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대 개혁을 겨냥한 야권과 경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장관이 ‘경찰 내부 분열을 노리고 갈라치기’ 한다고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상민 행안부 장관. [사진=YTN 캡처]

우상호의 논법, “우리가 경찰대 폐지하면 개혁이지만 너희가 경찰대 개혁하면 갈라치기”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대 개혁 방침에 대해 “(경찰국 신설) 문제에 대해서 반대하면서 뭉치는 것에 당황하니까, 경찰대 출신과 비경찰대 출신을 갈라치기 하려고 한 것”이라면서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을 적절히 잘 배려하면 되지, 특정 대학(경찰대)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장관이 움직이는 것은 아주 졸렬한 짓”이라고 맹렬히 공격했다. 심지어는 이상민 장관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민 장관의 경찰대 개혁론은 과거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에 주장했던 것과 닮은꼴이다. 민주당이 또다시 ‘내로남불’ 정치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경찰대 개혁을 하면 로맨스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경찰대 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불륜'이라는 태도이다.

이상민의 경찰대 개혁론=경찰대 출신의 고위직 독점구조 타파

이상민 장관은 ‘경찰대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시험을 치르지 않고 경위부터 시작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경찰대 개혁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경찰대 출신들에게 경고장을 날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순경-경장-경사를 거치지 않은 채 경위를 달고 파출소장이나 경찰서 팀장급으로 배치된다. 최근에는 그보다 낮은 팀원으로 근무를 시작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육사·공사·해사를 졸업하면 소위로 임관하는 것과 유사하다.

경위로 출발하는 경찰대 출신에 비해, 비경찰대 출신의 승진은 늦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진=YTN캡처]
경위로 출발하는 경찰대 출신에 비해, 비경찰대 출신의 승진은 늦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사진=YTN캡처]

현재 순경이 경위까지 승진하려면 보통 7~10년, 근속만으로 승진할 경우 15년 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출발부터 경위로 시작하는 경찰대 출신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경찰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경찰 13만 2천4백여 명 가운데 경찰대 출신은 3천 2백여 명으로 2.5%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장 급인 총경은 60% 이상, 이보다 더 높은 경무관은 73% 이상이 모두 경찰대 출신이다.

경무관 이상 계급까지 진급한 비경찰대 출신은 단 3명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이전 정부에서도 경찰대 개혁은 주요 과제였다.

경찰대는 1981년 개교 이래 경찰초급간부요원 양성에 기여했으나, 시대변화에 따라 학비 국비지원과 병역 혜택, 졸업 후 경위 임용 등이 특혜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순경 출신의 90%가 대졸자이고, 전국 35개 대학에 경찰관련 학과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우수한 경찰인력 수급이라는 경찰대학의 설립 취지도 무색해졌다는 평가를 받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경찰 중 2.5%에 불과한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독점하고 있다. [사진=YTN캡처]
전국 경찰 중 2.5%에 불과한 경찰대 출신이 고위직을 독점하고 있다. [사진=YTN캡처]

정세균의 2021년 개혁공약= ‘경찰대 폐지’로 모든 경찰관에 공정한 승진 기회

이 장관 직전에 경찰대 개혁을 내세운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 중의 한명이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이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8월 23일 '흠집 없는 정세균의 '없는' 개혁시리즈 2탄'으로 공공개혁 공약을 발표하며, 5급 행정고시 폐지와 함께 경찰대학 폐지를 밝혔다.

당시 전 총리는 "현재의 경찰대학 시스템은 경찰대학 출신이 고위 간부직을 독식하는 등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특권을 생산하던 경찰대학을 폐지해, 모든 경찰관에게 공정한 승진의 기회를 부여하고 미래 경찰 행정 수요에 대처할 것이라는 취지였다. 정 전 총리는 "연공서열 없는 공공개혁으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대 폐지와 행시 폐지로 계층사다리가 끊기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시제도는 아주 오래된 우리들의 공직자 채용 시스템인데 사법시험은 폐지됐지만 7·9급 공직 임용고시가 있기 때문에 사다리 끊기와는 거리가 멀다"며 "개혁의 여지가 충분히 있는 부분으로, 이렇게 해서 더 많은 인재들이 채용될 수 있고 그 인재들이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서 사다리로 올라갈 수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중의 한명이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호봉제 폐지, 5급 행정고시 폐지, 검사임용 요건 강화, 경찰대학 폐지 등 연공서열 없는 공공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중의 한명이었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호봉제 폐지, 5급 행정고시 폐지, 검사임용 요건 강화, 경찰대학 폐지 등 연공서열 없는 공공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걸의 2018년 개혁법안=경찰대 학부과정은 폐지하고 치안대학원만 존치

더불어민주당이 경찰대 개혁을 내세운 건 그보다 더 앞선 2018년 2월부터다. 당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대학의 학사학위 과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대학 설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학사과정을 폐지하는 대신, 치안대학원은 존치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전 의원은 "경찰대학 폐지는 시대변화에 따라 특혜소지를 없애고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커질 경찰인력 구성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경찰개혁방안"이라고 밝혔다. 경찰대 순혈주의와 폐쇄주의를 해소하고 수사권 조정으로 커진 권한을 소수의 경찰대학 출신이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찰대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당시 이 전 의원의 법안 발의에는 김병관·김정우·민병두·민홍철·박용진·박찬대·백혜련·심기준·이철희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진선미의 2018년 개혁법안= 경찰대 학부와 치안대학원은 폐지하고 경찰대학원으로 개편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역시 2018년 3월, 경찰대학을 폐지해 현직 경찰 중심의 경찰대학원으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찰대학설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경찰대학원이 설치되면 5년 이상 경찰 공무원 재직자는 석사 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석사 과정을 마친 졸업자는 졸업 시험을 거쳐 경위로 임명된다.

경찰 공무원으로 10년 이상 재직자는 박사 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 박사 과정 졸업자 역시 졸업 시험을 거쳐 경감으로 임명된다.

당시 진 의원은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해야 독주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대학 졸업생에게 주어진 특권에 대비해, 일반 경찰들에게도 경찰대학원을 거쳐 빠른 승진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경찰대 출신 표창원의 2018년 개혁 법안=경찰대 입학과 동시에 순경 임용...경찰대 출신들 격렬 반발

경찰대 5기 졸업생인 표창원 전 의원이 2018년 12월에 대표 발의한 ‘경찰대학 설치법 개정안’은 2019년 3월부터 경찰대를 경찰수사대로 개편하고, 출신 학생의 입직 계급을 경위에서 순경으로 3단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했다.

표 전 의원이 발의한 개혁안에 대해 경찰관들의 반응은 ‘입직 경로’별로 분명하게 엇갈렸다. 12만 경찰 중 11만 명 이상인 순경 출신들은 환영했다. 순경 출신은 대부분 경위로 정년퇴직하는 반면, 경찰대 출신이 20대 초반에 경위가 되는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의 표출로 풀이됐다. 경찰대 출신은 학비와 병역 혜택을 받으면서도 지구대 등 최일선 현장을 기피하고 본청이나 지방청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데도 승진은 오히려 더 빠르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당시 표창원 법안을 두고도 경찰대 출신들이 격렬하게 반발했다. 순경에서 시작한 한 경위는 “일부 경찰대 출신 경위는 교통 단속 스티커조차 뗄 줄 모를 만큼 현장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입 순경 중 대졸자도 많아진 상황에서, 예전처럼 엘리트를 키우는 사관학교 방식의 경찰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대 출신들은 “경찰대가 엘리트 양성기관이 아니라 사실상 ‘경찰직업학교’로 전락할 것”이라며 일제히 반대했다. 유능하고 젊은 인재를 유입시키지 못하면, 경찰 조직 경쟁력이 약화될 거라는 점을 들었다. 경찰대생을 순경으로 임명한다면,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없다는 점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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