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졸업하면 바로 경위 임관, 이들이 경찰 고위직 독식
경찰국 신설에 집단항명(抗命)한 상당수가 '경찰대 출신'

윤석열 정부가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이어 '경찰대 개혁' 카드를 곧장 내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행정안전부 업무 계획'을 보고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거론하며 8월 중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꾸리겠다고 했다. 

전날 이 장관은 "경찰대는 고위 인력을 양성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졸업하면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경위로 임관될 수 있다는 불공정한 면이 있다"며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남들보다 훨씬 앞서서 출발하고, 뒤에서 출발하는 사람이 도저히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도 "경찰 입직(入職) 경로에 따라 공정한 승진 인사와 보직 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면서 "신설된 경찰국에서 인사와 경찰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경찰대 졸업시 바로 경위로 임관하는 제도와 이들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고위직을 독식하는 구조 등을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라 보고 있다.

최근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집단항명(抗命)하고 나선 이들 상당수가 '경찰대 출신'이었다는 점도 언급된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총경 모임'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은 총경 상당수가 경찰대 출신이었다.

총경 모임을 주도해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류삼영 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경찰대 4기 졸업생이다. 당일 모임에 참석한 총경급 56명 가운데 40명이 경찰대 출신으로 밝혀졌다. 온라인 참석자 140여 명 중에도 경찰대 출신이 상당수라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도 총경 모임에 참석한 총경 대부분이 경찰대 출신이 맞는다고 했다.

류 총경이 대기발령을 받자 집단반발하며 세 규합에 나선 이들 상당수도 경찰대 출신이다. 당초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를 열겠다고 한 뒤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규모를 키우겠다고 해 큰 주목 받은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도 경찰대 14기 졸업생이다.

실상이 이러니 이상민 장관도 "언론에 등장하시는 분들은 다 경찰대 출신들이더라"라며 "특정 출신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무관 이상 고위직에 순경 출신을 20% 이상 발탁하겠다'는 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행안부의 전날 업무보고에도 경찰대 출신들이 경찰 고위직을 독식하는 관행을 혁파하는 안들이 담겼다고 한다.

이 장관은 27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인사 과정에서 특정 직역이 부당하게 이익을 받는 불공정은 해결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경찰대를 졸업해서 남들처럼 시험을 봐서 경위로 임관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신설된 경찰국의 국장으로 누구를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제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니 이제 인선해야 한다"며 "순경 출신을 비롯해서 경찰대가 됐든, 간부후보생이 됐든, 고시 출신이 됐든 구별 두지 않고 어느 분이 적합한지 고민해서 인선을 대통령과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