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사드 3불’ 폐기 입장 밝히자...중국, 공식 반발 “한국은 계속 신중하게 행동해야...어느 당이 집권하든 대내적으로 어떤 정치적 필요가 있든 대외정책은 기본적인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역사와 자신에 대한 존중이자 이웃 간 소통의 도리”
-미국 “향후 사드 배치에 관한 어떠한 결정도 양국 간 합의에 따른 결정이 될 것”
-전문가들 “향후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항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국을 도와줘야”

오는 24일 한중 수교는 30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굴종적인 대중외교정책인 ‘사드 3불’ 폐기를 놓고 한중 간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양국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문재인 정권은 지난 2017년 10월 고고도미사일 사드(THAAD)를 추가배치하지 않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으며,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 체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사드 3불 정책’을 밝혔다.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은 2017년 10월 30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드 추가 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고,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음 날 한중 양국이 “모든 분야 교류 협력을 정상적인 발전 궤도로 조속히 회복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사드 3불 정책은 우리의 외교권과 자주권을 포기한 굴욕적 약속이며 미중에 대한 문 정권의 전략적 모호성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장차 우리 안보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일었다. 문정권 고위 인사들은 ‘사드 3불’은 한중 양국 간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며, 정부의 기존 입장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 거듭 변명했다.

그러나 문정권 인사들의 주장과 달리 중국은 사드 3불이 양국 간 ‘약속’이었다고 역설한다.

2017년 11월 한중 외교부 장관 회담 직후 중국의 관영 환구시보는 ‘3불 1한(限)’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미 배치된 사드의 운용도 제한하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2020년 10월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한중은 2017년 10월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며 사드의 최종적 폐기를 압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드 3불 정책의 철회를 분명히 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15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는 “명백히 우리 주권적 영역”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 국경 인근에 배치한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싱하이 밍 주한 중국대사는 다음날 같은 신문에 “(사드는) 중국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중국 인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반발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박진 외교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3불 정책은 우리가 중국과 약속하거나 합의한 것이 아니고 우리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안보 주권과 관련한 사안이기에 당연히 우리 판단으로 결론내려야하는 것임에도 중국이 한국과 약속했으니 지키라고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북핵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3불 정책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처음으로 사드 3불 정책 유지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2017년 사드 문제에 대해 정중한 입장을 밝혔다”며 “이는 양국 간 상호신뢰와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새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이웃 나라의 안보와 관련한 중대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은 계속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어느 당이 집권하든 대내적으로 어떤 정치적 필요가 있든 대외정책은 기본적인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역사와 자신에 대한 존중이자 이웃 간 소통의 도리”라고 압박했다.

중국의 관영매체들도 한국의 사드 3불은 ‘약속’이라며 압박에 나섰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7일 양시위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을 인용해 “사드 3불은 중국과 한국 간 소통의 중요한 결과물로, 사드 문제에 대한 한국의 공식 입장이자 중국에 대한 약속”이라고 했다. 양 연구원은 “사드 3불 약속을 철회하면 양국 관계와 윤석열 정부의 신뢰도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윤석열 정부가 미국이 선호하는 정책을 만들어 미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전념해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대한 접근이 한국에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눈 감은 사진이 공개됐던 사례까지 거론했다.

사드 3불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미국 정부도 28일(현지시간) 사드 배치는 한미 양국의 합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날 한국 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향후 사드 배치에 관한 어떠한 결정도 양국 간 합의에 따른 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틴 메이너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사드 3불 유지 요구와 관련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사드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역량을 논의하지는 않겠지만 사드는 미래 배치와 관련한 어떠한 결정도 양국 간 합의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드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보호하고 적들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반도에 배치도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어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도 29일 “사드는 주한미군이 어떠한 위협이나 적으로부터도 한국을 보호하고 방어할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어체계”라고 밝혔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한국의 새 정부는 사드 3불 정책을 유지할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2일 VOA에 따르면 미국의 전문가들은 ‘사드 3불’ 정책이 처음 등장한 2017년과 지금을 한중관계는 물론 미중 관계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워싱턴DC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아시아국장은 “2022년은 2017년과 다르다”며 “중국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했다. 테리 국장은 “중국은 한국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이 정말로 변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잘못 계산하고 있다”고 했다.

미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 특사는 ‘3불 정책’이 차기 정부에서도 효력을 가지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미국이었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도 “중국정부는 전임 한국정부가 합의한 과거 문건으로 돌아가 이것을 마치 한중관계의 초석으로 간주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문제는 이 문서가 한국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리비어 수석부차관보는 “지난 5년 동안 세계는 중국과 러시아 등 독재 패권 국가들이 무력 또는 경제력을 이용해 이웃을 괴롭히는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했기 때문에 이제 민주 진영 국가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밀려오는 권위주의의 물결에 맞서 자유민주 국가들 간의 상호 지원과 협력이 현재 뚜렷한 대세”라고 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항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국을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반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도 “미국과 한국은 중국이 또다시 경제보복을 가할 경우 한국이 미국과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나라들이 제공하는 ‘지원의 생명줄’을 가질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에 반발해 2016년 대대적인 한류 금지령과 비공식적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을 시도했으며 여전히 유지 중이다.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완전 철수했고, 현대 자동차와 삼성 스마트폰은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리비어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은 동맹과 협력국들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테리 국장도 “미국의 분위기가 과거와 다르다”며 “미국은 2017년 중국이 한국에 경제보복을 가했을 때 별로 도와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중국의 경제 보복에 더 잘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중국이 보복한다면 미국은 한국과 협력해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나이더 국장은 “중국이 예전처럼 한국에 경제보복을 가한다면 외교적 미숙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중국은 국제적 규범을 지키는 것에 대해 무책임하거나 의지가 없다는 식의 많은 선입견들을 더욱 확고히 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박진 외교장관은 이달 중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담에서 사드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문정권의 대중굴종 외교정책의 ‘더러운’ 유산 청산의 힘든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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