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98일만에 다시 10만명대로 올라선 가운데, 정부는 '코로나대응 정부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개인방역 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사적 모임 인원·시간 제한 위주의 통제식 방역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지원책은 새 정부 들어 중단됐던 ‘가족돌봄휴가자 지원’이다. 가족돌봄휴가자에게는 하루 5만원씩 최대 10일까지 긴급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재택근무 활성화, 현장 방역 점검 등 일상방역 생활화 추진 방안도 발표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천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7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부처별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고용노동부 등 7개 정부 부처 합동으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7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부처별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고용노동부 등 7개 정부 부처 합동으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신규 확진자 10만명 돌파...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자율방역 유지

방학 중 학교 돌봄교실의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학원에 대해서는 원격수업 전환과 단체활동 자제를 적극 권고하기로 했다. 공연장이나 체육시설, 물놀이형 유원시설 등의 현장 점검 및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대형유통시설의 방역 강화도 자발적으로 이행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는 없다"고 못박은 방역당국의 메시지가 오히려 국민의 경각심만 더 느슨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년반 넘게 길어진 유행에 지친 국민을 앞에 두고 유행의 속도를 늦추거나 규모를 줄일 방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거리두기 조치 회귀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줄곧 강조해 온 '과학방역'이 '각자도생'으로 오해를 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진단검사 비용을 개인이 지불해야 하고, 지원금 지급도 줄어든 상황에서 굳이 감염 사실을 밝히지 않고, ‘내 건강은 내가 알아서’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다.

코로나19 유행 확산세가 이어지며 27일 신규 확진자 수가 석달 만에 다시 1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코로나19 유행 확산세가 이어지며 27일 신규 확진자 수가 석달 만에 다시 1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일상 방역’ 정책에 “무책임하다” 비판 대두

따라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감염자가 많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 자율에만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27일 오전 브리핑에서 "의무나 과태료 등 어떤 규제적인 거리두기가 아닌, 국민이 스스로 참여하는 방식의 거리두기가 이루어질 때에 우리의 일상방역을 이어갈 수 있고, 일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제 위주의 방역을 하지 않겠다는 백 청장의 입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처음 알려졌다. 백 청장은 “통제 중심의 국가주도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또 우리가 지향할 목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파력이 강한 BA.5 변이가 사실상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숫자가 일주일 전의 1.97배로 주간 더블링 현상이 16일째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 등 정부 주도의 방역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일상을 통제하는 방역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백 청장의 19일 발언 이후, ‘국가주도 방역 지속 불가’ 입장은 ‘각자도생 방역’ 논란으로 비화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방역을 담당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내놓지 않은 채, 국민에게 ‘각자도생 하라’고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백 청장은 일주일만인 26일 정례브리핑에서 19일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모임 시간이나 인원 제한과 같은 통제 중심의 정부 주도 방역이 지속성이 없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앞부분 전달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을 지낸 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 청장의 19일 발언에 대해 “감염병의 대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백 청장의 발언을 두고 ‘방역당국이 무책임하다’고 직격한 것이다.

윤 교수는 지난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같이 말하며 “국가의 주도와 국가의 책임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가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지만 국가가 책임감을 갖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책임성은 절대 줄어들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안정적인 메시지를 내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그 메시지가 아직 국민이 납득할 만큼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께서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심은 ‘각자도생’에 찬성...국민참여형 자율방역 유지에 국민 58.5% 찬성

하지만 민심은 ‘각자도생’에 대해 지지하는 분위기이다. 백 청장은 최근 국민인식조사에서 ‘정부 주도 방역 강화보다는 국민참여형 방역을 선호’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27일 브리핑에서 발표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27일 브리핑에서 "의무나 과태료 등 규제적인 거리두기가 아닌 국민이 스스로 참여하는 방식의 거리두기가 이뤄질 때 우리의 일상방역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27일 브리핑에서 "의무나 과태료 등 규제적인 거리두기가 아닌 국민이 스스로 참여하는 방식의 거리두기가 이뤄질 때 우리의 일상방역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한국리서치가 지난 21∼25일 웹조사로 시행한 '코로나19 자율방역 공감수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국민참여형 자율방역 유지(고위험군 방역에 집중)에 공감한다는 답변(58.5%)이 정부주도 방역강화(사회적 거리두기)에 공감하는 응답(38.5%)을 20%포인트 앞섰다.

다만 연령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정부주도형 방역정책을 강화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29세는 64.4%가 자율방역을 선호했고, 50대는 46.9%가 정부주도 방역강화를 선호했다.

백 청장은 "모임 인원이나 시간제한 같은 규제 조치 없이 맞는 첫 번째 재유행"이라며 "국민 각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방역수칙을 준수할 때 이번 위기도 잘 극복해나갈 수 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확진자는 당분간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치명률 증가나 중환자 치료에 위기 징후가 발생하는지 잘 모니터링하면서 이러한 징후가 확인되면 추가적인 사회대응조치가 필요한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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