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거래 절벽이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관망세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주택업계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수도권의 경우 주택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 등 4대 공급 지표가 일제히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단지가 증가하고, '흥행 불패'였던 수도권에서는 미계약 단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1월 대구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방을 중심으로 청약 미달 단지가 증가하고, '흥행 불패'였던 수도권에서는 미계약 단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진은 지난 1월 대구에서 분양 중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4대 공급 지표’ 일제 하락 속, 주택 매수 심리도 얼어 붙어

상반기 주택 인허가 물량은 전국 기준 25만9천759호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2.6% 증가했다. 수도권 인허가 물량만 놓고 보면 9만6157호로, 작년보다 17.8% 줄었다. 반면 지방은 16만3천602호로 43.9% 증가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2만5천57호로, 작년 상반기보다 32.6%나감소했다.

상반기 주택 착공 규모는 전국 기준 18만8천449호로, 지난해 동기 대비 30.0% 감소했다. 이 가운데 수도권은 10만787호로 작년 동기 대비 25.8% 감소했고, 지방은 8만7662호로 34.3% 줄었다. 아파트 착공 실적은 13만9759호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0.1% 줄었고 아파트 외 주택(4만8690호)은 29.7% 감소했다.

상반기 전국의 공동주택 분양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0% 감소한 11만6619호로 집계됐다. 이 중 수도권은 26.4% 감소한 5만5868호, 지방은 27.5% 줄어든 6만751호로 나타났다. 일반분양은 9만2710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 감소했으며, 임대주택은 1만911호로 56.1%나 줄었다. 조합원분은 27.4% 감소한 1만2998호로 파악됐다.

주택 준공 실적은 전국적으로 총 18만3277호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0%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9만6674호로 7.4% 감소했고, 지방은 8만6603호로 17.9% 늘었다.

수도권의 4대 공급 지표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주택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지방에 이어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청약 불패’로 통하던 서울에서도 지난 6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거래 절벽의 4대 징후를 살펴봤다.

① 1달 만에 수도권 미분양 25.1% 증가, ‘악성 미분양’은 46% 급증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456가구로, 5월 대비 25.1% 늘었다. 특히 경기도의 미분양 주택은 한 달 만에 35.5% 급증했고, 작년 12월만 해도 54가구에 그쳤던 서울 미분양 주택도 719가구로 늘었다. 강북구(318가구), 마포구(245가구)에서 최근 분양한 소규모 아파트 단지 등에서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때문이다.

입주가 시작될 때까지 팔리지 않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 7130가구, 수도권 837가구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경우 5월(573가구)보다 46.1% 급증했다. 서울에서 좀처럼 보기 어렵던 ‘악성 미분양’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입주가 시작될 때까지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입주가 시작될 때까지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부터 분양 잔금 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고,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지면서 미분양이 늘고 있다고 관측한다. 앞으로도 시세 대비 분양가가 확연하게 저렴하지 않으면, 미분양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② 무순위 청약 늘고, 청약 당첨 커트라인 하락

분양시장에 냉기가 확산하면서 ‘무순위 청약’ 물량이 크게 늘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집계 결과 상반기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물량은 2788가구로, 작년 상반기(1396가구)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작년 상반기만 해도 간혹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오면, 경쟁률이 수만 대 1 수준으로 치솟았다. 청약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던 작년 상반기와 달리, 최근엔 분위기가 급랭했다. 올 3월 분양에 나선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는 수차례 진행한 무순위 청약에도 모집 가구 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

청약 인기가 식으면서 당첨 커트라인도 낮아지고 있다. 리얼투데이 집계 결과 올해 전국 청약 당첨 커트라인 평균은 28.61점(해당 지역 기준)이다. 지난해 하반기 41.38점보다 13점 가까이 하락했다.

서울도 과열 조짐을 보이던 작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당첨 커트라인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상반기 61.1점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당첨 커트라인 평균은 작년 하반기 58.8점으로 하락한 데 이어 현재 44.44점까지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식어버린 청약시장 분위기가 단기간에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수년간 집값이 오르면서 분양가도 함께 올랐지만, 대출 금리가 인상되면서 무주택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방 일부 지역에서 급증하던 미분양 주택이 수도권에서도 나오면서, 집값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③ 미분양 확산으로 ‘할인분양’ 증가

일부 미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할인분양이 진행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기 분양자 사이에서 불만이 확산되면서, 이들을 달래기 위해 옵션 무상 지원 등의 당근책까지 제시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차별 대우에 따른 불신과 미분양 오명에 따른 ‘아파트 가치 하락’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의 민간 미분양 주택은 총 719가구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들어선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미분양은 179가구에 달했다. 이 단지의 경우, 8월 1일 5번째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분양 당시에도 고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일반청약에서 다수 주택형이 청약 미달을 기록하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강북종합시장 재정비 사업을 통해 공급된 이 단지 분양가는 3.3㎡당 3249만원으로, 당시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비쌌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계약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칸타빌 수유팰리스 사업자는 일부 타입을 대상으로 기존 분양가 대비 최대 15%의 할인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분양가보다 1억원 이상 저렴하게 매수가 가능해, 기 분양자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분양 사무실에서는 “크기가 작은 타입은 해당이 안 돼 당장 손해를 보는 게 없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확산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할인분양에 따른 시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분양자에게도 할인분양에 해당하는 조건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④ 수도권 주택 매매거래량 55.5% 감소, 전·월세 거래량은 급증

올해 서울아파트 매매가 급감하는 대신, 월세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시세표. [사진=연합뉴스]
올해 서울아파트 매매가 급감하는 대신, 월세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시세표. [사진=연합뉴스]

새로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들이 줄면서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31만2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만9323건)보다 44.5% 줄었다. 그 중에서도 수도권의 거래 감소 폭이 55.5%로, 지방(33.7%)보다 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1을 기록, 11주 연속 하락했다. 2019년 11월 18일 조사(90.3)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적다는 의미이다.

매매 수요가 전·월세 수요로 옮겨가면서, 상반기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57만46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15만8889건)보다 35.5% 늘었다. 전체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반기 51.6%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처음 50%를 넘겼다. 이자 부담 때문에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늘어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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