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15 대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정치권 안팎에서 무성하다. 한 달 뒤인 광복절에 특별사면을 단행할 경우, 취임 이후 첫 사면권 행사가 된다. 그런 만큼 사면은 특정인 봐주기가 아니라 국정철학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사면권을 행사하게 되는 '8·15 대사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사면권을 행사하게 되는 '8·15 대사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윤 대통령은 시장경제, 전임 정부가 망가뜨린 경제회생, 법질서 회복 등을 핵심적 가치로 강조해왔다. 따라서 ‘민생과 경제’에 방점을 찍어 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럴 경우 가장 큰 관심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여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르익는 여권내 ‘8·15 대사면론’...홍준표, 한덕수, 권성동 순서로 이재용 혹은 기업인 사면 거론

여권내 분위기는 성숙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윤 대통령과 거리가 먼 여권 고위인사부터 시작해 핵심 측근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이 부회장 사면 필요성을 공식 거론했다.

우선 홍준표 대구시장이 11일 페이스북에서 “돌아오는 광복절에는 국민 대통합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를 대대적으로 사면하고 경제 대도약을 위해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경제계 인사를 대사면 해 국민통합과 경제 대도약의 계기로 삼도록 윤 대통령께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13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경제인 사면은 대통령께서 하는 통치권적 차원의 권한”이라면서도 “어느 정도의 처벌이나 어려움을 충분히 겪었다고 판단되면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아마 우리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도 그렇게 어긋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거듭 사면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권 대표는 지난 6월초에도 “보통 집권 1년 차 8·15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실시했다”면서 임기초 대통합 사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권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8·15 사면론’을 재론했다. “모든 역대 정권이 집권 1년차에 대대적 사면을 했고, 그 이유는 국민통합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것이었다”면서 “민생, 경제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인에게 좀 더 활발히 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월초 “보통 집권 1년 차 8·15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실시했다”면서 임기초 대통합 사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6월초 “보통 집권 1년 차 8·15 때 대통합 사면을 많이 실시했다”면서 임기초 대통합 사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단 “대상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저도 알 수가 없고 제가 경제인 중 누구누구는 사면해야 한다고 건의할 생각도 없다”언급, 이재용 부회장 사면문제와는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였다. 사면 대상에 어떤 기업인이 포함될지는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결단의 문제라는 입장인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요동치는데 시민단체는 이재용 손발 묶으라고 아우성...대통령 사면이 근본적 해결책

하지만 ‘기업인’ 사면의 화룡정점은 이재용 부회장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를 위한 기업인 사면 리스트에서 이 부회장을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시스템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등과 같은 새로운 영역에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수장인 이 부회장의 손발을 묶어두는 것은 자해행위에 가깝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동맹인 이른바 ‘칩4(Chip4)’를 위한 반도체 공급망 실무회의를 오는 8월 말에 개최하겠다고 한국에 통보했다. ‘칩4’는 중국 견제용 협의체로 해석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소외시키고, 미국을 중심으로 확고하게 위치시키겠다는 바이든 구상이다.

윤석열 정부도 난감해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비상이 걸린 상태이다. 아직도 최대 반도체 수출 시장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줄을 설 경우, 중국이 ‘사드 보복’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이 부회장의 손목과 발목이 묶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받았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됐으나 취업제한 위반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민변, 참여연대 등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위반으로 고발했고, 경찰이 이를 불송치하자 다시 지난 14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이 일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시민단체들은 ‘국익 파괴 행위’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사면조치하면 이같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경제 회생뿐만 아니라 국민통합도 사면 명분...MB에 김경수 끼워넣기가 윤 대통령의 딜레마

윤석열 대통령이 8.15 사면을 단행할 경우,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분회장에 대한 사면은 상수로 간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8.15 사면을 단행할 경우,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상수로 간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남은 문제는 사면의 정치경제적 효과이다. 윤 대통령은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재조사, 라임펀드 사건 재수사 등으로 인해 ‘정치보복’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인 사면을 통해 이 같은 논란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제 회생뿐만 아니라 국민대통합이라는 가치를 사면의 명분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우선 정치인 중에서는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은 상수로 간주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달 도어스테핑에서 “(MB를) 이십 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나”라고 언급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 대선후보 인터뷰에서는 “댁에 돌아가실 때가 됐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8.15사면이 실행된다면 MB는 필수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MB만 사면할 경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포함한 야권 인사에 대한 사면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이 고심중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는 형이 확정된 상태라 사면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2017년 5월 제19대 대통령 선거 전후로 현 여권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드루킹’ 김동원씨와 주요 포털사이트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죄목은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이다. 공직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을 위해 김 전 지사 등을 사면 대상에 포함하느냐의 문제로 윤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 통치 시스템에 의하면, 1차 사면안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이 낸다. 이후 법무부가 1차 안을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대통령실이 재검토해서 ‘사면 리스트’를 확정하고, 윤 대통령이 최종 재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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