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은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5주년 되는 날이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95주년을 축하하는 광고물이 건물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 모습. [사진=월스트리트저널]
1일은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5주년 되는 날이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95주년을 축하하는 광고물이 건물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는 모습. [사진=월스트리트저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 대만을 방문하는데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중국 내부 여론 역시 들끓고 있다. 방문소식이 전해진 이날 낮부터 펠로시 의장 관련 소식들이 중국 소셜미디어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의 군사 행동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힘과 동시에 대만을 당장 점령하라며 촉구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인들이 '하나의 중국'을 위해 양안 무력 통일을 적극 지지하는 모양새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중화 민족주의' 분출의 촉발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틱톡'과 '웨이보' 등 중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엔 이날부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관련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보도했던 많은 대만·미국 언론들은 중국의 검열 정책에 따라 열람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기사가 중국 SNS에 올라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중국의 많은 SNS에는 마오쩌둥 시기의 오래된 포스터들도 올라오고 있다. 여기엔 "조국의 재통일"과 같은 구호가 적혀 있다. 대만은 민주주의 체제가 확립된 나라이지만 중국은 대만이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을 중국 공산당의 통치 하에 복속시키는 것은 마오쩌둥을 포함한 모든 공산당 지도자들의 오랜 염원이라 할 수 있다.

1950년 당시의 대만 통일 선전 포스터. 위엔 '해방대만, 완성통일(대만을 해방해 통일을 완성하자)'란 구호가 적혀 있다.
1950년 당시의 대만 통일 선전 포스터. 위엔 '해방대만, 완성통일(대만을 해방해 통일을 완성하자)'란 구호가 적혀 있다.

중국 SNS엔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하겠단 반응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만일 전쟁이 벌어진다면 주저없이 끓는 물 속으로 뛰어들고 불 위를 밟겠다"는 호전적인 한 문장이 웨이보에 올라왔는데, 이는 6만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동부전구(Eastern Theater Command)' 해쉬태그가 웨이보에서 1일 밤부터 유행하기도 했으며, 2일 오전엔 10억 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동부전구는 인민해방군의 5대 전구 중 장쑤성, 상하이, 저장성, 안후이성, 장시성, 푸젠성이라는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을 담당하며 대만과 마주보고 있어 양안 충돌시 제1순위로 출동할 군대다.

동부전구가 사실이라고 확인해준 2일 오전에 올라온 SNS 영상엔 중국 남동부 푸젠성 해안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인민해방군의 모습이 담겼다. 영상 설명엔 '언제든 싸울 준비 태세 완료'라고 되어 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엔 총 5개 전구가 있다. 그 중 대만과의 유사시 동부전구가 가장 먼저 전쟁 수행에 나서게 되어 있다. 동부전구는 상하이를 포함해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들을 담당하고 있어 가장 중요한 전구로 알려져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엔 총 5개 전구가 있다. 그 중 대만과의 유사시 동부전구가 가장 먼저 전쟁 수행에 나서게 되어 있다. 동부전구는 상하이를 포함해 중국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들을 담당하고 있어 가장 중요한 전구로 알려져 있다.

한 한국 네티즌이 번역한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댓글은 더욱 노골적이다. '조국통일을 위한 좋은 기회', '조국통일을 위해 얼른 대만으로 가달라', '난 3만위안이 전재산인데 미사일에 2만위안을 낼 생각이 있다', '펠로시는 조국통일의 건국공신이 될 것이다', '만약 전쟁이 난다면 내 남편을 선봉에 세워달라', '조국의 존엄을 위해 펠로시가 대만에 오면 필히 추락시켜야 한다', '우리 중국인들 모두 도망치지 말고 전쟁을 준비하자,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을 시작해서 미국과 일본을 박살내자, 북한과 협력하여 한국도 같이', '감히 말하건대, 대담한 능력이 인민해방군과 중화의 위세다', '이 전쟁에서 우리가 미국을 이기면 중국의 국제적 위세는 나날이 커질 것이다' 등이 있다.

1954년의 또 다른 포스터는 '전국인민전력지지해방대만투쟁(중국 전국의 인민은 대만을 해방하려는 투쟁을 온 힘을 다해 지지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대만 수복 의지는 근 7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1954년의 또 다른 포스터는 '전국인민전력지지해방대만적투쟁(중국 전국의 인민은 대만을 해방하려는 투쟁을 온 힘을 다해 지지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대만 수복 의지는 근 7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한국 네티즌들은 중국 네티즌들이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다며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나날이 양적·질적 개선을 거듭해가는 중국의 군사력을 얕잡아봐선 안된단 경계론도 나오는 중이다.

중국인들의 민족주의 감정은 1일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5주년을 맞이하면서 더욱 증폭됐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달 31일 시진핑 주석도 참석한 인민해방군 95주년 기념식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굳건한 방위와 강력한 군대를 건설해 '중화 민족의 대 부흥의 실현'에 일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5주년을 맞아 기념식이 열렸다. 여기엔 시진핑 주석도 참석했고 웨이펑허 국방부장은 굳건한 방위와 강력한 군대 건설을 통한 '중화 민족의 대부흥'을 선언했다. [사진=차이나포스트]
지난달 31일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5주년을 맞아 기념식이 열렸다. 여기엔 시진핑 주석도 참석했다. 이 행사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굳건한 방위와 강력한 군대 건설을 통한 '중화 민족의 대부흥'을 선언했다. [사진=차이나포스트]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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