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시간대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는 오래이다. 최근에는 낮 시간에도 택시를 타기가 어렵다는 불평이 쏟아진다. 이처럼 택시대란이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이다. 택시를 타겠다는 수요는 많은데, 돌아다니는 택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택시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택시 기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늦은 밤 택시 수요는 넘치는데, 법인택시는 가동률이 떨어진다. 기사가 없기 때문에, 법인 주차장에 멈춰 서 있는 실정이다. 개인택시의 경우, 기사가 노령화 되면서 집에서 쉬는 날이 많은 탓이다.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의 운영사인 VCNC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2020년 5월 헌법소원을 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의 운영사인 VCNC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2020년 5월 헌법소원을 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코로나가 심화시킨 택시 공급 문제, 혁신 정책으로 풀어야

지난 2년간 유지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택시 수요가 줄어들자, 법인택시 기사들은 배달업‧대리운전‧택배업 등으로 이직했다. 실제로 택시대란이 가장 극심한 서울시의 경우, 법인택시 기사 수는 올해 6월 기준 2만868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말(3만991명)보다 33.2%나 줄었다.

이처럼 법인택시 기사가 ‘이직’으로 줄어들었다면, 개인택시 기사들은 ‘고령화’로 인해 야간 운행을 꺼린다는 점이 택시 대란의 직접적인 요소로 꼽힌다. 지난 5월말 기준, 전국 택시 대수는 24만9667대다. 이중 개인택시는 16만4659대로, 전체의 65.9%에 해당한다. 법인택시는 8만5008대로, 34%에 그친다. 따라서 법인택시 기사의 이직보다도, 개인택시 기사의 고령화가 더 큰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인구 5162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전국적으로 206명당 1대의 택시가 운행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택시 1대당 적정 인구가 305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결코 택시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택시 기사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탄력요금제’는 임시방편일 뿐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되면서 저녁 모임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택시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일 저녁 '택시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택시대란이 갈수록 심해지자 정부가 기사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조치로 '탄력요금제'를 꺼내들었다. 탄력요금제는 택시 호출 시점의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택시 요금과 호출료를 일정 범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올려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심야 시간대 요금을 일정 수준으로 올리면, 저녁 시간대 기사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의도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심각해지는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심각해지는 심야 택시 승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택시 등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탄력요금제는 사실상의 요금 인상책인 만큼,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나마 해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고령의 개인택시 기사들을 다시 운전대로 불러 올 유인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근본적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야 시간대 택시 부족은 단기간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근로자 평균 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입을 올리는 업종에 젊은 청년들이 뛰어들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으로 귀결된다.

우리나라 택시 요금은 경제 수준이 비슷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저렴한 편이다. 서울의 현재 택시요금은 2㎞까지 3800원이 기본요금이다. 일본의 택시 기본요금은 1㎞까지 410엔(3947원)으로, 우리보다 비싸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탈리아 택시는 평일 3유로(4009원), 주말 4.5유로(6014원), 저녁 10시부터는 6.5유로(8688원)가 기본요금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유럽인들이 저렴한 택시요금에 놀라는 이유이다.

택시업계에서는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여길 정도의 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배달이나 택배로 떠난 기사들이 돌아올 수 있다"며 "탄력요금제를 시작으로 결국에는 단계적인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택시대란은 ‘표심’에 눈먼 정책이 빚은 참사, 택시 산업 구조가 바뀌어야

최근 심야 시간 '택시대란'으로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커지면서, 모빌리티 혁신의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택시 공급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 정부에서 모빌리티에 대한 규제로 '타다 베이직' 같은 혁신을 거부한 대가를 전 국민이 톡톡히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를 시작으로 카풀, 렌터카 기반 콜택시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으나 번번이 택시 업계의 반발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ICT·플랫폼 발전과 함께 10여년간 성장해왔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기존 택시 업계와의 갈등이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지난 2013년, 맨 처음 등장한 우버는 전세계적인 '공유경제' 흐름과 함께 한국에 진출했다. 당시 우버의 등장에 택시 업계와 서울시는 강력 반발했다. 국내법상 택시면허권이 없는 사업자가 돈을 받고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관련자들에 대한 고발과 기소가 잇따르자, 결국 우버는 국내 서비스를 중단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은 우버에서 끝나지 않았다. 2016년 카풀 서비스를 선보인 국내 스타트업 '풀러스'도 불법 논란에 휩싸이다 3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우버와 마찬가지로 택시 면허 없이 운송 사업을 펼친다는 게 택시업계가 반발한 이유였다.

지금의 택시대란을 겪으면서, 전 국민이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타다금지법’을 국회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대목이다. 2019년 말, 카풀에 대한 택시 업계의 반발은 타다로 옮아갔다. 갈등의 이유는 렌터카 기반 기사 대여 서비스인 '타다 베이직'이 불법 유사택시 영업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재웅, “모빌리티 혁신은 택시 혁신이 아냐”

법원이 타다의 서비스가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이 예고됐으나, 국회가 타다를 가로막았다. 모빌리티 산업을 제도권 안으로 품는다는 명분으로 '타다금지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당시 이재웅 쏘카 대표는 대표직을 사임하며 "이제 모빌리티 혁신은 정부가 그리는 그림대로 택시 기반으로 이루는 방법밖에 없는데, 모빌리티 혁신을 택시 혁신이라고만 본 정부의 단견이 아쉽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힌 바 있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독점 사업자'라는 지위를 얻었지만, 이 독점적 지위 역시 택시업계의 반발에 가로막혔다.

우버에서 시작된 지난 10여년간의 모빌리티 산업의 역사는 '택시대란'으로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게 됐다. 택시 업계와 신규 모빌리티 산업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할 정치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 전국구로 세력화된 조직을 갖춘 택시업계를 '표심'으로만 접근해, '택시민심' 잡기에만 열중했기 때문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지난 27일 서울에서 법인택시연합회, 개인택시연합회, 서울법인택시조합, 서울개인택시조합, 카카오모빌리티, 우티 등 택시·플랫폼 업계와 간담회에 앞서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지난 27일 서울에서 법인택시연합회, 개인택시연합회, 서울법인택시조합, 서울개인택시조합, 카카오모빌리티, 우티 등 택시·플랫폼 업계와 간담회에 앞서 차순선 서울개인택시조합 이사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택시 업계 반발을 설득할 노력 없이, 법만 바꿔버리는 등 그동안 정부가 너무 방관자였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택시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탄력요금제와 함께, 수요와 공급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도 같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가 모빌리티 플랫폼 혁신에 대해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지난 2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타다 사례처럼 업역 간 이해관계 때문에 나아가지 못했던 부분을 사전에 최대한 소통하되, 제도 혁신이 이해관계 때문에 제약되는 상황은 돌파한다는 원칙"이라며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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