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제1회 WEA 콘퍼런스 '팬데믹과 동아시아'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상을 이끄는 새로운 표준'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0.4.27(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제1회 WEA 콘퍼런스 '팬데믹과 동아시아'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상을 이끄는 새로운 표준'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0.4.27(사진=연합뉴스)

11년전인 2011년 7월 "시간당 100mm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도시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호우대책에 '박원순 시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제동이 걸렸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시간당 100mm 강우량을 소화 가능한 하수관거 용량의 개선을 최우선 순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수관거 용량을 늘리는게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외부 전문가 의견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지난 2011년 10월 당선 이후 돌연 제동을 걸었다. 1317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며 대심도터널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것이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부정적 의견도 있고 공사비,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 대심도터널 공사를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시장은 "광화문은 국가 상징도로여서 침수를 막아야겠다고 판단했지만 대심도터널 설치는 비용이 많이 들고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어 우선 시설 개선으로 대응능력을 높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초구청 전경 모습(사진=서초구청 홈페이지)
서초구청 전경 모습(사진=서초구청 홈페이지)

당시 강남역을 관할하는 서초구청 측은 난색을 표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서울시 대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오래전부터 제기되어온 강남역 침수대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대심도배수터널이 절실한 6곳 중 1곳만 시공허가를 내주면서 또 다른 침수 피해가 우려된다. 강남역을 비롯한 상습침수구역에 대심도터널 대신 하수관거 공사를 해도 최소 3년 이상 걸리므로 당분간 침수 피해를 줄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강남역 등 서울 시내 상습침수구역은 매년 물난리에 시달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새벽부터 집중호우가 내린 2013년 7월 22일 오전 탄천의 물줄기가 불어나 서울 탄천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2013.7.22(사진=연합뉴스)
새벽부터 집중호우가 내린 2013년 7월 22일 오전 탄천의 물줄기가 불어나 서울 탄천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2013.7.22(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우려는 1년뒤인 2013년 7월 강남역 일대가 침수되면서 현실이 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강남역 침수 현장 사진과 글들로 도배가 됐다. '강남역 침수'는 주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만큼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1년전 모두가 우려하였던 상황이 최악의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박 전 시장의 대응은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박 전 시장과 서울시는 차량과 보행자 통행에 이상이 없다며 침수 사실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박 전 시장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침수 관련 사진을 '과거의 것'이라고 언급했다.

2013년 박원순 전 시장 트위터(사진=박원순 전 시장 트위터)
2013년 박원순 전 시장 트위터(사진=박원순 전 시장 트위터)

박 전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방금 통합방재센터 다녀오는 길인데 아직 서울시에 큰 침수피해는 없으며 강남역, 사당역 부근도 아직은 차량 통행 등 지장이 없다"며 "시민을 불안하게 하는 과거 사진들이 현장 사진으로 유포되고 있다. 자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분개한 국민들은 각종 SNS와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증거 사진을 올리면서 서울시의 발표를 반박했다. 당시 게시글들을 종합하면 강남역 주변도로에 어른 발목 높이까지 물이 차오를 정도였으며, 불어난 빗물로 인하여 하수구의 맨홀이 역류하기도 했다.

강남역과 인근 논현역, 서초역 부근 도로는 차량 및 지하철 운행이 상당시간 지연됐다. 국민들은 박 전 시장과 서울시에 '정책에 대한 책임과 현상황에 대한 책임도 안지는거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전일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본 서울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 축대 붕괴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2.8.9(사진=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오전 전일 내린 집중호우로 침수피해를 본 서울 동작구 사당동 극동아파트 축대 붕괴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2.8.9(사진=연합뉴스)

11년전 오 시장의 호우대책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호우로 인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였을것이다'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8일 집중호우로 인한 서울시의 피해가 막심하기에 더욱 안타깝다는 의견도 속출하고 있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 8일 시청에 긴급 복귀하여 "계속 피해현황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선제적으로 조치하라"고 말했다. 이후 오 시장은 사당2동 극동아파트와 이수역 등으로 이동하며 현장점검에 나섰다. 침수 피해 현장을 점검한 오 시장은 밤새 시청에서 비상근무를 유지하며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9일 오전 6시 기준 5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동작구에서는 쓰러진 가로수를 정리하던 구 직원 1명이 감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한 주택에서는 침수로 여성 1명이 사망한것으로 전해졌다. 관악구에서는 반지하 주택에서 3명이 침수로 사망한것으로 알려졌다. 

선우윤호 기자 yuno9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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