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2일 밤 대만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져 미·중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는 "상황 주시 중"이라며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 중 대만을 들르는 것과 관련해 "미 의회 인사의 해외 방문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역내 긴장 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가 중요하단 인식을 가지고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계속 지지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그간 항상 노력을 지속해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긴 하지만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최대한 피함으로써 역내 긴장이 추가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에 이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상태다. 대만 언론에 의하면 펠로시 의장은 같은날 밤 대만에 도착할 예정이다. 3일 오전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담하고 대만 입법원(의회)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미·중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자오 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인민해방군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성사되는 것을 '앉아서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경고한 데 대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펠로시 의장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선 해방군이 대규모로 남부로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고, 대만 상공엔 미국 B-52 폭격기들이 순회하는 모습이 레이더에 잡히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3일까지 대만에 머무른 후 4일엔 방한해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날 예정이다. 그 후엔 일본을 최종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한국, 일본 순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순방하는 셈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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