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김정은, 엉망인 가정 껴안고 팔자 때문에 집권하게 된 소년가장"
"계몽군주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목하는 것"
“핵을 없애려고 핵을 만든 것...핵 완성한 덕에 미국 쪽도 평화체제 생각"
"김정은, 없는 살림에 핵 만드느라 고생 엄청 많이해”
대북제재와 관련해서 "지금 국면에서는 북한 적극 지원해줘야"

노무현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유시민 작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북한·인민을 위해 고생하는 소년가장’으로 묘사하며 연민의 감정과 이해심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한편, 현 시국은 북한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묘사는 적절치 않으며, 비핵화 검증이 이루어지기 전에 지원부터 하자는 것은 섣부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과거 복합적인 사실관계들은 모두 무시한 채 듣는 이로 하여금 특정 감정과 이미지만 극대화시키는 이같은 주장은 현상을 왜곡하는 것일뿐더러 여론을 호도하는 꼴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사진 JTBC ‘썰전’ 방송 캡처]
[사진 JTBC ‘썰전’ 방송 캡처]

 

10일 방송된 JTBC ‘썰전’에는 2018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논의가 이루어졌다.

유 작가는 남북정상회담의 인상적인 장면으로 ‘도보다리 회담’을 꼽으며, “(그 만남을) 소년 가장과 일용직 가장의 만남으로 이름붙였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 처지는 일용직 가장으로 여당과 청와대까지 포함해 하루 벌어 하루 먹이는 상황”이며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히 엉망이 된 가정 경제를 껴안고 팔자 때문에 집권하게 된 소년 가장”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유 작가는 “그동안 동네에서 지탄을 받으면서 어렵게 살아왔던 ‘불우한 소년 가장’과 하루하루 식구들 먹여 살리기 힘든 ‘일용직 가장’이 만나서 앞으로 덜 불안하게 둘 다 서로 윈윈하며 살아볼 수 있는 길을 열어보자”는 만남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도보다리 회담을 보며) 사람들은 새소리 들으면서 따뜻한 풍경이었다고 얘기를 했는데, 남북 정상이 안돼 보였다. 절박해보이더라”며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이야기를 유도해갔다. 이어 “좀 지나친가?”라며 소탈하게 웃어보였다.

JTBC는 이와 관련해 아이들을 몸 곳곳에 짊어진 두 정상의 모습을 동화같이 풀어나갔다.

유 작가는 “(자신이) 썰전에서 북괴 대변인 소리 들어가면서 일단 얘기를 들어보자고 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계몽군주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뭐하러 기대를 하고 희망을 걸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만든 경위와 관련해서는 “핵 미사일을 없애려고 만든 것이다”는 논지의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는 “그 전에 북한이 핵을 안 만드는 대신 자신들의 체제 안전을 주라고 요구했을 때는 안 들어줬는데, 핵무기를 다 완성한 덕에 미국 쪽도 진지하게 평화체제 문제를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니까 이 소년 가장이 사실 없는 살림에 핵 만드느라 고생 엄청 많이 했다”면서 김정은을 깊이 이해한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유 작가는 ‘과거 김정은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미디어가 양산한 이미지일 뿐 실상 이번 정상회담을 장시간 생중계함으로써 국민들이 미디어의 영향에서 벗어나 직접 생생한 모습을 접하며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풀이했다. 

대북제재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껴안고 하루 세끼 근근이 먹으면서 사는 것보다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 속으로 나아가서 정상적인 국가로 인민들을 잘 살게 해줘보자는 욕망이라면, 그 성과를 빨리 거둘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대북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안 그러면 저쪽의 체제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반발도 있고 그럴텐데”라며 김정은의 개혁 욕구에 경제적 지원 등으로 호응해야 남북 관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이러한 유 작가의 주장 속에는 김정은을 ‘가난한 국가 재정에도 불구하고 인민들을 먹고 살리는데 무척 힘쓰는 지도자’로 전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감정과 이미지만 부추기는 단편적인 스토리텔링은 청자로 하여금 흡인력있게 듣도록 할 수는 있지만 북한의 복합적인 전략을 읽어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에 경도(傾倒)된다면 실상 북한이 표현하지 않고 있는 복합적이고 내재된 이기심을 놓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 정권의 누적된 행보에 비춰보면 세습 독재자들은 인민보다는 사회주의 체제 유지에 더 힘썼으며 체제를 흔들거나 해롭다고 판단되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공개처형·암살·인권 탄압을 주저없이 해오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이 지배적인 중론이다. 반면 자신들은 사회주의 체제 속에 누릴 수 있는 사치 등은 모두 누리는 모습인데, 이러한 사실들을 무시한채 단편적인 이미지로 김정은을 인민을 위해 노력하는 불쌍한 소년가장 이미지로 치환하기에는 무리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인권문제를 터부시하는 김정은 정권을 향한 유독 폭넓은 이해심과 감정이입은 스스로 ‘민주화’를 강조하며 과거 정권과 기업 행보에게는 엄혹한 잣대를 들이대던 행태와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한 민족’을 강조하며 북한을 이해하는데 힘쓰는 것과 달리, 오히려 북한으로부터 상처받거나 북한의 이중적 행보를 경계하고 우려하는 우리나라 국민 목소리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무기를 없애기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 덕분에 미국도 평화체제에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는 논리와 관련해서도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밖에 없도록 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압박이나 북한이 고난의 행군 등을 통해 핵무기를 강행했던 이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대화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기 위해 인과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이같은 내용이 방송된 ‘썰전’ 268회은 시청률 5.2%(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방송된 지상파와 비지상파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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