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바뀌지 않았는데 3시간 만에 경기 판단 '중립'에서 긍정'으로 수정
이미 배포된 '그린북' 문구를 사후에 바꾸는 건 전례없는 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기흐름 진단에 불신이 생겼다.

기재부는 지난 5개월간 국내경기흐름에 대해 '회복세'라고 평가했던 긍정적 진단을 5월 그린북에선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립적인 진단을 내렸다.

문제는 기재부가 이 같이 발표한 지 3시간만에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을 추가한다고 공지해 긍정적인 해석을 억지로 넣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린북은 기재부가 매월 경제 동향에 대한 평가를 담은 보고서다.

기재부는 11일 오전 8시경 최근 경제 동향을 분석한 '5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1~2월 높은 기저 영향 등으로 광공업 생산과 투자가 조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지난 4월까지 경제 동향 보고서에 ‘회복 흐름 지속’이라는 언급이 빠져 경제가 '긍정적'에서 '중립적'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재부가 최근 4개월간 발표한 그린북에선 “수출 호조에 힘입어 광공업 생산·소비·설비투자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보고서 공개 후 약 3시간이 지나 보고서 문구를 수정한다는 발표를 했다. 최근 경제 동향 분석에 “전반적인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는 문구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이미 배포된 그린북의 문구를 사후에 바꾸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그 이유에 대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기재부가 수정을 발표한 뒤 어떤 경제 지표도 바뀐 것은 없었다. 기재부가 경제 동향에 대한 판단을 변경할 이유는 없었다. 해석만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가 그린북을 통해 발표한 최근 경제 지표들을 고려하면 최근 경제를 회복세로 보기 어려운 숫자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산업활동 동향은 소비만 증가했을 뿐 생산은 감소했고 투자도 감소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하락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단기적 시일 내의 경기와 전환점을 예측하는데 활용된다.

3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1.2% 감소하며 2016년 1월(-1.2%) 이후 2년 2개월만에 가장 크게 하락했다. 미국 GM 본사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부품 등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과 조선업 구조조정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지난 3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최고조였던 2009년 3월(69.9%) 이후 9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3월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비율도 114.2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전인 1998년 9월(122.9) 이후 19년 6개월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자동차와 조선업 등 주력 산업이 부진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제조업 생산이 1~2월 회복 흐름을 보인 적이 있어 3월 달 하락을 증가세 둔화로 당장 판단하기는 어렵고, 조금 더 흐름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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