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요즘 한 케이블TV 채널에서 방송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케이블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TV 시청률을 압도하고 있고, 넷플릭스에서의 인기 또한 ‘오징어게임’의 방송 초반의 열기 이상이다.

우영우는 자폐 장애가 있는 여성으로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  대한민국 최초의 자폐인 변호사가 된 가공의 인물이다. 더스틴 호프먼과 톰 크루즈 주연의 자폐인에 대한 가장 유명한 미국영화, ‘레인맨’(1989년 개봉)이 엄청난 관객동원, 인기에도 불구하고 자폐증에 대한 미화(美化) 시비에 휘말렸지만 ‘...우영우’를 놓고는 그런 논란이 없다.

미국에서는 몇 년전 자폐증 여성이 최초로 변호사가 된 바 있지만, 한국 법조계의 실상을 놓고 볼 때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생길 가능성은 요원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빠져 불과 몇 분 사이에 웃음을 터뜨리다 눈물을 흘린다.

정치판의 이념논쟁, 선거판의 표싸움에서 비롯된 ‘다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아닌 배려, 상식과 공정, 정의의 문제가 한국사회의 주요 관심사가 된 것이다. 대사 한 구절 한구절에 귀에 와서 꼿히는 대본, 탄탄한 연출 또한 이 드라마를 레인맨과 같은 논란에 휩싸이지 않게 하는 요소다.

“왜 우리나라에 더 이상 김소월과 윤동주 같은 시인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느냐”며 한탄하던 유명 문학평론가이자 출판기획자는 이 드라마를 보고 “천재 시인과 소설가들이 요즘은 드라마 대본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답(自答)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가수 밥 딜런이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에 빗대. “한국에서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아마도 드라마 대본작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예언하기도 했다.

펭귄을 흉내 낸 우스꽝스러운 걸음, 영화 ‘말아톤’의 자폐증 환자 조승우식 말투, 조승우의 얼룩말이 아닌 고래에 집착하는 자폐증 환자의 모습을 너무도 잘 연기하는 여배우는 이 드라마 성공의 1등공신인데, 그녀를 캐스팅하기 위해 1년여를 기다리며 설득했다는 감독의 의지도 놀랍다.

고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판타지(Fantasy)를 끌고가는 키워드다. 우영우의 집안 물건은 고래로 도배돼 있으며 집 밖에 나와서도 온갖 사물을 보며 고래를 연상하곤 한다. 그리고 사건의 실마리나 해결방안과 핵심이 떠오른다면 바닷바람이 부는 것처럼 머리카락이 뒤로 날리면서 영우는 고래가 바다로 한번 점프해서 뛰어드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현재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의 가장 기막힌, 시청자들을 펑펑 울게한 대사는 주인공이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고래와 연결시켜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고래 사냥법 중 가장 유명한 건 새끼부터 죽이기야. 연약한 새끼에게 작살을 던져 새끼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위를 맴돌면 어미는 절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대. 아파하는 새끼를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때 최종 표적인 어미를 향해 두 번째 작살을 던지는 거지.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 거야. 그래도 끝까지 버리지 않아.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드라마 초반, 모든 시청자들이 자폐증 환자인 주인공이 제대로 변호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 긴장하고 있을 때 우영우는 첫 변론에 앞서 재판장에게 이런 말을 한다.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도와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에 일고있는 ‘우영우 신드롬’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법조인 윤석열 대통령과 전직 문재인 대통령을 생각하게 만든다.

소위 ‘인권 변호사’ 출신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발생한 두가지 일,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월남어부 강제북송 사건으로 지금 윤석열 정권이 겨누는 사정(司正)의 칼 앞에 서있다. 0.7% 차이 대선에서의 ‘신승(辛勝)’, 여전히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주류 좌파언론의 공세로 임기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으로서는 정국돌파를 위해 서라도 이 두가지 사건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권을 향한 ‘윤석열표 사정’은 과연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끌어 모으며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변호사 우영우가 법정에서 바로잡은 정의는 명확하다. 우영우 변호사는 돈이나 권력, 알량한 지식 등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 모든 사람들이 갈망하는 ‘약자의 승리’를 안겨준다.

하지만 북한과 관련된 두가지 사건은 처음부터 ‘절반의 진실’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두 사건들의 취약성은 실체적 진실과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증인으로 북한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현재 거론되는 주요 관련자들을 기소한다 하더라도 향후 윤석열 대통령 임기내내 법정에서의 지루한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서해의 공무원는 피살됐고 동해의 탈북 어민은 북한으로 보내져 총살됐다는 상황에서 앞으로 불쑥불쑥 내뱉을 북한의 주장에 여론은 요동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