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정치 개입 우려
국민연금, '저배당 기업 블랙리스트' 공시해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 압박

올해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이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 제시, 임원 후보 추천, 주주 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 등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또 지난 9일 홈페이지에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 등 2개 기업을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는 등 기업의 배당 문제를 압박하고 나선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배당 성향이 낮은 기업을 중점 관리하는 이른바 '저배당 기업 블랙리스트'를 공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반대의결권 비중은 근래 최고치를 보였다. 국민연금은 2017년 총 주식투자 기업 772곳 중에서 708곳의 주총에 참석해 2,899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중 찬성은 2,519건(86.89%), 반대는 373건(12.87%), 중립/기권 7건(0.24%) 등이었다. 최근 5년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내용 중 반대 비율은 2013년 10.8%, 2014년 9.0%, 2015년 10.1%, 2016년 10.0% 등으로 10% 안팎 수준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반대 비율이 갑자기 12%대로 증가한 것이다.

반대의결권 행사 사유로는 '10년 이상 장기 연임에 따른 독립성 약화 우려' 등으로 이사 및 감사 선임에 반대한 것이 225건(66.3%)으로 가장 많았고, 정관 변경 반대 65건(18.5%), 이사 및 감사의 보수 한도 승인 반대 43건(11.5%), 기타 40건(10.7%) 순이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대해 ‘주주자본주의 하에서 이뤄지는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행보 등을 비롯해 기업 경영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수 기업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이 정치로부터 독립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면 본래의 취지에 어긋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세계 각 국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공적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이미 한계가 자명하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된 토론회에서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연금펀드(CalPERS) 등 행동주의에 앞장섰다가 비효율성과 권한 남용이 도마에 올랐던 적이 있다”고 말하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었다. 또한 “세계 최대 연금인 일본의 공적연금(GPIF)은 민간운용사에 투자와 투표권까지 포괄적으로 위탁하지만 국민연금은 투표권을 직접 행사하게 돼있다”며 국민연금의 독립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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