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25일 오전 용산구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고물가·고금리 위기 극복 위한 민생 안정 119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구체적으로 10대 정책과제를 제안하며, 가계부채 정리 방안과 한계 채무자의 파산회생 제도 정비 등을 요구했다.

참여연대가 요구한 핵심은 ‘자영업자 빚 탕감 지원 규모 확대’로 요약된다. ‘자영업자의 소득대비부채(LTI)가 356%’라며, 정부가 자영업자 채무조정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영업자 지원과 ‘원금 탕감’은 다른 문제라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거세게 제기되는 실정이다.

참여연대는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물가 및 고금리 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는 25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물가 및 고금리 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 22일엔 자영업자 부채 1천조원이라면서 대출연장과 상환 유예 요구

25일의 기자회견에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22일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가 총 1천조원에 육박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1천조원 소상공인 부채,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자영업자 가구의 가계대출+사업자대출)은 960조7천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보다 4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는 3억5천만원을 넘어 비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9천만원)의 4배 수준으로 팽창했다는 것이 보고서에 담겼다. 특히 소득 하위 30% 구간에 속하는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이 2019년 11.7%에서 2020년에는 22.3%로 상승했고, 지난해에도 17.3%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반면 소득 상위 30% 구간에 속하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은 2020년 14.76%, 지난해 12.2%를 기록했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이 가파르다는 문제점 외에도,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상호저축, 상호금융,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대부업 등) 채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참여연대는 문제점으로 꼽았다.

2017년 당시 168조3천억원이었던 자영업자의 비은행권 대출은 지난해 322조9천억원으로 약 92%(154조6천억원)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그간 정부가 시행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기한이 9월로 다가옴에 따라, 상당수의 차주가 대출금 상환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정부의 대출 지원 건 다수가 만기 일시 상환으로 설정돼, 상환 압박에 취약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참여연대는 이 보고서에서 한계 상태에 놓인 소상공인 채무자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대출 연장과 상환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 채무조정 전 상담시스템 구축 ▲ 자영업자의 상황을 고려한 개인회생 절차 마련 ▲ 조세 채권 면책 ▲ 전국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고물가에 코로나19 확산 우려까지…재래시장 상인의 한숨은 깊어간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시내 재래시장 상인들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물가에 코로나19 확산 우려까지…재래시장 상인의 한숨은 깊어간다. 사진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시내 재래시장 상인들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참여연대, 25일엔 “빚 탕감 더 해달라” 요구

22일의 보고서 발표에 이어, 25일 참여연대는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에서 ‘빚 탕감을 더 해달라’는 요구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원금 탕감 시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정부 기금은 3조6000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시중은행이 출자하는 구조”라며 “이 경우 금융기관의 이해관계에 따라 탕감은 적게 하고 장기상환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있어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채무조정에 최대 30조 원을 투입해 대출 원금을 60~90% 탕감해주겠다고 밝혔다.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도입해 빚투로 투자 손실을 입은 만 34세 이하 저신용 청년층에 최대 50% 이자 감면을 해주고, 최대 3년간 원금 상환도 유예키로 했다.

정부는 이미 최대 30조원 규모 빚 탕감 약속해 ‘도덕적 해이’ 조장

특히 청년특례 채무조정에 대해 정부는 ‘원금 감면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빚을 진 이유에 가상 화폐 투자 등으로 진 빚도 배제되지 않음에 따라 국가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개인회생 및 파산 과정에는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채무조정이 포함된다. 요건을 충족한 후 상환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매달 보여준다면, 이자율 조정이나 원금 상환 유예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평생 갚지 못할 빚의 굴레를 씌워서 신용불량자로 만들게 되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해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지원은 '빚투'의 위험성을 알고 실행하지 않았단 사람들에겐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빚투 채무는 생계형 채무와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놓고 지원하는 것을 잘못됐다는 지적과, 오히려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높다. 이에 더해 청년층이 상환을 미루거나, '빚투'를 더 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참여연대의 추가 부채탕감 요구는 ‘성실한 시민’에 대한 역차별

참여연대의 ‘자영업자 부채 탕감 지원 확대 요구’에 대해서도 ‘빚을 갚지 않고 탕감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대출이자를 꼬박꼬박 갚아온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된다. 중구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A씨는 “정부가 14일 발표한 정책을 보면 기존에 대출금과 이자를 잘 갚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다. 어려움에 처해야 원금까지 갚아준다는 인식이 자영업자들 사이에 퍼지게 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 역시 “정부가 할 일(채무조정)을 민간에 떠넘기는 신(新) 관치의 전형”이라며 “자영업자나 담보가 없던 취약계층에 지원은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이자 일부 감면 등이 돼야 하며 원금까지 탕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세금으로 자영업자의 원금까지 대량 탕감하면, 세금을 내는 다수 국민과의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최현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재정정책연구실장은 “‘빚을 져도 정부가 갚아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지 않으려면 빚 탕감 지원 대상 선정 시 일정 기간 이자를 성실하게 납부했는지 등 기준을 세밀하게 두고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