론 전기자전거, 공유 주차 플랫폼, KTX와 숙박 등 다양한 분야로 역량을 강화해 이동의 시작부터 마지막 단계를 모두 아우르는 총체적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쏘카에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하는 ‘슈퍼앱’을 구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년 전만 해도 모빌리티 분야는 차세대 성장 섹터로 관심을 받았다. 이에 이 분야 투자심사역들이 앞다퉈 투자를 했고 관련 기업들이 늘어나며 시장도 확대됐다. 그러나 현재 해당 시장은 정체 돼 있다는 것이 투자 업계의 시각이다.

IB업계 관계자, “쏘카가 시너지를 낼 회사 인수하려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

쏘카가 공모를 강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어느 정도 결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흥행이 저조하면,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초 쏘카는 455만주를 신주로 모집할 계획이었고, 공모희망가액도 3만4000원∼4만5000원이었다. 따라서 최대 2047억5000만원 규모를 기대했지만, 확정된 총 공모 금액은 1019억2000만원에 그친다. 업계에선 쏘카가 확보할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M&A를 시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운영자금을 고려하면 1000억원을 온전히 M&A에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근 들어 기업들의 가치평가가 낮아졌다고 해도 곧바로 사업시너지를 낼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쏘카는 오는 10일부터 이틀간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인 삼성증권, 인수단인 유안타증권 등 3개 증권사에서 일반투자자 청약을 진행한다.

배정 물량은 미래에셋(316만 2,250주), 삼성(134만 2,250주), 유안타(4만 5,500주) 등이다. 상장 예정일은 이달 2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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