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업무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정부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고한 가운데 그 중 학제개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만6세인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1년 낮춰 만5세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도록 한다는 것.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낮추는 방안이 포함된 교육부 업무계획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장관이 발표한 업무계획엔 △ 교육부 전면 혁신 △ 출발선 단계의 국가책임 강화 △ 첨단분야 인재양성 △ 고등교육 혁신이란 큰 줄기 정책들이 담겼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 변경'은 구체적인 학제개편 방안 중 하나로 '출발선 단계의 국가책임 강화'에 포함돼 있다.

박 장관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긴 이유에 대해 "사회적 양극화의 초기 원인은 교육 격차"라며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겨 사회적 약자 계층이 빨리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보고 후 "초·중·고 12년 학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교육부의 입장은 '교육부 업무보고'에 더욱 자세하게 기술돼 있다. 교육부는 학제개편 추진의 배경으로 "모든 아이의 성장의 첫 걸음을 국가가 책임지고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며 "조기부터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가정의 소득 수준에 따라 어린 아이의 조기 교육이 차이나는 현 상황에서 "모든 아이들이 격차 없이 성장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기 위함"이란 것이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2025년부터 만5세 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정책 도입 초기에 입학 아동이 몰려 초래될 수 있는 교육 수준의 저하, 교실 부족 등의 혼란을 막기 위해 입학 대상 아동을 일정 비율로 나눠 입학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예를 들어 2018년생 아이들이 2025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하게 된다면 2019년 1-3월생 아이들이 함께 입학하게 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2026년엔 2019년 4월-6월 생까지, 2027년엔 2020년 7월-9월 생까지, 2028년엔 2021년 10월-12월 생이 추가로 입학하게 된다. 이 계산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29년까지 4년간 최대 '1년 3개월' 터울의 나이 차이가 나는 아이들이 함께 입학하게 된다. 2029년엔 2022년생이 만5세가 되므로 이때부턴 교육부의 정책이 완전히 정착될 수 있게 된다.

다만 교육계를 비롯한 여론이 심각할 정도로 반대한다는 점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우선 교육계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뿐 아니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까지 이번 학제개편을 반대하고 있다. 교육부의 발표 후 교총은 보도자료를 내고 "만5세 초등입학 형태의 학제개편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이번 결정이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검토해야한다"는 이유를 댔다. 이어 "현재도 개인 선택에 따라 초등 조기 입학이 허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교총은 반대의 근거로 세계적 추세도 들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학습자 삶 중심의 학제개편'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 33개국 중 초등학교 취학연령이 4세인 경우가 1개국, 5세 5개국, 6세 19개국, 7세인 경우도 8개국에 달한다"며 "국제적 추세를 봐도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총은 교육 현실에 비춰봤을 때 급작스런 학제개편을 대비할 여건이 조성되어있지 않다고도 밝혔다. 교총은 "학제개편은 특정 시점의 학생이 두 배까지 늘 수 있다"며 "대폭적인 교사 수급, 교실 확충과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입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등 이해관계의 충돌, 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도 학제 개편을 제안했다가 혼란만 초래하고 매번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일반 시민들의 여론도 매우 차갑다. 특히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의 반대가 매우 심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장 2025년 입학 대상인 19년 1-3월생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아이 때는 몇 개월 차이로도 발달 과정상의 격차가 매우 크다"며 "선행학습 유무, 정도 차이에 따라 학교 평가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반대하는 실정이다. 또한 "같은 학년에 나이대가 뒤섞이게 될 게 자명하다"며 "나이가 여전히 민감한 한국에서 동급생 간에 호칭 문제는 어쩔 것이냐"고도 했다.

일각에선 여론을 청취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지나치게 졸속 발표한 게 아니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교육부 업무보고'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학제개편 방안 수립"이란 항목이 버젓이 포함돼 있다. 여기엔 '학교현장, 학부모,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현장 수요조사 및 지역별 집중 조사·연구 등을 토대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라 기술돼 있다. 아울러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종 추진방안 마련', '대국민 토론회·공청회 및 전문가 의견수렴'과 같은 내용도 들어가 있다. 이를 '학제개편' 발표 때부터 실시했어야 한단 것이다. 더구나 박 장관이 교육청과 논의를 하지 않고 발표된 것으로 알려져 '일방적 학제개편'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지적은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의 반대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은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2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8%를 기록했다. 즉 기본적으로 윤 정부에 대한 여론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 경찰국 신설·학제개편 등 개혁 정책이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란 소리다. 일방적 정책 발표보단 우호적 여론 조성부터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발표된 '교육부 업무보고'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학제개편 방안 수립" 계획이 포함돼 있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학제개편을 발표할 게 아니라 토론회, 공청회를 열어 여론 수렴을 미리 했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사진=교육부 업무보고]
29일 발표된 '교육부 업무보고'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학제개편 방안 수립" 계획이 포함돼 있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학제개편을 발표할 게 아니라 토론회, 공청회를 열어 여론 수렴을 미리 했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사진=교육부 업무보고]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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