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
황우섭 객원 칼럼니스트

서울시의회가 발의한 TBS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안은 TBS가 서울시민의 공영미디어로 거듭나도록 논의를 활발하게 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현재 TBS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 등의 불공정방송으로 TBS의 정체성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가히 ‘TBS 사태’라 할 만하다. TBS 사태는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지만, TBS 관계자 누구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시의회가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제외하는 극약처방(?)을 내놓자 TBS 종사자들부터 조례안 철회를 요청하고, 이강택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TBS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서울시의회 의석의 68%를 차지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TBS 재정지원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발의한 것은 서울시민의 선택이라고 보아야 한다. 서울시의회 조례안 발의를 계기로 TBS가 서울시민에게 사랑받는 공영미디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서울시의회 조례안 발의는 TBS 정상화를 향한 신의 한수

서울시의회가 TBS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조례안은 TBS 정상화를 논의하게 하는 ‘신의 한수’가 되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 76명 전원이 지난 7월 4일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의 핵심 내용은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제외하여 TBS 전체예산에서 70%(약 300억)를 차지하는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TBS는 재단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조례안 발의는 TBS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가속화시키고, 모든 논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다.

서울시의회 조례안 발의 이후 이강택 대표는 여러 언론에 인터뷰를 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공정방송’은 슬그머니 뒤로 하고, ‘언론탄압’을 내세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제 TBS 내부에서도 경영진 책임론이 처음으로 제기되었다. 지난 7월 13일 TBS 이강택 대표는 ‘타운홀 미팅’으로 불리는 직원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이 타운홀 미팅 후 직원들은 “허탈한 2시간이었다. 이강택 대표는 직원들의 불안감만 더 키웠고, 직원들은 대표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직원들은 “400명의 생존보다 자신의 명예를 우선하고, 거대한 적과 싸우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도 없는 선장에게 더 이상 TBS호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TBS노동조합은 TBS 정상화를 위한 투쟁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10일 TBS노동조합은 조합원 투표를 했는데, 78.4%가 이강택 대표의 사퇴요구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13일 이강택 대표의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TBS지부 조합원들도 “62.5%가 이 대표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TBS 지원 폐지를 골자로 하는 조례안을 발의한 후 내부에서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표면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21일 TBS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TBS지부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의 TBS 폐지 조례안 철회와 이강택 TBS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양 노조는 또 이강택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을 향해 “안일하고도 무책임한 자세로 현 위기를 만들었음을 인정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여러 논란과 관련해 “시민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공영방송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그 동안 TBS의 ‘반지성주의’에 숨죽여 지내던 내부 종사자들이 이강택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고 정상화를 위해 연대활동을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장과 최호정 문화체육관관광위원장도 이번 조례안에 대한 언론 인터뷰에서 “TBS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교통방송보다 더 나은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발의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TBS 불공정방송, 견제ㆍ감시의 거버넌스 시스템 갖추어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불공정방송으로 한국사회의 병폐인 배제적 포퓰리즘을 극대화하는데 큰 성과를 올렸지만, 서울시민을 위한 공영미디어로서의 공적책무 수행에는 크게 실패했다. TBS는 TV와 라디오 매체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지만, TBS의 유명세가 청취율이 높은 라디오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덕분(?)이라는 것은 씁쓸하다. 문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심각한 불공정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파와 불공정 방송에 대한 불만과 문제제기 사례는 차고 넘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은 사례가 많다는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불공정방송은 김어준의 책임도 있지만, 경영진과 이사회 등 TBS 거버넌스(governance)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그런데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편파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렇게 볼 수 있는 부분도 전혀 없진 않다 본다”면서도 “다만 지금까지 학계에서도 그렇고 우리 사회에서 뉴스공장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한 번도 내려져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표현은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가 TBS 최고 편성책임자로서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바로잡지 못했다면 무능하고, 알고도 계속 방치했다면 교활할 따름일 것이다. 공영미디어는 불공정방송을 하면 이를 견제ㆍ감시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TBS는 서울시민의 자랑스러운 문화기구로 거듭나길

서울시민의 자산인 TBS가 시대정신에 반하여 운영되고 있다면, 비정상의 거버넌스는 시급하게 정상화되어야 할 것이다. 참담한 TBS 사태의 해결책은 재건축이 답이다. 그렇지만 줄탁동시(啐啄同時)여야 한다. 필자는 TBS 종사자들이 이에 대한 책임감을 깨닫고 실천할 때, 서울시민이 응답함으로써 TBS 정상화 프로젝트는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작금에 TBS 종사자들, 즉 TBS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TBS지부가 연대하여 이강택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TBS 정상화를 위해 연대활동을 시작한 것은 TBS가 서울시민의 공영미디어를 향한 여정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

공영미디어는 정치권력과 시장권력 등 제 권력으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면서도 비판하는 상호작용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공영미디어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서는 다양한 보완장치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어설픈 정치적 독립은 ‘고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TBS의 진행자 김어준과 대표 이강택이 떠나가도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는 영원해야 할 것이다. TBS 정상화의 방향은 그 동안 배제하고 혐오했던 서울시민도 배려하는 공영미디어로서의 공적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사회적 공기(公器)가 되는 것이다. 이번 서울시의회 조례안 발의를 계기로 공영미디어 TBS가 보편적이고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울시민의 자랑스러운 문화기구’로 거듭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황우섭 객원칼럼니스트 (미디어연대 상임대표, 전 KBS 이사, mirific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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