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힘 혁신위가 '시민의견수렴 경청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힘 혁신위가 '시민의견수렴 경청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해명을 내놓을수록 '불난 곳에 부채질'하는 형국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개최한 경청회에서 적확한 비판과 해결책이 나왔단 평가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국힘 혁신위는 20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228호에서 시민의견수렴 경청회를 열었다. 여기엔 사회 각계각층의 외부 인사가 참여해 국힘 혁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경청회는 혁신위원인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의 사회로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책 네트워킹 구축방안'이란 주제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이웅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이용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이 발제했다. 2부는 '국민의힘과 함께 하는 시민단체 연대 방안'이란 주제로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 김경회 명지대학교 석좌교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이 발제했다.

이 중 이동수 청년정책크루대표가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의 본질을 꿰뚫어 국힘을 비판하고 해결책을 내놓았단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보수진영 인사도 아니고 국힘에 우호적이지 않다"면서도 "한국 보수정당이 민의를 빠르게 수렴하고 건강한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참석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국힘이) 어떻게 하면 청년정책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책이나 메시지를 만들어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취지에서 내게 참석을 요청한것 같다"고 했다. 또한 이 대표는 "청년이 좋아하는 정당이 되면 알아서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주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면서 청년네트워크를 꾸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했다.

이어 바로 국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청년들이 싫어할만한 일을 하면서 청년들과 정책네트워크를 꾸린들 그게 효과를 내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노력 없이 단순히 청년들과 정책네트워크를 형성한들 사실 거기에 합류하는 청년들이 보편적인 청년들을 대변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당에 줄서서 공천 한 번 받아보려는 사람들만 참여해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청년들이 좋아할만한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준석 국힘 당대표에 대한 평가를 내리면서 기존 정당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준석 대표는 민심을 읽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국힘이든 민주당이든 당 전체로 봤을 땐 이런 노력조차 안하고 시도가 보이질 않는다, 민심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당내 생태계가 다양성을 확보해야한다"며 "보수진영인사로만 구성할 게 아니라 당 밖의 회사원이든 노동자든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당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냔 질문엔 "국힘의 '청년보좌역'으로 국힘이 '재미'를 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젊은 층의 목소리를 빠르게 듣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단 것이다.

이 대표는 요리사 레시피에 빗대어 정당이 해결책을 아는 데 그치지 말고 실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이연복 셰프가 레시피를 다 공개했는데 그래도 되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런 걱정 안한다고 대답했다"며 "혁신위 의견도 백날 나와봤자 (소용없고) 얼마나 잘 실천할지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경청회를 주관했던 조해진 의원은 "중요한 말씀을 압축적으로 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의 지적은 '사적 채용' 논란을 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키워버린 국힘에 대한 정확한 비판이란 평가가 나온다. 여론은 '내 사람만 챙기고', '은혜를 갚기 위한' 보은성 인사에 분노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여권의 일부 인사들은 사과는커녕 '사적 채용'을 지적한 여론에 "윤 대통령을 위해 뛴 사람에게 '역차별'하란 말이냐"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러한 해명에 취업·결혼·내집마련 등 현생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청년층은 더욱 분노했다. 이러한 여론과 동떨어진 해명이야말로 윤 정부의 핵심 원칙인 '공정과 상식'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내며, 2030 젊은층이 국힘을 떠나게 만든다는 것이다. 

국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 대표가 경청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그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단 것 또한 다시 한번 곱씹어볼만하단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준석 대표가 제자리에 있었다면 국힘을 둘러싼 여러 논란들을 조기에 진화하거나 방어하고 역공에 나섰을 수도 있을거라 말하기도 한다. 그게 아니라면 이준석 대표의 '대체재'라도 마련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심'을 제대로 읽어낼 만한 다른 인물이 없는 상태에서 이준석 대표를 쳐낸 국힘이 인재 '난맥상'을 보이고 있단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신의 추천으로 채용된 인사에 관해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다", "내가 미안하더라", "강릉 촌놈이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와 같은 발언으로 여러 논란을 일으킨 주역이었으나 발언 후 5일이 지나서야 "청년께 상처 드렸다면 사과드린다"며 느린 대응을 보였다. 이는 추락하는 국정수행 지지율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미칠까 하는 우려 속에 나온 사과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선 때를 놓쳐 '안하느니만 못한 사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장제원 의원 역시 "대통령이 정치에 늦게 입문했다"며 "지인을 통해 인력을 구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명했다. 이는 청년층에게 '인맥 있는 사람은 공무원도 쉽게 될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장 의원의 해명 역시 적절치 못했단 비판이 젊은 세대에게서 빗발쳤다.

이준석 대표의 징계 후 국힘은 '차기 당권'을 누가 차지할지에 관심이 쏠려 있고 유력 주자간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그를 따르는 의원들 사이엔 '헤쳐모여'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힘의 관심은 온통 '차기 당권'에만 가 있단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위가 자칫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른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부 인사를 청해 해결책을 들을 뜻은 있는 국힘이 과연 해결책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단 얘기다. 국힘 혁신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단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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