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재편
거대 야당, 친명계 중심으로 전열 재정비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에서 당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존재감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문 진영 내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차기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까지 거머쥘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대결로 압축됐다.

31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난 28일 컷오프(예비경선) 결과가 당내 세력 변화를 여실히 보여줬다고 지적한다. 

중앙당에서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이번 예비경선에서 60% 넘는 표를 가져갔을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뜻의 '어대명'이라는 대세론이 먹힌 것으로 본선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나면 친이재명계는 당내 '신주류'로서의 절대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예상을 깨고 97그룹의 저력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박용진 후보와 강훈식 후보도 '친문' 진영에 속하지 않는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 비판에 주저함이 없었던 지라 '비문(비문재인)' 성향으로 널리 알려지기까지 했다. 강 후보는 2017년 대선 당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캠프에 몸담았고 '이재명 선대위'에서는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일했다. 

'친문 주자'임을 자임한 강병원 의원은 본선행에 실패했다. 친문계와 이낙연계 표를 고루 나눠갖았을 이낙연계 설훈 의원도 본선행에 실패했다. 이렇게 강 의원과 설 의원 모두 컷오프를 뚫지 못한 것을 두고 친문계의 조직력이 크게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평이 나온다.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 대표적 친문 주자들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고 굳이 이재명 후보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며 방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당권을 거머쥐며 본격적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8월 전당대회를 끝으로 거대 야당이 친명계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한다는 의미다.  

친문계는 세력이 급속도로 약화되는 모양새다. 다만 친문 적자(嫡子)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 여부가 친문 지지자들을 결집시킬 마지막 남은 카드다. 당권 주자인 강훈식 후보도 지난 26일 CBS 라디오에서 '김 지사가 사면·복권이 되면 대권 주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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