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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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정의용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8명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가운데 과거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임명 지지 선언에 앞장서 이름을 올린 학계 연구자 159인의 명단이 화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추천한 책, '짱개주의의 탄생'의 저자도 찾아볼 수 있다.

2019년 11월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논란에 대해 "(탈북 어민들은)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북한)에서 죽자'고 했다"고 밝혔다. 천정배 당시 무소속 의원이 "탈북 주민 북송 처분을 누가 했나? 통일부 장관이 했나?"라고 묻자 김 장관은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안보실에서…"라고 답했다.

김 장관은 같은달 미국 LA를 방문해 USC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강연을 했다. 현지 언론이 김 장관에게 '탈북 어민 강제 북송' 행정처분의 주체가 어디였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역할을 국방부(바다)·국정원(나포 후 조사)·통일부(대북조치와 언론발표)가 분담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국가)안보실이 맡았다"며 "당연히 외교·안보 쪽의 그런 거는 (대통령께) 보고를 하고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하는 거죠"라고 답했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2명에 대해 당시 문재인 정부가 선상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며 나포 5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서둘러 추방한 사건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정부 인사들이 북한 주민을 국민으로 인정하는 헌법 3조를 부정했다는 비판에 직면했으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한국 정부에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이 원점에서부터 다시 부각되자 2019년 3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적임자라며 장관 임명 지지에 나선 학계 연구자 159인과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재주목을 받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학계 연구자 159인 일동'은 2019년 3월 21일 성명에서 "김연철 장관 내정자는 북·미간의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나아가 새로운 남북관계를 설계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라며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이념적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도 같은날 성명에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를 이루지 못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번영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김 후보자야 말로 바로 이 난국을 풀어나갈 수 있는 경험과 지식, 그리고 추진력을 갖춘 분"이라고 했다.

김 장관 지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국립외교원장이 됐고, 홍현익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교수에 뒤이어 국립외교원장에 올랐다. 김 교수는 지난해 3월 출간한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에 중독돼 왔다. 압도적인 상대에 의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 현상과 닮아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 평화 체제의 구축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35년 (일본) 제국주의를 벗어나게 해준 '해방자'라기보다는 실제로는 식민지인을 대하는 새로운 점령군에 가까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홍 원장도 "한미 연합훈련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북한에 (훈련 내용을) 간접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해 거센 반발을 샀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해 논란이 되면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책, '짱깨주의의 탄생'의 저자이기도 하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랜만에 책을 추천한다"며 "김희교 교수의 '짱깨주의의 탄생', 도발적인 제목에 매우 논쟁적이다"라고 했다. 또 "다양한 관점 속에서 자신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이념에 진실과 국익과 실용을 조화시키는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 언론이 전하는 것이 언제나 진실은 아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를 '친중'이라 규정한 언론 매체들에 직접 대응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외교 기조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아래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염원하는 학계 연구자 159인 일동' 명단이다. 

강성호(순천대), 강우진(경북대), 고철환(서울대), 공민달(북한토지연구원), 구갑우(북한대학원대), 구춘권(영남대), 권영태(동국대), 기광서(조선대), 김귀옥(한성대), 김기석(강원대), 김기헌(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김동선(경기대), 김동춘(성공회대), 김동택(서강대), 김동혁(인제대), 김명수(계명대), 김민철(경희대), 김병로(서울대), 김보근(한겨레평화연구소), 김성민(건국대), 김성보(연세대), 김성은(서울신학대), 김성조(연세대), 김순영(서강대), 김아람(역사문제연구소), 김용복(경남대), 김용현(동국대), 김일한(동국대), 김재용(원광대), 김재웅(고려대), 김정수(평화를만드는여성회), 김종곤(건국대), 김종법(대전대), 김종욱(동국대), 김종철(서강대), 김준형(한동대), 김창진(성공회대), 김학노(영남대), 김형철(성공회대), 김화순(한신대), 김희교(광운대), 김희은(여성사회교육원), 김희정(원코리아), 남기정(서울대), 노명환(한국외대), 노정선(연세대), 민경태(여시재), 민영기(성공회대), 박민철(건국대), 박순성(동국대), 박영민(대진대), 박윤재(경희대), 박정진(쓰다주쿠대), 박종철(경상대), 박주원(영남대), 박지웅(영남대), 박계리(홍익대), 박진빈(경희대), 박현선(이화여대), 박형준(동국대), 박호성(현대북한연구회), 박희진(동국대), 배경식(역사문제연구소), 배국열(전 한국토지공사), 백영서(연세대), 성원용(인천대), 송규진(고려대), 송영훈(강원대), 신난희(대구가톨릭대), 신대진(성균관대), 신은영(한양대), 신주백(한림대), 심성보(부산대), 안병우(한신대), 안외순(한서대), 안지영(인제대), 오유석(상지대), 오제연(성균관대), 오현철(전북대), 원동욱(동아대), 유재심(서울대), 유진영(고려대), 윤기석(충남대), 윤무근(인제대), 윤보영(동국대), 윤은주(뉴코리아), 은정태(역사문제연구소), 이경묵(동국대), 이기훈(연세대), 이나미(한서대), 이남주(성공회대), 이미혜(한반도평화포럼), 이상의(인천대), 이성로(안동대), 이성춘(송원대), 이성현(세종연구소), 이신철(성균관대), 이영훈(SK경영경제연구소), 이용기(교원대), 이우영(북한대학원대), 이원영(수원대), 이원용(서울대), 이이화(역사문제연구소), 이재봉(원광대), 이정빈(충북대), 이정우(국제통상전략연구원), 이정철(숭실대), 이종석(세종연구소), 이지원(대림대), 이창희(한반도평화포럼), 이채언(전남대), 이태훈(연세대), 이해영(한신대), 이혜정(중앙대), 임강택(전 통일연구원), 임상순(평택대), 임석훈(SK가스), 임을출(경남대), 장미현(역사문제연구소), 장용철(안양대), 장철운(극동문제연구소), 전영선(건국대), 전재호(서강대), 전현수(경북대), 정문상(가천대), 정병욱(고려대), 정상호(서원대), 정성장(세종연구소), 정영철(서강대), 정욱식(평화네트워크), 정재원(국민대), 정재흥(세종연구소), 정진아(건국대), 정태헌(고려대), 정현숙(흥사단), 조성렬(전 국가전략안보연구원), 조수룡(경희대), 조현수(인하대), 조현연(한국정치연구회), 진희관(인제대), 차창훈(부산대), 최양근(숭실대), 최웅환(한반도평화포럼), 최은주(세종연구소), 최일성(한서대), 최택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한모니까(서울대), 한상권(덕성여대), 한승대(동국대), 한운석(고려대), 함규진(서울교대), 허영란(울산대), 허은(고려대), 허정필(현대북한연구회), 홍석률(성신여대), 홍정완(연세대), 홍현익(세종연구소), 황교욱(인제대), 황수환(강원대)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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